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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7일 17시 01분 등록
<변화를 위한 우화 3>

눈을 똥그랗게 뜬 동글이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아름드리 나무가 들판 한 가운데 서 있는 어느 시골에 들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눈이 왕방울만큼 커다란 꼬마 들쥐 ‘동글이’가 살고 있었죠. 오곡이 무르익은 가을이 되어 들판은 황금빛 파도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마음껏 포식할 수 있는 들쥐들의 시간이 돌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동글이’는 며칠째 집을 나서지 못했고 오늘은 겨우 허락을 맡으면서 엄마에게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조심해야 돼.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놈들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 공중에는 매와 수리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단 말이야. 요 며칠 큰 나무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맴돌고 있는 것 잘 알고 있지? 그러니까 땅바닥에 움직이는 이상한 그림자가 보이면 무조건 뛰어 들어와. 죽어라고 뛰어야 돼. 기억해야 돼! 위를 올려보지 말고 무조건 뛰어! 녀석들은 위를 올려다보는 들쥐부터 잡아먹는다는 것 잊지는 않았겠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동글이는 매일 똑같은 이야기에 그만 짜증이 일었습니다.
“엄마 말은 이제 지긋지긋해. 나는 매나 수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어. 엄마도 할아버지한테만 들었을 뿐이지 본 적도 없다면서... 그만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왔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집 엄마들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마을에는 언제인가부터 매와 수리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희생자도 없었지만 동네 어른들은 옛 이야기들을 반복하며 아이 들쥐들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늘 놀다가도 무언가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가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죽어라고 뛰었습니다. 아무튼 누군가 뛰기 시작하면 우르르 한꺼번에 숨을 곳을 찾아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주눅이 들었는지 안전한 구멍 속에 들어가서도 감히 하늘을 쳐다볼 생각들을 하지 못했습니다. ‘눈을 맞추면 잡혀 먹잖아!’ 모두들 그 모습이 궁금했지만 두려움에 숨을 죽이고 땅위의 그림자가 없어지기만을 기다렸죠.

며칠 동안 나무 주변에 등장한 검은 그림자는 해질녘까지 주변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저 녀석은 배도 고프지 않나? 어떻게 하루 종일 저렇게 나무 주위에서만 맴돌고 있을까?’ 구멍에 숨어 그림자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동글이는 며칠째 반복되고 있는 이 숨바꼭질에 이제 지쳐갑니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 나타난 것입니다. 오늘도 벼이삭을 몇 번 먹었나 싶은데 나무 주위에서 검고 큰 그림자가 땅위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동시에 ‘도망쳐!’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들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동글이도 자동적으로 달음박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글이는 달리다가 그만 풀이 엉킨 곳에 넘어져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순간 ‘아,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 졌습니다. 아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머리위로 솔개가 무서운 눈을 번뜩이며 날아와서 자신을 채갈 것 같은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동글이는 수십 번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그림자가 궁금한 것이죠? 가을 하늘은 마치 바다를 옮겨 놓은 듯 짙고 푸르렀습니다. 하늘위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참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것 일까요?’ 동글이는 그 그림자의 정체가 궁금하여 목을 세워 두리번거렸습니다. 이럴 수가! 그림자 위로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풍선 하나가 보입니다. 하트 모양의 풍선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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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이란 어쩌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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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0.18 22:21:55 *.118.67.206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 그것이 깨달음이라고 ...
그런데 내 마음은 많은 부분들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질 않습니다.
마음이 한 거풀 칸막이를 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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