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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9일 15시 27분 등록
<변화학 칼럼 31>

삶이 당신을 불러 세울 때
- 삶의 터닝포인트(turning-point)를 만들자!-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내 나이 서른 살에는
서른 살을 눈앞에 두었던 그해 겨울은 추웠다. 서른 살은 ‘이제 네 인생은 구(球)에서 육면체로 바뀌는 거야!’라는 말을 나에게 깊이 쑤셔 박으며 다가왔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내 욕망들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뒤였다. 나의 삶의 많은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더 이상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성장의 시기가 지나 쇠락의 시기만을 남겨놓았다는 느낌이었다.

바닥체험(위기 체험))
사람은 언제 변할까? 나는 사람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변화를 결심하게 되는지 참 궁금해서 많이 물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꼽는 흔한 계기는 ‘주관적 바닥 체험(subjective bottom experience)’이다. 즉, 벼랑 끝에 내몰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느낌이거나 추락하여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을 받을 때이다. 특히, 점진적 하락이 아니라 급작스러운 추락이 되었을 때 변화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암과 같은 중병의 발견, 경제적 위기나 해직,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 등이 대표적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준선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노숙인 지원 의료 활동에 나가보면 많은 노숙인들은 길바닥에 잠을 자도 바닥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과거를 안주삼아 오늘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술로 인해 지방간이라는 검사결과만 받아들고서도 바닥에 떨어진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삶의 부름
삶의 전기(轉機)는 부정적 요인들이 쌓일 대로 쌓이다가 폭발이 일어날 때만 오는 것은 아니다. 문득 일상의 삶에서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예상치도 못했던 순간에 삶은 우리의 나태를 깨우고 잠자는 나를 불러 깨운다. 그 목소리는 신의 음성일수도 있고 ‘또 다른 나’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굳이 부르는 사람(caller)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순간은 불쑥 찾아온다. 자녀의 눈망울을 보다가, 누군가의 글을 보고 나서, 우연히 본 TV 화면에서, 강연회에서 만난 연자의 목소리에서.... 어느 날, 정말 어느 날!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돌맹이 하나가 내 마음에 깊은 파문을 드리운다. 그 순간, 수면 밑에 잠들고 있던 내 삶의 소명과 희망이 깨어난다. 한 줄기 섬광같이 스파크가 일어난다. 그때, 우리는 그 부름 앞에 응답해야 한다. '아~! 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터닝 포인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하나, 터닝 포인트는 대부분 일상에 있다.
난 같은 곳에 갈 때마다 놀랄 때가 있다. 저렇게 큰 그림이 오래전부터 그 곳에 있었는데도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선택적 지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를 성장시켜온 것들은 모두 내 주변에 있었던 것이다. 단지 내가 그 존재나 존재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친밀함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놓치게 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일상과 주변을 촘촘히 들여다보거나 다른 각도, 다른 위치에서 볼 때 일상은 삶의 계기로 출렁거린다. 프랑스 시인 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둘, 터닝 포인트는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터닝 포인트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에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무의식에서 오래전부터 변화의 계기를 갈망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부름을 받는 순간, 당신은 주저할 것이다. ‘떠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하지만, 당신은 부름을 받기에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기 때문에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셋, 터닝 포인트는 움직이고 있을 때 찾아온다.
계기(契機)라는 말의 영어 단어는 모멘트(moment)이다. 이 말은 라틴어 모멘툼(momentum)에서 나왔으며 더 깊이 어원을 찾으면 'mouere(움직이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움직이고 결정하는 근거라는 뜻이다. 누군가는 삶을 전환시키기 위하여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계기를 찾기 위하여 오래 멈추어 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있는 곳에서 구름판을 만들어 다른 세계로 뛰어 올라가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음표와 음표 사이의 쉼표는 곡을 만들지만 음표 다음의 쉼표는 끝을 의미한다. 정지한 자동차의 핸들을 돌리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움직이는 자동차의 핸들을 돌리는 것은 훨씬 쉬운 법이다.

넷, 때로는 터닝해서 반대로 갈 수도 있다
길을 가다보면 U-turn을 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인 경우가 있다. 사실 간 길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가 지나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거나 불필요한 좌회전을 거듭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다. 때로는 삶에도 유턴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대는 과거의 성공요인에서 안주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정반대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다변성의 시대이다. 나는 터닝 포인트를 만나 어디로 갈 것인가? 좌회전? 우회전? U-turn? P-turn?

다섯, 터닝 포인트는 증폭되어야 하고 계속되어야 한다.
변화의 계기는 증폭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의 시그널을 증폭시키는 안과 밖의 증폭기(amplifier)가 있어야 한다. 변화의 계기를 확대시켜 고출력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현재의 모습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려면 세찬 저항의 강물을 건너거나 험한 절벽을 타 넘어야 한다. 휩쓸리거나 떨어지지 않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려면 홀몸으로 떠나지 말고 튼튼한 배를 구하고 사다리를 구해야 한다. 당신이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좋은 배를 타야 하고, 당신이 변화를 도우려 한다면 좋은 사다리가 되주어야 한다.

여섯, 터닝포인트는 의식(ritual)을 갖추어 맞이해야 한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다. 세례는 물로 몸을 깨끗이 함으로써 우리의 죄를 씻는 보속의 의미와 함께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새사람으로 태어났음을 나타내어 주는 상징적인 의식이다. 우리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서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 그렇다면 변화의 의식을 치루고 그 상징을 나누어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의식(大儀式, grand ritual)은 인생의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데 상징적 힘뿐 아니라 실천적 에너지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의 초심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소의식(小儀式, petit ritual)이 일상에서 반복되어야 한다. 변화의 도상에 선 당신은 어떤 대의식을 통해 거듭났는가? 어떤 소의식을 통해 일상의 삶을 정돈시키고 있는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며칠 후면 마흔을 맞이한다. 올 겨울은 너무나 춥다. 하지만 내 안의 욕망의 불꽃들은 추울수록 더 불타오른다. 마흔 즈음에 오랫동안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던 육면체의 각(角)들이 떨어져나가고 난 다시 구(球)가 되어 서 있다.



우리가 인생을 한 곳에 묶어 두고
거기에 친숙해지는 순간 무기력감이 우릴 덮쳐 온다.
언제나 떠나고 방황할 자세가 된 사람만이
‘습관’이라는 마비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쩌면 죽음의 순간마저도
우리에게 새로운 젊은 공간을 보내리라.

우리를 향한 삶의 부름은 결코 그침이 없으리라.


-삶의 단계 中, 헤르만 헤세 -




* 이 곳을 찾아주신 분들과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시고 일상에서 그 마음을 되새길수 있는 작은 의식들을 가져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변화학 칼럼>과 <우화>외에 다른 내용의 글도 써나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IP *.231.16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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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5.12.29 19:34:34 *.190.84.135
이곳에 들려서 보물을 주울때가 가끔있습니다.
오늘은 빛나는 보석을 챙겼습니다.
petit ritual 잘 챙기는 한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늘 깨었어서 섬광같은 스파크를 일으키렵니다.
새해에 요한님께서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_()_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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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12.30 10:14:16 *.97.228.61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글에서는 조금 색다른 여유가 느껴지네요. 공감 가는 글들 무척 반가웠습니다. 새해에는 다른 내용의 글도 쓰시겠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올해 제가 받은 선물들 중 평생 잊지 못한 선물을 주신 것에 대해서도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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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2.31 00:17:54 *.118.67.206
난 마흔이 가져다 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두 달이 지나도록 벌벌 떨었어요.
정말 그 기억은 지금도 되새기기 무서워요.
하지만, 요한님의 마흔은 아주 밝고 환할것 같군요.
부러워요.
정말 부러워요.
행복해 보이거든요.
같이 한 올 해가 참 좋았습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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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006.01.04 11:42:12 *.108.138.3
정말 잘 읽고 있어요.
다른 내용의 글들도 쓰신다니 기대만빵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의미있는 시간들로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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