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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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생활, 격무, 단조로운 일상, 고립감, 특채 사원이라는 신분 등 좋지 않았던 근무 환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계속 몸담고 있었던 이유.
(야근, 특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기는 했지만) 고임금, 회사 이름 값, 저렴한 생활비, 주변의 시선..
입사 후, 또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내게 비쳐지는 나의 모습이었다.
12시간 일하고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 식사시간 제하고 나면 하루 24시간 중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정말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시간 활용에도 제약이 따랐던 것이 다음 날 업무를 위하여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온전히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야간 근무 때는 몸은 피곤했지만 낮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아침 8시에 퇴근하여 집에 오며 대략 9시반. 퇴근 길에 조간 신문 하나 집어들고 집에 와서 여유롭게 읽곤 했다. 요즘 출근길에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 보는 거랑은 기분이 전혀 틀리다.
그리고 시간 나는대로 영어 테잎도 듣고 책도 조금이나마 읽었다.
무엇보다 일기를 계속 썼다. 낮에 쓰는 일기. 근무 여건 때문에 그때에 쓰게 된 것이지만 나름대로 좋았다. 꼭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쓰고 싶을 때 쓰는 그런 일기를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야근을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그렇게 혼자 감탄하며 일기를 썼던 모습이 다시 그려진다. 소박하지만 황홀하기까지 했던 모습이다.
그러한 나의 행동은 절실함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생활의 중심에 회사가 있었다. 나의 모든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회사였다. 과연 그 회사가 나에게 그런 영향력을 미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글 서두에 적었듯이 근무환경은 별로 좋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나열해 봤다. 긍정적인 요소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예전에 '일'을 할 때 주변사람으로부터 참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듣지 않는 곳에서 험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둑이 제발 저린 탓이겠지 하며 담담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랬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 정이 안가는 이유. 내가 그 회사에 무슨 기여를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찾지 못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나보다.
더불어 회사에서도 내가 그곳을 나와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나보다.
그 회사 문화가 그랬다. 그 회사의 높으신 분께서 직원 하나하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얘기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인식되니 점점 불안해졌다.
아마도 그 무렵.. 습관처럼 매일 조간 신문을 보던 중, 우연히 서평 하나를 읽게 됐다.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이었는데..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 '헝그리 정신'이라는 책이었고, 나머지 한 권의 제목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의 서평을 보면서 '불타는 갑판'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팍 박혀 들어왔다. 내 상황이 그러한 상황이었구나.. 그 위에,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었기에, 그럼에도 사방은 바다로 둘러싸인 상황. 그곳으로 뛰어 내리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상황..
책의 제목도 너무 와 닿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한 그 당시의 강렬한 느낌과는 달리 그로부터 한참 지난 후에야 그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부분과 관련한 글을 따로 쓰고 싶다)
한 가지 당혹스러웠던 것은 회사 동료들 중에는 나와 같이 그러한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의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일은 좀 힘들지만 회사 그럭저럭 돌아가고 급여 꼬박꼬박 나오는데 뭔가 문제냐는 눈치였다. 직장 생활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여기서 못버티고 나가면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것을 입을 통하지 않고서 말했거 나는 그것을 귀를 통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불타는 갑판 위에 그냥 서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갑판이 타고 있다고 말해봐야 나만 이상한 사람 될 것 같았기에....
그런 상황에서 97년 겨울, 그 회사도 IMF를 맞았다.
(계속)....
IP *.97.228.61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계속 몸담고 있었던 이유.
(야근, 특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기는 했지만) 고임금, 회사 이름 값, 저렴한 생활비, 주변의 시선..
입사 후, 또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내게 비쳐지는 나의 모습이었다.
12시간 일하고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 식사시간 제하고 나면 하루 24시간 중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정말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시간 활용에도 제약이 따랐던 것이 다음 날 업무를 위하여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온전히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야간 근무 때는 몸은 피곤했지만 낮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아침 8시에 퇴근하여 집에 오며 대략 9시반. 퇴근 길에 조간 신문 하나 집어들고 집에 와서 여유롭게 읽곤 했다. 요즘 출근길에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 보는 거랑은 기분이 전혀 틀리다.
그리고 시간 나는대로 영어 테잎도 듣고 책도 조금이나마 읽었다.
무엇보다 일기를 계속 썼다. 낮에 쓰는 일기. 근무 여건 때문에 그때에 쓰게 된 것이지만 나름대로 좋았다. 꼭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쓰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쓰고 싶을 때 쓰는 그런 일기를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야근을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그렇게 혼자 감탄하며 일기를 썼던 모습이 다시 그려진다. 소박하지만 황홀하기까지 했던 모습이다.
그러한 나의 행동은 절실함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생활의 중심에 회사가 있었다. 나의 모든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회사였다. 과연 그 회사가 나에게 그런 영향력을 미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글 서두에 적었듯이 근무환경은 별로 좋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나열해 봤다. 긍정적인 요소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예전에 '일'을 할 때 주변사람으로부터 참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듣지 않는 곳에서 험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둑이 제발 저린 탓이겠지 하며 담담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그랬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 정이 안가는 이유. 내가 그 회사에 무슨 기여를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찾지 못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나보다.
더불어 회사에서도 내가 그곳을 나와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나보다.
그 회사 문화가 그랬다. 그 회사의 높으신 분께서 직원 하나하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얘기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인식되니 점점 불안해졌다.
아마도 그 무렵.. 습관처럼 매일 조간 신문을 보던 중, 우연히 서평 하나를 읽게 됐다.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이었는데..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 '헝그리 정신'이라는 책이었고, 나머지 한 권의 제목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의 서평을 보면서 '불타는 갑판'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팍 박혀 들어왔다. 내 상황이 그러한 상황이었구나.. 그 위에,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었기에, 그럼에도 사방은 바다로 둘러싸인 상황. 그곳으로 뛰어 내리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상황..
책의 제목도 너무 와 닿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한 그 당시의 강렬한 느낌과는 달리 그로부터 한참 지난 후에야 그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부분과 관련한 글을 따로 쓰고 싶다)
한 가지 당혹스러웠던 것은 회사 동료들 중에는 나와 같이 그러한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의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일은 좀 힘들지만 회사 그럭저럭 돌아가고 급여 꼬박꼬박 나오는데 뭔가 문제냐는 눈치였다. 직장 생활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여기서 못버티고 나가면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것을 입을 통하지 않고서 말했거 나는 그것을 귀를 통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불타는 갑판 위에 그냥 서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갑판이 타고 있다고 말해봐야 나만 이상한 사람 될 것 같았기에....
그런 상황에서 97년 겨울, 그 회사도 IMF를 맞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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