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홍승완
  • 조회 수 184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6년 1월 8일 18시 55분 등록
나는 늘 꿈을 향해 걸어왔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숨이 가쁘고 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많았다.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더 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찾았다. 이것도 아니었다. 고민 끝에 겨우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매일 좀 더 걸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게 절실한 것은 ‘절제’였다. 그러나 절제는 늘 내게 어려운 것이었다.

절제하기 위해서는 줄이고 비울 줄 알아야 한다. 버리고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하기에 앞서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심승헌은 ‘파페포포 투게더’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가벼워져야 한다
날고 싶다면 깃털처럼 가벼워져야 한다
바람에 맞서지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내 몸을 자연스레 맡겨야 한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 한참 더 버려야 한다
내 안은 항상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버린 게 아닌 잠시 놓아둔 것

정말로 날고 싶다면 버리는 연습을 하자
이내 늙어 하늘로 날 때
맘 편히 갈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하나씩 둘씩
내 것을 버리는 연습을 하자
원래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가슴에 와 닿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절제를 배울 수 있을까?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절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질문을 잘 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머리 속에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이 방법을 ‘그릇 비우기’라고 부른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버리고 싶은 것(생각, 감정, 행위, 욕심 등)이 생기면 나는 마음 속에 빈 그릇 하나를 상상한다. 내가 만든 그릇은 국그릇처럼 생겼고 표면은 거칠다. 빈 그릇이 하나 생기면 그릇 안에 버리고 싶은 것을 차곡차곡 채운다. 버릴 것은 한 종류여야 한다. 여러 종류이면 초점이 맞지 않고 집중하기도 어렵다. 하나만 정한다. 그릇의 크기에 신경 쓰지 말고 채우고 싶은 만큼 채운다(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버릴 것이 많아도 다 채울 수 있다). 다 채웠으면 이제 그릇을 스윽 한번 본다. 자신이 버리고 싶은 것들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확인이 끝나면, 이제 그릇을 비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금씩 덜어낸다. 그릇에서 덜어낸 내용물들은 공중에서 사라진다. 점점 더 많이 사라진다. 다 비울 때까지, 그릇이 처음처럼 빈 그릇이 될 때까지 계속한다.

이 방법이 떠오르자마자, 그리고 익숙해지기도 전에 나는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릇을 비워야 했다. 빈 그릇에 채워지는 것은 다양했다. 가질 수 없는 돈이 채워진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부질없는 욕망이 채워지기도 했다. 파괴적인 시기와 질투로 채울 때도 있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내 속의 치졸함도 있었다. 대부분 작은 것들이었기 때문인지 조금은 쉽게 비울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확실히 그랬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마음이 진정됐다. 사악함은 줄어들고 차분해졌다. 착해졌고 마음이 밝아졌다. 점점 더 큰 것들, 진짜 버려야 할 것들(이를테면 담배)에도 이 방법이 효과적인지는 아직 모른다. 계속 하다보면 자연히 알 게 될 것이다.
IP *.147.17.49

프로필 이미지
버리는법
2006.01.10 14:14:19 *.229.146.68
버리는 법..., 내가 알아낸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을 이용하는 법이다. Death is great Invention of Life.... 죽음 앞에 섰을 때, 소중한 것만 남겨라.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면, 섭섭한 삶이다. 죽음이라는 채에 걸러져 나오는 삶의 건더기, 그게 인생이다.

젊었을 때는 빈한한 것 보다 탐욕스러운 것이 낫다. 욕심이 없으면 비만도 없고 비만이 없으면 상실할 것이 없다. 평범한 자가 상실하지 않고 깊어지기는 어렵다. 열정에 몸을 태우는 자가 훌륭한 소양을 가진 자다. 가르칠 만하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