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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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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9일 00시 48분 등록
어려운 결정이었다.

4년 간 공부했던 것들, 분야는 조금 달랐지만 약 4년간의 현장 경험들.

그러한 것들을 모두 버리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은 따로 있었기에, 그것을 가지려면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야 했다.



◎ 성취경험

말 그대로 백의종군 하는 마음이었다. 그간 잘못된 길을 갔다면, 그래서 새로운 길을 원한다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비장한 각오를 새로이 새겼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덤덤히 이제 새로운 길을 가니 뭐든 새로운 것으로 바꾼 채로 떠나고픈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는 드디어 '선생님'이라 불리기 시작한다. 첫직장에서는 '신기사', 두번째 직장에서는 직급이 따로 없었으니 '신재동씨'로 불러거나 상사로부터는 그냥 '재동이'로 불렸었다. 더러 '재동이형'이라고 부르는 동생들도 있었고.. 그런데 이제부터는 사무실 밖에서나 안에서나 무조건 '선생님' 또는 '신선생님'이다. 호칭이 바뀌니 확실히 예전과는 뭔가 달랐다. 사람들의 태도도 그랬고 나의 행동도 다르게 느껴졌다.

○○○ 컴퓨터 교실.
회원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학생 또는 성인을 상대로 1:1 강좌를 했던 곳.
전국에 지국이 있었고 그 중 집에서 가까운 한 지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객지생활을 접고 처음으로 서울 집에서 다니게 된 일터이기도 했다.

일부러 1:1 강좌를 택했다. 강의 경험이 없기도 했고 내성적인 타입이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평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도 여러 사람에게 얘기하기보다는 한 번에 한 사람씩하고 대화하는 것이 편했다. 그 대신 나와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은 대체로 대화에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1:1 강좌가 잘 맞을 것이라 판단했다.

드디어 첫 번째 방문. 달라진 호칭이 아직 낯설었지만 그래도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어서 실전이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내가 컴퓨터를 다루면서 느꼈던 재미, 신비로움, 성취감, 그리고 애태웠던 점 이것을 배우는 것이 왜 어려운 가 하는 점 등..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던 그 상황을 재연해 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었다.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대견했던 것이 실업자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전직을 시도했고 그래서 하게 된 일이었지만, 일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나에게는 '교육철학'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내 앞에서 나에게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에게 컴퓨터를 통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즐거움을 느끼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친해지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거나 또 다른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한 자세가 밑바탕이 되어서였는지는 몰라도 고객의 반응이 참 좋았다. 강의 경험이 없었기에 강의를 하다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발견 되던 터였음에도 말이다. 처음에는 방문하여 인사를 나눌 때 상대방의 눈에서 그것을 조금 읽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다른 신규 회원을 계속 소개 받음으로써 더욱 가시화 된 결과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를 뽑아준 그 지국장도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회원이 늘고 일하는 시간도 더불어 늘어나면서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결과물을 떠나 일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웠다. 말수가 적어 사람들과 대화를 잘 않는 편이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즐기는 편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은 대체로 컴퓨터라는 것을 다루면서 궁금한 것들이 많은 편이다. 나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으니 그들 수준에 맞춰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만 하면 된다. 더군다나 난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니 말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신날 때도 종종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점을 속시원하게 한번에 풀어주니 적어도 내 실력만큼은 인정해 준다.

일종의 선순환이었다. 일이 풀릴 때는 그렇게 풀리나보다 싶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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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교사 경험에 대해 하고픈 말이 많았나보다. 한번에 쓰려 했는데 글이 중구난방 섞여 버린다. 최소한 한번은 나누어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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