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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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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9일 13시 55분 등록
◎ 가능성과 한계

재밌고 즐거운 기억이 많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물론 가끔은 상대하기 버거운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쾌함을 즐겼다.
게다가 지국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업무 수행에 관하여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 받았다. 업무 자체도 사무실을 벗어난 곳에서 수행되는 일이라 간섭의 여지가 적기도 했다.

업무 일정도 여유로웠다. 마지막 수업이 대개 오후 9시 정도에 끝났지만 첫 수업이 보통 12시 이후에나 시작되었기에 전날의 피로를 충분히 풀고난 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워낙 자율적인 분위기였기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무실에 들르지 않아도 되었다.
그 무렵엔 '스승의 날'도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방문강사 선생님 신분으로 그런 정성어린 선물을 받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 일에 매진했고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갖게 될 즈음.. 또 자신을 둘러 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지난 시간들을 또 찬찬히 되돌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지금 위치에서 한발짝 앞으로 나가 있는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지금 제대로 된 교사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한 건지..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교육은 필수적인 것인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건지..
어느덧 30대..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국장이 바뀌었다. 원래의 지국장은 다른 사업을 시작하고 그 아내에게 지국을 넘겨 버렸다. 나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더불어 새로운 지국장에게 잘 대해 주라는 말도 전하며...

새로운 지국장이 온 뒤로 업무 성격이 확 바뀌어 버렸다. 이전 지국장은 프리랜서 형태로 교사들을 이끌어 온 반면에 새로온 지국장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는 식으로 바꿔 나갔다. 1주일에 세번 정도 회의를 주재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지침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결론을 지어보니 예전에는 교사였지만 이제는 영업사원이 되라는 말로 해석됐다.

그간 누렸던 자율을 일순간에 거둬 들여갔다.
나...
그런 분위기에 적절히 융화되지 못하고 날을 세운다. 외곬수라 해야 하나.. 슬기롭게 타협하지 못하고 서로간에 앙금을 키운다.

그렇게 하다가 또 다시 듣게 된 말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쓰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끝이 그렇게 안좋은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불편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것은 지국장과 나 모두에게 마이너스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할 곳이었다. 자기 위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내 의지로 실행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행해졌다는 것이 아쉬었을 뿐..

그래도 그간의 근무 경력은 남았고.. 다른 학원으로 또 이직한다.

(계속)...
IP *.109.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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