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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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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5일 08시 28분 등록
덕유산 그리고 소주

금요일 저녁 어둡살이 낄 무렵 구선생님과 승완씨가 천안에 도착하고 영훈씨도 때맞춰 와서 저희들은 무주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대장 허사장님을 청주톨게이트에서 픽업하고 나니 갑자기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승차분위기가 관광모드로 바꿔버린 겁니다. 역시 사람들은 모여야 흥이 나고 일배가 돌아야 재미있어지나 봅니다. 전형적인 한국성의 발현입니다. 마침 차에 있던 56도짜리 이과주를 뚜껑에 부어 마시면서 안개를 헤치고 무주에 도착하였습니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안주거리를 꺼내면서 이제 운전자인 저도 본격적인 술자리에 합류하였습니다. 술자리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포항에서 공수된 과메기입니다. 달국형님께서 보내준 과메기는 비릿하지도 않고 생미역을 그대로 김과 함께 싸서 소주 한 잔을 입에 탁 털어 넣고 한 입 가득 먹는 맛이란 캬 ~. 항상 너그로우신 어당팔 형님께 고마운 말씀 올립니다. 올 해도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한번 시간 내서 우루루 포항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승완씨 연애희망담(?), 영훈씨의 자발적 백수이야기, 허대장님의 천안 천도(본사를 청주에서 천안으로 옮겼습니다)와 여러 말씀들, 사막에 데려다 놔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제 얘기, 처음 만나 서먹하지만 즐거운 박대수님, 지난 주 꿈 프로그램에 다녀와 조금 수척해 보이시는 구선생님의 세상 이야기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주고받다보니 어느 틈에 각 1병씩 먹었습니다. 내일 산행을 위해 아쉽지만 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합류하기로 한 천안팀이 무주리조트 입구에서 막혀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하고, 콩나물국과 시레기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은 후 삼공매표소로 가 무주 투어의 주행사인 덕유산 등반을 시작하였습니다. 예정 코스는 [삼공매표소 - 백련사 - 향적봉 정상 - 산에서 점심먹고 - 중봉으로 하산 - 다시 백련사 들러 - 삼공매표소]로 오는 약 5시간 내외의 산행입니다. 자연스럽게 2인 1조로 맞춰지고, 구선생님과 허대장님, 영훈씨와 대수님, 승완씨와 제가 한 조가 되어 백련사까지 산책길처럼 편안한 등산로를 걸어갑니다. 참 보기 좋은 모습들입니다.

백련사에 도착해 간단하게 물과 귤 등으로 간식을 먹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겨울비가 와서 기대했던 눈꽃은 볼 수 없었지만 날씨가 봄날같이 따스해서 등산하기에는 그만입니다. 10분쯤 지나 벌써 등에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워낙 땀이 많은 체질이라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되 버렸습니다. 헉헉대며 오르는데 구선생님과 허대장님은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입니다. 역시 고수는 다르나 봅니다. 1시간 정도 후부터는 선두로 올라갔습니다. 후미에서 처지다 보면 더 힘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선두로 나서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나니 훨씬 낫습니다. 허대장님, 저, 천안에서 온 승호씨 이렇게 세 명은 승완씨까지 뒤로하고 정상까지 무사히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니 매표소에서부터 걸린 시간이 약 3시간 10분 정도 걸렸고 마지막 대수님이 정상에 온 것이 3시간 40분정도 걸렸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덕유는 한마디로 구름바다의 장관입니다. 1,614m의 중부내륙을 호령하는 덕유산의 자태는 끝도 없는 구름군사를 거느린 대장군 같은 느낌입니다. 필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 장관은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답니다. 아! 멋있습니다. 정상에 왔으니 소주 한 잔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족발에다가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제가 그만 취해 버렸습니다. 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라면과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서 천안팀이 가져온 인삼주까지 마셨으니 이젠 꼼짝없이 걸어서는 내려가지 못할만큼 되 버렸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중봉 코스는 시간관계상 어려워 다시 온 길로 하산하였습니다. 천안까지 과정은 저의 추태로 생략하겠습니다. 술이 웬수가 되 버렸습니다. 아 쪽팔림.

9시경 천안에 도착해 구선생님을 비롯한 서울 분들은 올라가시고 전 천안팀들이 모여있는 뒤풀이 장소로 가서 술 한 잔도 하지 않고 물만 먹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씻고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쉬이 잠이 오질 않습니다. 꿈같이 지나간 하루 같기만 하고, 지난 번 광덕산에 갔을 때와는 달리 힘들지 않고 정상에 오른 것도 꿈만 같고, 구선생님과 서예선생님 두 분이 만나신 것도 우연 같아 보이지 않고, 승완씨랑 많은 얘기를 나눈 시간이 너무 좋았던 긴 꿈 같기만 합니다. 그놈의 술만 아니어도 마무리 잘 했을텐데······ 쩝.

선생님깨서는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사람을 돕는다고 하십니다. 개인의 변화,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고 꿈을 찾아 나서는 많은 이들을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이번 덕유산행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선생님 혼자서만 변화를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꿈을 찾고 그 꿈에 자신의 힘과 노력을 더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그런 과정에 이번 산행이 조그마한 한 부분으로 덧붙여지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창조적 부적응자들의 희망찬 세상나기는 덕유에서도 튼튼하게 뿌리내렸습니다. 다음에는 태백으로 갈까 합니다. 태백산은 산을 찾는 이들이 한 해의 산행을 시작하는 곳이라 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절대 술에 지지 않고 잘 다녀와서 인사드릴까 합니다. 꿈을 찾아가는 하루의 변화를 산에서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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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2006.01.15 13:16:38 *.81.61.86
좋은 산행 다녀오셔서, 부럽습니다. 언제고 합류했을 때,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준비운동을 해야겠는데요, 워낙 게을러서 잘될지 모르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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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국
2006.01.16 08:24:44 *.224.156.254
포항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즐거운 일은 겨울철에 마음이 통하는 분들께 과메기를 보내는 일입니다. 저에게 그런 기회를 주시어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직접 들고 가서 허리띠 풀어놓고 한잔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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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2006.01.16 17:42:10 *.76.92.8
이번엔 남자분들끼라만 가셨나보네요..분위기(?) 좋~~았겠는데요..^^;...작년여름휴가때 지리산을 다녀오면서 '덕유산아! 내 금방 오리라'하고 다짐을 했었는데 아직 약속을 못지키고있네요! 못가서 넘 아쉽지만 담번 태백산행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네요..수고하셨구요..한주 시작도 힘차게 하시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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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1.17 10:01:19 *.97.228.61
안그래도 올 봄에 태백산에 함께 가기로 했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함께 가게 생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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