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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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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6일 11시 06분 등록
시간 관리와 하루의 기록

하루를 기록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오늘은 지난 1년의 기록을 차분히 되돌아보았다. 왜 하루를 기록하려 했을까? 왜 이다지도 관리하기 힘든 시간을 통제하려 했을까?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나와 하루 속에서 서로가 익숙해지기 위해서인가 싶다. 하루의 기록이 가져다 준 기쁨과 갈등, 좌절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방식 등에 대해서 같이 의견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다.

하루를 기록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재작년 여름에 읽은 한 권의 책에서 얻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황소자리 펴냄)’라는 책인데 구소련 과학자인 류비셰프가 자신의 시간관리를 적은 [시간통계노트]를 분석하여 그의 학문적 열정과 방대한 성과믈들의 비밀을 추적해 낸 다큐멘터리이다. 소련과 유럽에서는 출간 된지 30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아직도 대단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류비셰프의 지적 성과는 살아 생전 70권의 학술 서적과 12,500여 장의 논문과 연구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능성의 최대치를 사용하고자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나는 그의 학문적 성과보다는 철저한 시간 관리방식에 매료되었다.

류비셰프는 27세 되던 1916년부터 1972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일기를 거른 적이 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던 날에도, 전쟁기간에도,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답사 현장에서나 기차간에서도 일기를 썼다. 그런데 그 일기라는 것이 인문학적 감상이 포함된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한 일을 간단하게 나열하고 시간과 분을 계산한 후 옆에 다시 알 수 없는 숫자를 적어두었다. 사무적이고 지루한 대여섯 줄의 기록뿐이다. 일기의 핵심은 시간인 것이다. 일기에 사용된 언어는 단조롭고 지루할 뿐 다정한 느낌도 없고 나름의 생각도, 솔직한 고백도, 유머도 찾아볼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그런 식으로 쓴 일기, 즉 하루 동안 한 일과 그 시간을 기록한 ‘시간 통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고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도 없다. 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할텐데 ···, 살다보면 시간이 남아돌 때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떼우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기도 한다. 구본형 선생님께서는 그런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하루 단위로 즐길 수 있어야 인생을 잘살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하였다. 류비셰프처럼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기록하는 것 바로 휴식, 독서, 운동 등에 소비되는 모든 시간을 30분 단위로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류비셰프는 시간을 계산하고 통계내면서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몸속에서 끊임없이 째깍거리는 생물학적 시계를 느낌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필자가 류비셰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을 일기 기록에서 찾아내 확인한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처럼 되고 싶었다.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그를 통하여 나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그저 하루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방식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서 30분 단위로 기록된 나의 하루가 한 달, 1년 단위로 통계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나 자신을 모두 공개할 자신이 없었지만 그저 꿈을 이루는 과정에 투입된 시간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이조차도 가능할지 의문이었던 것 또한 그 당시의 솔직함이었다.

처음 두 달은 정말 열심히 하루를 기록했다.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30분 단위로 하루를 기록했고 그것을 한 달 단위로 통계를 냈다. 그저 기록만 했다. 무엇을 하던 한 그대로, 있었던 하루의 흐름 그대로 기록만 했을 뿐이었다. 이 경험은 적지 않은 성과를 주었지만 몇 가지 개선해야 할 과제도 던져 주었다. 먼저, 시간을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우선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가장 먼저 책 읽는 것에 시간을 배정해야 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정리해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무런 의미없이 함부로 낭비되는 대표적인 시간이 인터넷 서핑시간이다. 보통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만한 충분한 시간인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지나가 버렸다. 이런 오류를 수정하고자 마음먹었지만 날이 따뜻해지면서 나의 결심도 봄날 얼음이 녹듯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막바지 힘들었던 시간이 봄과 여름이었다. 사업을 하는 관계로 돈과 일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컸던 것이다. 의지는 의지대로 약해지고, 연구원 활동의 숙제는 나를 위한 놀이가 아니라 숙제로만 다가와 더운 여름이 더 힘들게 만들었다. 반전은 우연찮게 8월의 추사고택에서 일어났다. 완당을 대한 느낌은 나를 더 이상 그냥 막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초 변화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다시 되살아났다. 이젠 막연한 두려움에서 변화에 대한 신뢰와 장기전에 대한 준비도 갖춰지기 시작하였다. 하루에 대한 시간기록도 방식을 바꿔 계속하였다. 이전에는 단순한 하루의 기록에 불과했으나 이제부터는 조직화된 하루의 적극적 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과정에 먹고 살기 위한 밥벌이로서의 직업을 단절하고, 일과 가정이 하나로 만나고 직업과 삶이 하나가 되고 하루가 인생의 전 길이로 확장될 수 있도록 자유와 해방을 즐기기로 하였다. 자발적 백수가 되기로 한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전환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하루를 즐기고 지배하는 것, 나의 선택, 나의 사랑, 나의 꿈에 있어 한 점 흔들림 없이 가고자 결심하였다.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이런 과정으로까지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전적으로 시간기록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난 몇 달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이런 결심은 쉽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그 길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는 것과 실천을 행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인간이기에 부딪히게 되는 한계와 나약함을 어찌 다 이겨낼 수 있겠는가마는 서서히, 그리고 매번 스스로를 다잡고 인내하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스승께서는 그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그 증거를 난 믿는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증거가 되려한다. 시간을 기록하고 하루를 혁명적 전환으로 배치하여 꿈을 만들어가는 자신이 되려 한다. 그것의 시작은 하루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시간 관리는 나의 하루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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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2006.01.16 08:42:43 *.51.27.234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무너지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시 잡아 주시는군요.
월요일에 PC를 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이팅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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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2006.01.16 22:32:06 *.110.159.15
오늘도 변함없이 저의 의식을 바로 세워주시는군요.작년부터 하루를 거르지 않기위해서 열심히 일기를 쓰면서도 새어나가는 시간들이 아주 많아요.그래도 항상 후회...어제는 일기속에 사람 그림만 그려봤답니다 흐르는 시간에 반항이라도 하듯이..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고 화이팅 해 볼께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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