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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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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17일 00시 50분 등록
◎ 특이한 회사

무역회사의 쇼핑몰 제작.. 그리고 이어지는 퇴사..

무엇이 잘못됐는지 따지는 것을 떠나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버렸다. 또 구직활동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취업사이트에 매달릴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 거린다.
그렇게 해서 또 취업을 하면 뭐할 건가. 이러다가 사람 망가지게 생겼다.

그런데 그 무렵에 '기적'이 하나 일어났다. 이 곳에 그 기적에 대해 쓰지는 않으련다. 그와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쓰고 싶다. 또 연재를 하든, 단편으로 하든..

심신의 피곤함, 그리고 그 기적으로 인해 취업을 잠시 미룬다. 대신에 개인적으로 일을 받아 몇개의 사이트를 제작했고, 틈나는 대로 강사활동을 했다.

그리고는 몇달 공백을 가진 후에 다시 취업을 한다. 이것도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마음 먹으면 일단 들어가기는 하는구나..
그러고보니 그 회사에 면접 보러 갔을 때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보다 낮은 연봉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당사 사장님 약간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고 다시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 중 제일 낮은 연봉으로 고쳐 불렀다.

그래도 이번 회사는 (이전에 다녔던 곳에 비하면) 괜찮아 보인다. 유명한 포털 업체로 파견을 나간단다. 여지껏 조그만 회사에서만 일해 왔고 그렇게 규모가 큰 곳은 처음인데 과연 내가 적응할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잘만 하면 괜찮은 경력이 되겠다 싶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파견 회사로 가서 나와 같이 파견 나온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다. 인상들이 괜찮다. 회사에 대해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급여는 제때 잘 나온단다.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 한다. 나야 그것만도 감지덕지다. 그것 때문에 맘고생 안하는 것만도 진일보다.

전임자에게서 인수인계를 받는데 아직 다뤄보지 않은 것들을 다뤄봐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덧 새가슴 된 나.. 또 떨면서도 그러나 이내 금방 적응한다. 역시 이 분야에는 분명 재능이 있나보다.

내 전임자.. 일이 없어서 나간다고 했는데 정말로 일이 없다. 며칠간 출근 해서 퇴근할 때까지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모니터만 보다가 간다. 나외에 다른 직원들은 죄다 바쁜데 나만 한가한 듯 하다. 그렇다고 할 일 없는데 마냥 앉아있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칼퇴근이다.. 그 순간 뒤통수가 왜 그리 따끔거릴까..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쓸지도 모르늗데..

그래도 간혹 일이 들어온다. 무슨 무슨 이벤트 한다며 구현해달라고 한다. 대부분 2,3일정도 작업하면 뚝딱이다. 어쨌거나 임무완수.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주어진 일은 차분하게 끝냈다. 규모가 크고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보니 이전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낯설기는 했지만 적응하는데에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마무리 하려 했다. 그 회사 직원들도 그 점을 인정해 줬다.

그렇게 두달 근무하고 다시 본사로 복직을 한다. 너무 짧은 기간 일하고 복직을 한 것이다 보니 내심 불안하다. 일단 본사로 들어오면 일이 없다. 다시 파견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때까지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순전히 비용만 축내는 직원이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 생활 하루 이틀 계속 하더니만 무려 석달동안 지속 되었다. 그게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그 때 본 연구소(bhgoo.com)에서 연구원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고 회사일이 한가했던 덕에 때로는 회사에서도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3개월 후.. 다시 이전에 파견 나갔던 회사에 나가 근무.. 이번에는 같은 프로젝트에 나와 또 다른 사람, 두 사람이 파견을 나간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른 일은 아니지만 새로이 접해야 하는 기술도 있다. 업무량을 보면 최소 두달 짜리인데 기한은 한달..

며칠 밤을 샜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계속 야근. 그 회사 담당자가 미안해 죽을라고 한다. 나야 몸은 피곤하지만 내가 수고한 바를 인정해주니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젝트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함께 파견나간 동료가 워낙 업무수행을 못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나의 주가가 오르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한달 파견나갔다가 다시 본사로 돌아온다. 또 석달동안 예전처럼 아무 일 없이 자리에 9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퇴근하기를 반복..

또 파견 나가 이번에는 두달 일하고 돌아온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기술을 처음 접해 보았다. 3년 전 직업 교육을 받아본 이후로는 한번도 써보지 않았던 기술.. 그래도 막상 닥치니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나 싶더니만 이내 자리를 잡는다. 한참 재밌게 일할 즈음 또 돌발변수가 생겨 본사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는 또 두달이 흘렀다.
재밌는 것은 본사로 돌아와 아무일 없이 앉아 있다가 퇴근하는 일정이 여러 일 반복되도 회사에서는 나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각을 하건, 자리에 앉아서 잠을 자건 게임을 하건 어디 외출을 했다 돌아오건.. 그럼에도 특정일이 되면 급여는 쏙쏙 들어오고...

아니.... 내가 그렇게 이뻐 보이나? 아니면 불쌍해 보이나??
한번 물어보고 싶기는 한데.. 잘못 물어보면 괜히 덤터기 쓸 것 같고...

말로만 들으면 무지 복받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막상 겪어보면 그거 참 힘든 일이다. 회사에 갔는데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상황.. 급여는 제대로 나오니 안나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거 받는 날도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다.
이거 뭔가 잘못된거 아닌가?
사장님 표정을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긴 한데...
오히려 그게 이상하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언제 다시 파견나갈지 아직 모르겠다. 일언반구 말이 없으니... 회사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 받는 돈.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떳떳하지 못하다는 죄책감이 그에 못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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