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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8일 13시 40분 등록
<변화학 칼럼 33>

타는 목마름에서 샘솟는 기쁨으로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삶이란 밑 빠진 독일까?
한 때 나는 내 마음을 ‘밑 빠진 독’이라 여겼다. 물론 처음에는 깨진 독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무엇이든지 쉼 없이 채워 넣으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채워지는 느낌이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어느 날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이런! 밑이 뻥 뚫려있는 것 아닌가! 난 콩쥐처럼 마음의 독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그 뒤로 한동안 텅 빈 항아리 속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동안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다!’는 덧없는 공기만이 빈 독을 채우고 있었다.

결핍(deficit)과 부족감(insufficiency)
우리는 변화하기로 결심한다. 무엇때문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 많은 경우 그것은 필히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먹을 것과 잘 곳이 없어 생존을 위협받는 절대적인 결핍상태도 있지만 사회적 인간에게는 상대적 결핍감이 함께 한다. 그것은 돈과 물질로 대표되는 유형의 가치일 수도 있고 사랑이나 인정, 자존심 등으로 대표되는 무형의 가치일 수도 있다.

쉽게 나눌 수 없는 것이지만 편의상 개체유지에 필요한 것이 부족한 상태를 ‘결핍(deficit, lack)’이라고 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부족감(insufficiency)'이라고 구분해본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저 마다의 '부족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저 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을 컴플렉스라고 불러도 좋고 멋드러지게 욕망이라고 불러도 좋다. 누군들 예외가 없다. 그것은 힘, 사랑, 인정, 명예, 지식 등 여러가지이다. 그 부족감이 나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왜곡시키고 나에게서 나를 멀어지게 하는 분열을 낳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잠시 잊어버린다.

밥을 먹으면 허기가 가시는 것처럼 결핍은 쉽게 충족이 된다. 이와 달리 상대적인 '부족감'은 채울수록 그 그릇도 덩달아 커진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그래서 더 큰 충족을 위해 더 많이 채워 넣으려는 ‘만성적 부족감(chronic insufficiency)’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위가 찼다는 생체의 신호를 지각하지 못하고 계속 먹는 행동을 반복하는 폭식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사랑을 하면서도 계속 '나 사랑하지?'라고 반복적으로 묻고 또 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채워도 채워도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그 느낌!


나를 채울 것인가? 나를 드러낼 것인가?
결핍과 부좀함은 모두 목마름(thirst)과 갈망(craving)을 낳는다. 그것은 강력한 생의 동기가 된다.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갈망감이 절실할수록 우리는 서두르고 급해진다. 때로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어리석게 만든다. 이성을 마비시켜 양잿물도 식수로 착각해서 들이키기도 하고 갈증만을 더 낳는 탄산음료를 마시기도 하며 냉수를 먹다가도 체하기도 하게 된다.

누군가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끝없는 부족감으로 삶을 마감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근본적 물음 앞에 부딪힌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삶의 부름을 받는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 속으로 내면의 여행을 떠난다. 그 길은 자신과 멀어진 거리만큼 때로는 고달픈 여행이 될 수 있다. 마침내 여행 속에서 내면의 가치를 만났을 때 우리는 가장 자신다운 자신이 되기 위해 다시금 외면의 여행을 나선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이를 ‘존재의 욕구(Being need, B-need)'라고 불렀다. 나 역시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만드는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의 욕구가 우리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부족감과 충만감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나아가려 할 때 오래 동안 짊어진 ‘난 부족해!’라는 부족감의 바위덩어리를 벗어버릴 수 있다. 그 곳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지금껏 맛볼 수 없었던 ‘충만감(fullness)'이라는 기쁨을 얻게 된다. 그것은 정상에 도착해서 얻게 되는 '정복감'이나 '승부욕'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리듬으로 산에 오르며 풍광을 만끽하는 만족감이다. 그렇다고 충만감은 산기슭 아래 계곡에서만 편하게 쉬면서 '저 고생을 왜 해!'라고 바라보는 편안함에서 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안정상태(steady state)’가 아닌 더 나은 자신과 우리를 위해 기쁘게 나아가는 ‘역동적 균형상태(dynamic balance state)’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느낌인 것이다. 부족감은 자신을 소진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충만감은 자신을 채워가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샘물을 떠낸다고 그만큼 줄어들던가? 부족감은 즉각적인 만족을 위해 아무 물이나 마셔대지만 충만감은 미래와 우리를 위해 우물을 파게 만든다.

'목마름을 살펴보는 자가 우물을 판다.'
부족감을 채우는 것을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감이 나쁘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핍과 부족은 정도껏 채워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살펴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만두라고 그만둘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내가 무엇때문에 이토록 '타는 목마름'을 간직하는지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물 마시고 돌아서서 느끼는 이 갈증이 정말 갈증인지, 방금 먹고도 배고프다고 느끼는 이 느낌이 배고픔인지를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내가 채우려는 항아리가 밑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확인해보라! 강박행위 처럼 반복되는 내 삶의 자동화된 패턴에 강한 의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판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목마름을 살펴보는 자가 우물을 판다.’

항아리에서 샘으로
지금 나에게 마음이란 더 이상 ‘깨진 독’이 아니다. 마음이 바뀐 어느 순간 ‘깨진 독’은 사라지고 맑은 물의 샘이 솟아나고 있다. 앞으로 또 삶이 내 앞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 삶은 그렇다.

‘‘모든 것이 새롭고 또 새롭다!’

*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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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2006.02.02 05:35:42 *.227.187.60
" 충만감은 '안정상태’가 아닌 더 나은 자신과 우리를 위해 기쁘게 나아가는 ‘역동적 균형상태’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느낌인 것이다.
충만감은 미래와 우리를 위해 우물을 파게 만든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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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물을 파기위해 한달 동안이나 이 홈을 낮과 밤을 그리고 새벽까지넘나드는 40대 아줌마입니다.

무식이 용감이라는 슬로건을 가슴에 달고 냉철한 사고와 분석력보다는
경험하고서 이해하는 ESFP형입니다. 낯선사람에게 나를 더 내보이는형이죠. 방송통신대 교육과를 2월에 졸업합니다. 늦깍이 공부도 이러한 성격때문이였는지...졸업과동시에 또 하나의 시작을 생각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상담을 하기위해서 몇번을 쓰고 지우고.... 선생님들의 권하는 책과 영화, 성격검사...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슴에 빈그릇하나 두고서 담아보았습니다. 나의 욕망을... 첫사랑, 명예, 부, 인정,지식
오르지 못할 결핍의나무 몇 그루를 마음에....... 잘 체합니다. 토하고,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며 검은 피를 토해 냅니다. 하루 이틀은 금식합니다. 몸도 가볍고 위도 편합니다. 이처럼 비우면 가볍고 편안합니다.

매력,책임,최상주의,포괄성,연결성.... 저의 5대강점이였습니다.
성격검사와 강점은 우연이아니라 필연으로 나의삶을 함축시켜버렸습니다. "얼음이 병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을까요? "

님에 말처럼 '나 아닌것' 에 전념보다는 ' 나 의것' 에 대한 전념을 향해 우물을 파려합니다. 불혹의(40) '영'은 'ㅇ' 안을 체우는 또 하나의 작업을 시작하는 의미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볼렵니다.

그런데..................
아직은 결정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감이 부족하기때문입니다.
나만의 전문성을 찾아서 공부를 시작해야하는데..... 공부는 나의것이 아닌것 같아서 이기때문입니다. 또 진정 내가 하고자 하는것은 관광통역과 여행에 관련된 방향인데.... 가정을 위해서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선택보다는 협상이군요.
아이들과 함께할수있는 시간을 연장하기위해서.... 초딩의 두아이를 사랑하기때문에 함께 공부를 하고자...... 상반기에는 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있습니다. 후반기에는 공인중개사를 2년정도의 기간으로 준비할려합니다. 이것이 나의 현실에서 할수있는 최선의 선택인것같습니다

무엇때문에 목이 타는줄은 압니다.
하지만 차선의 두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할수있다면 그것으로 열정을 쏟아야 하지않을까요?

님의 변화 칼럼으로 촉촉한 이슬비를 맞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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