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황명구
  • 조회 수 1699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6년 2월 20일 14시 59분 등록

최근 1년동안 고민하여 나름대로 찾은 후반기 삶의 방향을 이미 실행하고 계신분이 계시네요. 아래글이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저는 한 2년 정도 시간을 두고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를 해볼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는 2년전 혼자서 유럽 베낭여행을 다녀 왔었습니다. 아래 주인공이 말씀하신 시작을 위한 준비(여행)는 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갔다와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저 그렇게 남들처럼 살아왔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혜택이라고는 그저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 뿐.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은 하루하루 고달프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근검절약.
그러기를 25년.
직장에 얽매인 삶을 오랫동안 살다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수동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변했지만 다행히 가난의 굴레는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아들은 특별히 과외를 하지 않았어도 공부를 잘 해 주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살아오는 것을 곁에서 보면서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는지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다행히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을 하였을 때 우리 부부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보내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였지만 학비가 저렴하고 이곳저곳에서 장학금을 많이 받다보니 부모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되었고,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군 입대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졸업식에는 참석도 하지 못하고 논산에 입대를 하여 훈련을 받았는데 다행히 카츄사로 선발되어 군복무를 마치고 얼마 전 제대를 했습니다.

미군들과 생활하면서 익힌 영어실력 덕분인지 어땠는지 제대하자마자 미국계 기업에 4차의 인터뷰 과정을 거쳐 취업이 확정되어 곧 근무지인 홍콩으로 출국을 할 예정입니다.
자식이지만 정말 고마울 따름이지요.

25년간의 직장생활은 사람의 습관까지도 바꾸어 놓았지요.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적으로 출근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는 다람쥐 챗바퀴같은 생활은 변함이 없었지만 가끔씩 들려지는 친구들의 창업소식이나 대박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설레기도 하였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직장생활에 대한 지독한 염증.
이렇게 살아야하나 하는 상실감에 가득찬 한숨소리.
나이가 들어갈수록 증세는 심해졌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진 것은 집 한채와 약간의 은행저축.
저것을 몽땅 털어 창업을 해 봐?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에 빠져있던 어느 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7개월전이었습니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갑자기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니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안이 벙벙해했습니다.
내가 그만두면 그 일을 누가 하느냐고...
참 그러고보니 저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네요.
저의 직업은 기계설계.
그 중에서도 정밀 자동화기계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연필로 제도판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트레싱지라는 투명한 종이에 먹물로 옮겨 청사진을 해서 도면을 그리다가 복사기의 출현으로 청사진은 사라졌고 약 10여년전부터는 컴퓨터 설계 일명 캐드라는 방식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더니 지금은 3차원 설계 방식이 보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시대의 흐름에 거역할 수 없어 10년 전에 독학으로 캐드를 배워 지금은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5년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여행.
25년간 한결같이 아내가 요구한 것이 바로 여행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도대체 여행이 어떤 것이길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간다는 말인가?
회사에 근무할 때 업무 때문에 여러차례 외국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부부만의 해외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선택한 나라는 일본.
여행사에 가서 호텔팩으로 계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계약서를 보여주었지만 아내는 글쎄? 갈수 있을까요? 반신반의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25년간 수십차례 여행약속을 부도 내었으니 말이지요.
일본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태국과 캄보디아 앙코르왓트를 여행하였고 내친김에 친구부부와 같이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 퀼른 대성당을 보고 코블랜드에서 마인즈까지 8시간의 라인강 크루즈를 통해 독일의 고성을 구경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역에서 파리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이동후 파리에서 많은 곳을 구경했습니다.

센강, 에펠탑, 루브르미술관, 오르쉐미술관, 몽마르뜨언덕, 베르사이유궁전, 노틀담성당, 화가들의 언덕, 샹젤리제거리, 개선문, 방돔광장...
25년간 고정된 틀속에서 살아가다가 2개월간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점은 단하나.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무엇이 그런 생각을 굳히게 했는지 모르지만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즉시 창업을 했습니다.
프리랜서의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투자비는 거금 40만원.
사용하던 컴퓨터의 구형 모니터를 LCD 20인치로 바꾸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각종 구인광고 사이트를 검색하여 저의 경력과 안내장을 메일로 보냈지요.

물론 프리랜서로 시작할 때 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요구로 받던 봉급의 40%만 받기로하고 필요할 때 설계작업을 해 주기로 한 계약이 큰 힘이 되었었지요.
그래도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 드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과연 나에게 누가 일을 줄 것인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업종의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기를 2개월 정도 했을까요?
마침내 처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지금 7개월 째.
지금은 일이 밀려 매일 밤 11시까지 일을 해도 감당이 안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정급을 받고 일을 해주는 회사가 2개있고 나머지 시간은 주문된 일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혼자서 많은 일을 하려니 힘이 많이 들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가장 좋은 점이라면 <출근시간>이 사라진 것입니다.
25년간 올빼미 스타일의 나를 너무너무 괴롭혀왔던 <아침 출근시간>
그것에서 마침내 해방이 된 것입니다.

요즘은 거의 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작업이 끝난 도면파일은 해당 회사에 메일로 보냅니다.
어쩌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 회사로 가서 해결하면 됩니다.
옛날 공상영화에서나 보았던 일들이 지금 나에게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제조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중에서도 기계 제조업은 더욱 힘이 듭니다.
설비투자가 없으면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십년 해오던 일인데 회사의 문을 닫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젊은 현장 기능공을 구하는 일이 더 힘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공의 평균 나이가 50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일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 정규직을 고용하여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가 감당이 안되다보니 저같은 프리랜서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향도 많습니다.
거기다 저에게는 무형의 경험이 많다 보니 서로에게 유익합니다.

지금 밖에는 비가 오고 있지만 저는 바쁘게 마우스와 키보드로 일을 합니다.
지금 4개업체의 일을 맡아 하고 있는데 컴퓨터가 아니라면 아마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2군데서 추가로 연락을 받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책상에는 자그마한 인티앰프와 튜너 그리고 북셀프 스피커를 셋팅하여 좋은 음악을 들으며 생머리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여행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평소 건강을 위해 금연 금주해 왔던 저의 생활방식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돋보기가 아니면 신문을 못볼 정도인데 저는 아직도 눈이 생생합니다.
하루 12시간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어도 그렇게 힘이 들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할 예정입니다.
최고의 노후대책은 <창업>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여행... 그리고 위력적인 힘을 가진 인터넷.
거기다가 좋은 음악...
저같이 소심하고 머뭇거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랑이 아닌 좋은 경험담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십시요.
한쪽 문이 닫히면 반대쪽 문이 반드시 열린다는 것을 늦게 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IP *.94.41.89

프로필 이미지
천장거인
2006.02.20 15:38:52 *.238.209.55
역시, 인터넷의 위력적인 힘 앞에는 거인의 힘도 무용지물 이었습니다.
10년 이내에 지금 블루칼라가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을 인터넷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깨달음과 동시에 준비를 하여 성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언제라도 꿈을 가지고 도전을 한다면 늦는 법이 없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자로사랑
2006.02.21 06:31:44 *.118.67.206
와! 너무 멋집니다.
변화를 몸소 실천하신 용기도 용기거니와 부부가 함께 여행한 것도 정말 좋은 모습이십니다.
게다가 자식분도 나름대로 좋은 길을 가고 있으니...
무엇보다 과감한 선택과 그 선택의 기다림 그리고 아름다운 집중이 가슴이 뭉클합니다.
2개월이 짧기도 하겠지만 기다려보지 않은 이들은 그 시간의 초초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자주 들리셔서 후배들이 감동먹을 삶의 흔적들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귀한자식
2006.02.24 01:59:09 *.229.28.221
저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
저분과 같은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