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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7일 11시 07분 등록
외도

지난 주 내내 바쁜 일거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준비를 하고 책도 보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저런 논의와 준비로 눈 코 뜰 새가 없었답니다. 아주 잠깐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다 보니 꽤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누가 친정에 온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것 같은 느낌이죠.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마음입니다. 지금 글을 쓰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이 좋은 것을 놔두고 무슨 일 이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워낙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촐랑대기도 하지만 이번 일은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이거든요. 작년 언제쯤인가 친구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운동을 할 때 만난 집사람 선배인데 저랑 사업을 같이 했었죠. 찾아보니 이렇게 적었더라구요.

“평생을 같이 하겠다고 약속한 친구가 있었다. 15년 전에 만나 열정적인 20대를 함께 보냈고 30대 초반을 같이 지낸 친구였다. 교사가 되고 싶어 했고 돈 벌면 고등학교를 세우고 싶어 했던 덩치 큰 그러나 마음은 착한 친구였다. ······ 학생운동을 한 후 교사로의 발령은 포기하고 몇 군데 직장을 다니다 나랑 사업을 같이 하기로 결정하였다.
97년 1월 11일 우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였고 몇 달 동안 고생을 죽도록 하였다. IMF가 우리라고 비켜갈 리가 있겠는가. 가지고 있는 차를 팔면서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바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분석과 새로운 사업파트로의 전환이 매 시기 적절하게 우리를 일어설 수 있게 하였다. ······ 5년전 친구는 IT업을 해 보고 싶다면 독립의 생각을 말했을 때 기꺼이 도왔고 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더 바랬다. 1년이 지난 다음 서울로 사업 근거지를 옮겼고 ······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서로가 성공할 줄만 알았지 세상 어려운 줄은 몰랐다.
1년 전에 천안으로 다시 내려와서 열심히 노력하던 그 친구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 무엇이 그 친구를 어렵게 만들고 사업까지 접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면 속이 아프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공언했던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나를 포기하고 내가 가진 것을 정리하고 그와 함께 무엇이던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인가? 내가 그와 함께 남은 삶을 같이 하는데 무엇이 내 마음을 주저하게 하는가? 또 다른 실패를 두려워하는가? 누가 있어 그가 기댈 언덕이 되어 줄 것인가?
심란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하루 종일 서성이기만 하였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사무실을 정리한다고 하는데도 가 보질 못했다. 전화만 하고는 다른 말은 하질 못하고 끊어 버렸다.
양평에서의 기억이 새롭게 생각났다. 그가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그의 기질과 장점이 무엇이더라... 그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의 기질과 장점을 살리고 하고 싶어 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될거야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거지 뭐. 나의 1년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그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자. 내가 가진 것을 다 준다 하더라도. 내가 그를 도와 그가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이 아픔이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가르쳐 줄 것이다. 양평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그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내가 있어 그가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한잔 하자고 전화하고 지금 나가야겠다. 그를 뜨겁게 안고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오늘이 그가 문 닫는 날이다.”

2005년 3월 31일 올렸던 내용입니다. 그 친구는 그 이후 다른 직장에 월급쟁이로 일하다 얼마 전 다시 내려왔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어떡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다 괜찮은 아이템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이 일이 그 친구와 잘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긴 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그 친구와 제가 같이 비즈니스를 했을 때 잘 되었다는 예전의 기억이 일을 저지르게 하였습니다.

외도라고 표현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만큼은 이 일은 외도임이 분명합니다. 제가 가야 할 본업은 자로의 길이므로 이 일이 당분간은 본업을 방해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길지는 않을 겁니다. 한 달 정도면 이 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 입니다.제가 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던 친구입니다. 그가 있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더한 것을 원한다 해도 저는 주저 없이 했을 것 같습니다. 잘 되기를 바라고 당근 이 일이 잘 되어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 때 생각했던 그대로 저의 1년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그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면 그래서 그가 기댈 언덕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을 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제가 가야 할 길을 가려 합니다.

IP *.118.67.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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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거인
2006.03.07 18:08:39 *.238.209.248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중에는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구분의 실패경험도 성공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분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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