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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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 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 지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돌연 타인들 틈에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거기에 그렇게 지키고 서있다
날 건드리곤 했다. “
- ‘시(詩)’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평양을 향해 1 시간 정도 가면 이슬라 네그라 Isla Negra (‘검은 섬’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가 나오고 그 해변에 그가 마지막 머물던 붉은 집이 있습니다. 그의 침실은 그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어요. 동쪽으로 난 커다란 창을 통해 태평양의 물결이 보이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아침마다 태양이 그를 애무할 때 잠에서 깨어나곤 했답니다. 그의 침실은 하늘과 바다 사이 신비로운 우주에 떠 있는 듯 합니다. 이곳에서도, 발파라이소의 또 다른 집에서도 푸른 바다를 보며 바다 빛을 닮은 초록빛 잉크로 시를 썼다는군요. 시를 쓰기 전에 손을 씻고, 다 쓴 후에 다시 손을 씻는 경건한 자기만의 의식을 거쳐 시를 썼다는군요.
19살에 입문하여, 불타는 정념을 어쩔 줄 모르던 청년이 노벨 수상자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요. 외교관과 망명과 투쟁 그리고 떠돌이로 살다 이슬라 네그라에 돌아와 바다를 보며 시처럼 살다 죽었지요.
봄을 닮은 시의 첫 부분을 옮겨 놓습니다.
“여자의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
너를 내어 주는 모습은 꼭 이 세상을 빼어 닮았구나.
우악스러운 농사꾼 내 몸뚱이는 너를 파헤쳐
대지의 밑바닥에서 자식 놈이 튀어 나오게 한다 “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 첫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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