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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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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4일 13시 32분 등록
요즘 신영복선생님의 '강의'를 읽으며 고전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습니다. 코리아니티 경영을 읽으며 어쩔 수 없이 저는 동양적인 사고를 가진 한국인일 수밖에 없음을 선명하게 깨달았었습니다.

저는 눈에 익지 않고 읽기조차도 어려운 한자라는 형식 앞에서 쩔쩔매다 자신의 부족한 참을성만을 확인한 채 고전으로부터 도망친 전과, 별이 몇 개 있습니다. 그런 저도 '강의'를 읽으며 비로소 사면 받을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읽기가 우렁이의 더듬이 만큼이나 조심스럽습니다. 넘긴 책장을 빙 돌아 다시 가곤합니다.

평범한 껍질 속에 빛나는 속살을 숨기고 있는 고전의 지혜와 신영복선생님의 삭을대로 삭아서 휜 무명천에 베어나오는 사상과 철학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지는 것은 그 사회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학이 없는 사회는 결국 천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정글로 변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인류사상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정신들은 잃어버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제' 없는 천민자본주의만 받아들여 오늘날 정신이 궁핍한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류역사상 철학이 무너지고 정신이 궁핍한 사회는 그 엄청난 사회적 경비를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 같이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로마가 그렇고 원나라가 그렇고 고려가 그랬습니다.

철학의 빈곤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지불을 발생시킵니다. 요즘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최대의 정치적인 화두로 떠오른 양극화가 그 좋은 예입니다. 천민자본주의가 모든 가치를 점령해 버린 사회에서는 철학의 빈곤으로 발생한 모든 사회적인 부담을 국가가 고스란히 지게됩니다. 결국 철학 없는 물질적 성공은 인간의 정신을 빈곤하게 만들고 그러한 정신적 빈곤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타락을 불러옵니다. 국가 구성원들의 타락 속에서 국가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균형을 잡는데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철학의 개념을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하면 곧 그 사회의 정신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의 빈곤은 정신문화의 빈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화가 곤궁한 사회는 야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야만은 인간이 살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나 척박한 땅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걱정할 때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철학의 빈곤이며 또한 인류 사회를 걱정할 때도 가장 근심스러운 것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철학 없는 자본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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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4.15 19:17:43 *.18.196.45
이종승님 언제 한번뵐 수 있을까요

저도 강의를 읽는 데 어려운 책의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물질은 정신의 하층이라 봅니다. 물질만능이 팽배해도
정신의 성숙앞에는 굴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물질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정신을 함양하는 노력에
모든 것을 기울여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마 우리 연구원 모든 분들은 국가가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에 우리의 개인적 비용을 지불할 역량있는 사람으로 남을 것을 확신합니다.

물론 수양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우리 문화속에 융화되기를 바라면서
이종승님의 건승을 빕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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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4.16 21:23:27 *.118.67.206
철학의 빈곤, 천민자본주의의 득세, 신자유주의와 주주자본주의의 공세, 양극화, 사회문화의 척박함 ...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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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4.19 22:45:02 *.148.138.182
종승님,
저는 신영복 선생의 '강의'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한없이 작아지는 저를 느꼈습니다. '철학의 빈곤'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철학을 읽어내지도, 더군다나 해석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만 했거든요-.
하지만, '그래, 뭐. 지금부터라도-, 읽는 동안만이라도-, 지금 이순간의 나를 위해-' 라는 생각을 하니 훨씬 편안하게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답니다.

'철학의 빈곤'의 시대에 거창한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주어진 내 앞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것-, 작은 일에 충실한 것-, 그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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