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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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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4일 22시 28분 등록

네 가지 키워드-자연, 문화, 공동체, 실버

1. 자연
나는 어디에서나 나무와 돌을 보면 쓰다듬고 싶어진다. 들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이맘때 삐죽 고개내미는 빠알간 새 순을 사랑한다. 젊은 날의 나는 서울출신이면서도, 도시에서 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타고난 촌사람’이었다. 지금은 오랫동안 소읍에서 살다보니 한정적으로 도시생활을 하고싶기도 하다. ‘문화’에 목말라서.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정적’이다. 요즘 아이들이 하루종일 흙을 밟지 않고 생활할수도 있다는 것이 무섭다. 나는 하늘과 땅이 보이는 곳에서 나무처럼 비와 바람을 맞아야만 하는 자연인이다.

2. 문화
넓게 보면 문화를 ‘모든 형태의 생활양식’이라고 한다. 고급이니 하위니 하는 분류가 있을 수 없고 모든 문화가 존재의의를 갖는다. 그 광범위한 문화의 스펙트럼 안에서 내 눈길에 띄는 것은 전적으로 ‘마음의 작용’이다. 삘이 와야 한다.
글, 그림, 사진, 건축... 내세울만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꼭 많이 알아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무런 잇속없이 내 마음이 가는 것, 저절로 미소가 피어오르게 하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모종의 아름다움’이다. 천편일률적인 한국적인 일상, 한국적인 성공의 의미에 ‘문화의 세례’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3. 공동체
가족이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부양책임’으로 전락한다. 친구관계가 ‘발전적 의미’를 도외시하면 킬링타임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내가 추구하는 공동체는 순박한 의미에서, 공동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결속의 정도는 아주 탄력적이다. 우리 연구소도 공동체이다. 몇 가족이 의기투합하여 모여 살면서 일련의 활동을 해나갈수도 있다. ‘모여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사회적 가치에 헌신할 수 있다.

인터넷의 음악동호회에서 만난 그룹이 노후를 함께 보낼 계획을 세워 몇년 간 준비한 끝에 펜션 일곱 채를 함께 지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모여 있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한 숙박업자에서 음악공동체로 거듭 날 수 있었다. 악기박물관을 건립하고, 정기적인 음악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 그들이 사소한 차이를 지양하고 대승적인 협조 아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구상하는 공동체도 비슷한 형태이다. 우선 자연이면 자연, 문화면 문화, 실버이면 실버... 공동의 관심사가 필수이다. 몇 개 요소의 조합도 가능하다.

4. 실버
세월은 어처구니 없을 만큼 빨랐다. 적지않은 나이에 내가 도달한 요만큼의 ‘입지’에 당황한다. 다행히도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우리들의 삶은 쭈욱~~ 계속된다. 자식에게 노후를 기대하지 않는 자의식 강한 노인세대에 관심이 있다. 대단한 노인문제 전문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의 문제를 한 번 조명해 보겠다는 것이다. 나이든다는 것은 누구나 처음 밟아보는 땅이다. 그 새로운 땅에 도달한 자의 소회를 그려보고, 연대하고, 필요하면 행동까지 해야 하리라.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젊은이 편중 경향은 다소 심하다. 강희재라는 작가가 티벳에 매료되어 책을 계속 펴내고 있다. 티벳에서는 작은 규모의 이주촌이라 해도 학교가 있을만한 곳이면 ‘노인들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이루는데 일조한 노인들을 외롭게 떠나도록 홀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의도적으로 양로원이라는 표현을 피했다. 새로운 개념을 담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의미있는 조합들

1. 자연 +문화
자연 속에서 생계를 해결하면서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보리밥집이나 카페, 펜션 혹은 경영연구소 수련관도 가능하다. 도시외곽에 위치하여 소박한 전시공간을 확보하든지 청소년이나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학교도 가능하다. 자연 속에서 문화를 누리고자 하는 이런 형태는 전국적으로 꽤 산재해 있을 것이다. 단지 개인적인 취향이나 호사취미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형태로 공헌하기 위해서는 ‘모여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공동체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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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연 +문화 +공동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감히 ‘성공적인 관계’를 구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다운 아버지를 가져서 아이다운 성장기를 거친 사람이 다시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닐까, 소문난 가족주의자 이윤기의 산문을 보면 부러운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경제감각이 없는 젊은 날의 이윤기를 ‘집요하고도 철저하게 조련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배울까봐 한번도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는 아버지, 반드시 hugging으로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만나는 가족이 나온다.
나는 가족이데올로기보다는 가족의 다양성을 더 수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지 ‘친밀한 관계’는 기본이다. 또한 사람은 가족외의 ‘친밀한 관계’를 추구한다. 비슷한 기질과 비슷한 관심사로 함께 대화하고 웃으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자연과 문화라는 공통 관심사에 대해 함께 대화하며 즐기며 무엇인가 창조해내는 ‘관계망’을 맺을 수 있으면 참으로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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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연 +문화 +공동체 +실버
중산층 실버공동체의 이론과 실제를 겸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 자의식있는 젊은 노인들이 양산되고 있다. 젊은 날의 사회활동과 직장경험으로 만만치 않은 연륜과 생활철학을 지닌 그들은 단순한 생존 이상의 노후를 요구한다. 문화가에 Gray Power가 등장했다는 뉴스를 유심히 본다. 국가도 자식도 그들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의미있는 노후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문제이다.
마음은 젊되 몸이 늙어가는 ‘젊은 노인’에게도 새롭게 시작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추억과 경험을 반추하는 것만이 아닌 현재진행형과 계획된 미래가 필요한 것이다. 경로당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프로그램보다 훨씬 자율적이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과 새로운 교우관계도 필요하다. 세계에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早老를 강요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아니든가, 당사자의 시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1세대
노인의 대변인이 되고 싶다. 전면적으로 생업과 주거환경을 함께 하는 공동체로부터, 노인대학 형태 혹은 일 년에 몇 번 여행이나 취미활동을 함께 하는 공동체 등 다양한 수위의 공동체가 가능하고 필요하다. 재미있고 역동적이며 발전적인 노후생활에 대한 메뉴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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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4.15 18:49:21 *.18.196.45
한명석 선생님 안녕하세요
관심있는 키워드 잘읽었습니다. 정말 글을 잘쓰세요.
자연, 문화, 공동체 모두 좋은 용어고 앞으로 하시는 일에 핵심요소입니다만 젊은 사고로 가득찬 지금 노인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아닌가요? 우리는 오늘을 열심히 살다간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읽을 책이 피터드러커인데 그는 96세의 삶을 살았지만
자기가 한번도 늙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 살다가
사라진것이죠. 저는 그런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석 선생님도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시간을 잊은..
그리고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육체적 변화를 잊어버린.. 그런 멋진분으로 남기를 소망해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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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4.16 00:31:02 *.81.61.254

늦게 시작하는 연구활동인 만큼, 나름대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는 ,연구분야일 뿐입니다. 피터드러커나 베르디처럼 연령을 초월한 청년정신에 대해서도 사례를 모아봄직 하지요. 주도적이고 역동적으로 남은 시간을 거머쥐기 위해 건강검진부터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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