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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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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7일 13시 43분 등록

나는 주로 전철에서 책을 읽는다. 전철을 타는 시간은 출퇴근할 때 2시간 정도이다. 자리에 앉을 때는 물론 서 있을 때도 읽는다. 처음에는 서서 책을 읽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소소한 내용이 아니면 읽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습관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전철 출입구로 들어설 때면 무가지(無價紙)의 유혹을 받기도 했다. 무가지는 종류도 다양해서 만화와 스포츠 기사로 각기 전공분야를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출근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는 데에는 매우 적합하다 할 수 있다. 2~3개를 가지고 타면 내릴 때까지의 읽을 거리가 보장된다. 그렇긴 해도 대부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기사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가능하면 무가지의 작은 유혹을 떨쳐 버리려 한다. 특히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스포츠신문이 선반 위에 올려졌을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자리에 앉으면 ‘잠’이라는 무가지보다 조금 큰 유혹이 나를 기다린다. 전철에서 특히 출근시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열에 여섯, 일곱 명은 잠을 청하고 있다. 나 역시 거기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MP3가 잠을 쫓아내기 위한 첨병으로 등장한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 잠은 이내 사라진다. 독서와 음악이 하나가 되는 혼연일체의 과정을 거치면 어느새 독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쏟아지는 수면 공세를 피할 수 없을 때에는 눈을 지긋이 감고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이제는 책에서 감명 깊은 부분이나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연필로 밑줄을 긋고 있다. 사람도 많고 흔들리는 전철에서 밑줄을 긋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곳을 넘어서거나 이상한 선으로 연결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밑줄 쫙’ 내공이 쌓였다. 가능하면 출입구를 피해 사람이 적은 전철의 중간 부분이나 기댈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물론 좌석에 앉았을 경우에는 자유로운 밑줄 긋기가 가능하다. 한때는 시험공부 한답시고 자리에 앉아 공업수학 미적분 문제도 풀던 내가 아닌가…

대학시절부터 아니 재수학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전철을 계속해서 타다 보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사를 가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책이 출퇴근 시간을 유익하게 해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내가 하루 중 2시간을 마음 편히 쓸 수 있을 때는 출퇴근 시간이다. 책 읽기에 제격인 것이다.

시간 날 때 조용한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겠다. 전철은 책 읽고 사색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다.

책 읽기를 즐겨야겠다.
자투리 시간에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IP *.99.2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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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4.17 17:39:49 *.248.117.3
제가 그렇게 책을 읽었고 읽고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가르쳐드리면
전 경로석, 그러니까 칸과 칸 사이 벽에 기대어 주로 읽습니다.
중간에 앉는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맘 편하게 기대어 갑니다.
좋은 문장에는 밑줄보다는 괄호를 치고 그 페이지를 삼각형으로 접습니다.
나중에 독후감쓸 때 책에서 인용한 부분을 적기가 수월해지지요.
밑줄치기는 줄 긋기가 힘들어서리..
멋진 단어에는 동그라미를 칩니다.
그리고 전철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10분동안 핵심내용을 곱씹어봅니다.
가끔은 독후감이나 칼럼쓴 내용을 수정하면서 가기도 하지요.
장소가 무슨 상관입니까?
나만의 소중한 시간이 있다는 게 중요한거죠.
좋은 노하우가 생기면 지식공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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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06.04.17 19:46:41 *.62.107.130
자투리 시간에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동감×100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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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4.18 07:35:24 *.228.100.50
오병곤의 자세한 팁에 감사드립니다. 한수배워갑니다. ㅎㅎㅎ

조윤택 선생님의 글을 보니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 재미있군요.
저의 경우 5호선과 1호선을 타는데 5호선에서는 무가지 신문의 영어섹션만을 보구요. 1호선에서는 재가 읽고 싶은 책을 보지요. 가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읽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카세트 라디오를 통해 제가 듣고 싶은 분의 강의를 듣는답니다. 목적이 생기면 자투리 시간도 귀한 보물로 여겨지죠. 지금 제주에 가족 여행을 왔는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 소개할께요.
어머니 왈 " 너희들이 어렸을 때 기차타고 가다가 똥을 싸서 치울 때가 좋았는데, 그때는 젊었으니까" 라고 하시더라구요.

젊음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말씀으로 제 가슴에 깊숙이 박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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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6.04.19 00:14:42 *.148.138.235
저도 요즘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느라 전철을 이용한답니다- 말씀하신대로 무가지와 잠의 유혹을 저버리기 힘들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에의 호기심 때문에 때로는 책을 잠시 덥어두기도 하지요-
제게는 책을 읽는 이유도 결국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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