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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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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7일 18시 37분 등록
지난번 우리에게 슬픈 소식하나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게그맨 김형곤씨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저와의 동시대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육중한 몸매로 인해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하였지만 당시의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되는 정치풍자 코메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우리에게 독특한 웃음을 선사했기에 지금까지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려는 그의 노력이 아직도 필요한 시점에 우리의 곁을 떠났다는 소식은 저를 무척 슬프게 합니다. 저는 그를 알지도 못하고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그는 단순한 코메디언 아니 게그맨이라기보다 우리 말과 글자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인 지적이고 학식있는 코메디언이라는 점에 찬사를 보내고 싶기에 더욱 애석한 것입니다.

얼마전 지방에 거주하시는 친척분의 잔치집을 다녀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가판대에 진열된 그의 유머가 담긴 테이프 하나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의 유창한 말솜씨가 나를 한 참 웃길 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우리는 6가지 말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깡’, ‘꼴’ ‘꿈’, ‘끈’, ‘끼’, ‘꾀’라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고 역시 우리 글자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수많은 나날을 보내면서 지식을 습득하랴, 정보를 얻으랴, 사방팔방 돌아다니지만 이 여섯 글자야말로 우리 인생의 전반을 포괄하는 단어들이라는 사실이 일응 수긍이 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단어들에 대한 많은 생각과 좋은 단어들에 대한 수집을 통해 글자의 위대함에 감탄한 적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과 글자로 많은 놀이를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 글자로 된 우리 말 중 우리의 피로한 마음을 달래고 고단한 몸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단어들을 모아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모은 단어 중 여러 개를 소개할까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여섯 개의 단어들도 그 들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단어를 통해 앞으로 제가 할 일이 무궁무진함을 느낍니다. 우선 한 예만 들고 나머지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말과 글 : 내가 살아가는 동안 이 두개의 단어는 내 곁에 항상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두 단어가 없다면 나는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면서 나를 알릴 수도 없으며 그저 허무하게 사라져 갈 것입니다. 말은 하기는 쉬우나 담기는 어렵고, 글은 쓰기는 어려우나 남기기는 쉽습니다. 말은 말을 하지 못함에 대한 숭고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고, 글은 우리 삶의 기록을 전해줌에 무한한 기쁨이 베여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단어의 고마움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왕이신 세종대왕께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그 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요? 무슨 말을 하고, 무슨 글을 쓰고 있었을까요?

멋과 맛 :
혼과 한 :
얼과 알 :
해와 달 :
눈과 창 :
샘과 못 :
봄과 삶 :
꿈과 벗 :
춤과 흥 :
밤과 낮 :
너와 나 :
님과 정 :
강과 산 :
손과 발 :
코와 입 :
이와 귀 :
남과 여 :
물과 불 :
꽃과 풀 :

정말 많지요. 아마도 이 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 글자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글자는 긴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바로 한 단어로 아니 한 글자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말 힘 있는 단어들이 즐비합니다.

이 같은 한 글자 단어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연관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글자를 보면 그 글자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로 눈을 통한 시각과 뇌를 통한 상상력으로 인해 수많은 관련사항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상이 긍정적 연상일 경우에는 뇌를 통한 긍정의 호르몬을 발산하게 되고 그로인해 마음의 평정과 육체적 안정을 구가하게 되지요. 저는 이것이 바로 단어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말을 통해 전해들은 것은 그것이 무슨 힘을 주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시각을 이용한 글과 쓰기를 통한 글에 힘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한번 자신에게 활용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이 다음 칼럼에 말씀드리겠지만 앞으로 제가 쓸 책도 아마 이러한 내용에 관한 사항을 담은 책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보내고 있지만 오늘 하루가 행복해질 수 있고 상쾌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글자를 오늘의 단어로 지정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하루는 온종일 좋은 단어의 연상으로 가득 차 즐겁고 명랑한 하루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글의 위대함에 한 번 놀라지만 그 단어의 연관성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 이토록 위대한 글자를 만들어주신 조상님께 몇 천 번의 고마움을 표하더라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조선이 낳은 세종임금님을 왜 대왕이라 칭할 수밖에 없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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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18 00:30:58 *.229.28.221
저도 더불어 오늘 아침
한글의 날을 생각했습니다.
왜 공휴일에서 빼버렸는지...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오늘의 단어'는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의 단어로,
"하늘봄빛"을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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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4.18 07:42:59 *.228.100.50
도명수님의 아름다운 몇가지 단어의 열거를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사실 단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제가 경험한 것이 있는데요. 제가 그동안 직장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에게 "피곤해"라는 말을 무척 자주했나 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였기에 내가 그말을 자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죠!

그러다가 아내가 언젠가 내가 항상 피곤해 한다고 간이 안좋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나는 어떻게 그렇게 짐작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는 겁니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그랬던 것 같아서 그때 결심을 했죠. 이제 피곤하다는 단어는 버린다. 대신 무엇이 좋은까? 졸린다라는 말을 쓰자라고요. 그 결과가 놀랍지 않습니까? 정말 그 몇달 동안 피곤한 느낌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졸렸을 뿐,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릅니다. 피곤하니까 졸린건데라고 말이죠. 하지만 느낌을 천지 차이입니다. 피곤하면 모든게 귀찮고 하기 싫고 몸도 찌푸등하고 짜증이 나기 쉽죠, 하지만 졸리면 그냥 자버리면 되지 짜증이 나지는 않거든요?

그만큼 단어의 사용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도명수님의 위대한 한글을 통해 더욱 더 좋은 단어를 제것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래서 더욱 도명수님의 칼럼을 기대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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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2006.04.18 11:40:51 *.18.196.45
귀한자식님 그리고 꿈꾸는 간디님 안녕하세요
귀자님의 '하늘봄빛' 정말 좋은 합성어네요
그리고 간디님은 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글자의 힘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오늘의 단어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 단어를 찾는 여행길도 나녀올 예정이고요.
참 좋은 단어는 저를 좋게 하고 좋지 않은 단어는 저를 좋지않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좋으려면 저는 가차없이 좋은 단어를 선택합니다.
좋은 하루는 좋은 단어에서부터 시작됨은 진실입니다.

두분 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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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19 01:23:46 *.229.28.221
의식이 말을 디자인하지만,
반대로 말이 의식을 재다지인한다....

이말이 딱-떠오르네요.

저도 뭔가 허전하거나 기분이 다운될때
뭐 먹을게 없을까?
하는 말대신,
허전해라는 보다 직접적인 말로 바꾸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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