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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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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9일 23시 01분 등록

회사 근처에 대형 서점이 생겨서 점심시간 혹은 퇴근 후에 들리게 된다. 책들의 숲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내가 철학자가 된 듯도 하고, 때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요즘은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하고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항상 나에게 위안과 같은 ‘문학’ 코너, 삶의 긴장감을 느끼게 북돋아 주는 ‘처세, 성공’ 코너, 늘 새로움과 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주는 ‘외국서적’ 코너, 그리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늘 깨닫게 해주는 ‘경영,경제’ 코너에 이르기까지 내가 지나치는 숲들은 그 색깔도 다양하다.

‘마음의 안식처인’ 문학서적 코너를 쭉 돌아보니 예전의 두껍고 커다란 책보다는 가방에 쏙- 들어갈만한 조그마한 책들이 대세를 이룬다. 게다가 책 표지도 왠 만한 유명 작가, 혹은 명화로 분류 될 만한 다양하고 강력한 책들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수많은 섹션들 중 강렬한 디자인의 표지들이 확- 주위를 끄는 코너가 있었으니, 바로 ‘일본소설’ 들이었다. 그 옆에는, ‘인간 내면의 자그마한 떨림을 자극하는 일본소설- 이제 한국어로 만나세요’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써 놓았다.

작가들도 다양하다. 일단 베스트 셀러 20위안에 드는 일본작가들을 보면,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유명해 상류층에서 주로 본다는 잡지 The Newyorker’ 등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두 명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조총련계 일본인으로 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가네시로 카즈키’, 그리고 늘 강렬한 색채가 번뜩이는 ‘무라까미 류’ 등이 있었으며, 그들의 책은 두 권 이상씩 순위에 올려놓아 전체 10권 이상이 베스트셀러에 진입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좋아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는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일문화교류협정이 체결 되었을 때 다들 잠식될 것이라고 걱정했었던 부분은 일본의 ‘영화’와 J-Pop이라 불리우는 ‘음악’ 부분이었다.

그러나 어떤가? 실제적으로 가장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문학’부분이 어느새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을 장악해 버린 것이었다.

베스트 셀러 순위 몇 권을 가지고 ‘문화 잠식’이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혹은, 미묘한 ‘한-일 관계’를 놓고 ‘우리의 문학을 살리자’라는 식의 민족주의를 운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우리나라 문단을 이끌어갔던 몇몇 작가들의 작품 성향과 태도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일본소설 한국 대점령 사건’ 현상에 대해서 작가 공지영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일본 소설이 한국의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피하고 모던하면서도 쿨한 이야기를 정제된 문장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들은 그동안 사랑 이야기를 써도 연애가 아니라 불륜을 썼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연애 소설을 갈망하는 10대 후반과 20대 독자들을 일본 작가들이 가져갔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영화,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빠르게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을 때 우리나라 문학시장은 정작 젊은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문학은 80년대 초반 문학관을 너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격변했다. 소설의 사회적 책무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너무 지나쳤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공지영은 말한다. 과거에 말 못했던 시절의 ‘사회적 책무’였던 문학의 역할은 이제 언론이 다 말하고 있다고. 소설이 소설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기 좋은 때라고.

앞으로 젊은이들의 고민과 즐거움을 대변해 줄 수 있으면서도 작품성을 지닌 우리문학이 많이 육성되어 이제 전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학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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