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한명석
  • 조회 수 1597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06년 4월 26일 08시 35분 등록


강영희는 ‘금빛 기쁨의 기억’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말을 신조어 ‘저다움’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 한국인의 미의식에 대해 탐구하는 자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다.

내게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나’가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심지어 다분히 어려운 상황에서조차, 현실에 몰입하여 있는 힘을 다 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으로 냉정하게 나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나’.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기질로 ‘또 하나의 나’를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작가 전경린이나 현경의 작품들에게 내가 온 몸을 열어 화답하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알았다. 재능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어느 줄에 서 있는가를 알았다.

연구원 과제를 수행하면서 부지런해지고, 구상과 훈련이 저절로 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늘 산만하고 몽상적인 사람이었는데? ‘원장답지’ 못한 건달이었는데? 요즘 연구원으로서의 ‘저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기꺼이 행복하다.

주욱 가벼운 독서만 하다가 겨우 여덟 권의 책을 <정색을 하고> 읽었을 뿐이지만, 나를 책과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반드시 그 다음 책에 작은 꼬투리라도 연결되어, 소소한 즐거움을 보너스로 주었다. <코리아니티 경영>에서 마악 판소리에 대해 관심유발이 되었는데, 신영복선생님이 판소리 춘향가를 옮겨 쓰신 것을 보며 슬쩍 웃음이 피어 올랐다. 지금은 비록 장님 코끼리 만지듯, 조심스럽고 답답한 마음으로 더듬거리지만 언제고 시야가 터지는 날도 있을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의 탐구심을 풀무질하므로, 모든 지식과 지혜가 손잡고 흐르고 있으므로.

이제 나는, 세상에 뛰어들어 코피터지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떨어져 있는 관찰자요, 소시민적인 가치 어느 것에도 욕심이 없어 무엇에 맘붙이고 살까 황망했던 나의 기질에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읽고 쓰고 관찰하고 분석하고 심지어 떠돌거나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나의 기질 그대로를 꽃피워도 된다. 나는 연구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장 ‘연구원답게’ 생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방송작가 노희경에게 누군가 훌륭한 방송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단다. 노희경 왈, 매일 하루에 30분씩만 써라, 그것이 쉬운 것 같지만 하루에 30분씩 매일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단다. 하루 두 시간의 집중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하루 두 시간씩 읽고 정리하다 보니, 1년이면 책 한 권이 되더라는 구소장님의 말씀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나는 우선 책읽고 글쓰는 분량을 대폭 늘이겠다. 1주일에 독후감 1편, 컬럼 1편 분량의 두 배에 육박할 수 있도록 ‘연구근육’을 키우겠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무조건 쓰겠다. 그러니 내 글이 발 끝에 채이더라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쓰지 않고서 정말 어떻게 쓸 수 있으랴 ’ 책을 쓰기 위해서는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핵심내용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집필의 양적인 측면’도 무시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고 쓰는 ‘맷집훈련’을 하는 것이고, 어느 날 소리없이 커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 째 책에 대한 구상이라는 것이 아직 모든 정보나 확신이 미비하므로 당분간은 인문분야 전반에 걸쳐 무차별한 독서를 계속하겠다. 인문적인 소양에 대한 기초공사가 되어 줄 것이고, 챨스 핸디가 말한 ‘개념찾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눈길이 가는 필독서를 선정해 보았다.
직접 들춰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서, 정 딱딱하거나 어려운 책은 잘려나가는 대신 수시로 새로운 책 목록이 추가될 것이다. 우선순위로 기록했으므로 앞의 10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읽을 생각이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는 저자들의 책이나 나의 관심분야를 좁혀가는 독서를 하겠지만,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즐거운 책읽기를 하겠다. 이 리스트와는 별도로 내 관심분야에 대한 책은 발굴되는대로 읽기로 한다.

집필계획은 우선 6개월 후, 주 2편의 독후감, 주 2편의 컬럼쓰기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스스로 훈련함으로써, 관심범위를 확정지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나의 필독서 리스트 

고미숙,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강영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 현, 행복한 책 읽기
신영복, 더불어숲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삼성문화재단, 권진규 도록
김규항, B급좌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이성욱, 20C 문화이미지
기호학연대,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
조지훈, 멋의 연구
조용헌, 방외지사/고수기행
강준만, 세계문화사전/한국인코드
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박영택, 미술전시장 가는 길
정 민, 미쳐야 미친다
김 훈, 개
장 코르미에, 체 게바라 평전
김우창, 풍경과 마음
최창조, 한국의 풍수사상/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나비와 전사
김열규, 한국의 문화코드 열다섯가지
김봉렬, 시대를 담는 그릇
임영방,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미술
삐에르 부르디 외,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이이화, 놀이와 풍속의 사회사
로제카이와, 놀이와 인간
이광주, 유럽 카페 산책
조윤석, 김중혁, 놀이터 옆 작업실

IP *.225.18.222

프로필 이미지
오병곤
2006.04.26 10:07:45 *.248.117.3
한누님다운 탁월한 책 선택입니다.
코리아니티에 대한 관심이 물씬 묻어나는군요.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이 느껴지고 뭐랄까, 경지에 도달한듯한,
그 동안의 연구원 활동이 하나로 소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목록 잘 참고하겠습니다.

다만 충고 한 마디하자면,
아홉번째 도서 '오리엔탈리즘'에 주의하세요.
그 지뢰밭을 건너면 마음의 통일이 되지요. ㅋㅋ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6.04.26 10:56:43 *.118.67.206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
반성모드~
나도 읽어야지.
그래야 쓸 수 있다.
아!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한명석
2006.04.27 12:11:51 *.85.149.9

안녕하세요? 두 분~~ 한 가지 여쭤볼게요. 1기 연구원 분들이 별로 글을 올리지 않으셔서, 궁금하고 의아하거든요. 어디에서 표현의 욕구를 푸시나 하구요. 개인 블로그 가진 분들도 이 곳에 자취를 남겨주시면 훨씬 반가울 것같아요.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편안하고 행복한 오후 되십시오.
프로필 이미지
강미영
2006.05.07 11:07:20 *.228.97.32
뜻이 통하신다면 [노마디즘 (이진경/휴머니스트)]도 추천합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읽고나서.
읽어야지! 생각해서뤼 사 놓고.
너무 두꺼운 책 두권이라서 슬슬 미뤄두기만 하고 있다는. ^^;;;

http://www.kyobobook.co.kr/category/bookdetail/BookDetailView.jsp?BKIND=KOR&BARCODE=9788989899396&NEWCLICK=BB1
>> 실은 이 책만큼은 교보문고가 다른데보다 많이 비싸요. ^^;
구경만 하시고 다른데서 구입하시는게 좋겠습니당. ^^ (쓸데없이 친절한 미영씨!! 랄라라~)
프로필 이미지
미 탄
2006.05.07 11:57:44 *.199.134.107
아, 미영씨. 나는 주로 yes24를 이용하는데요. 고미숙의 '앎과 삶의 일치'에 반해서 마악 '열하일기'를 읽었고, 노마디즘은 워낙 비싸서 1권만 구입해 놓았네요.

열하일기가 쉬운 걸 봐서는 노마디즘도 쉽기를 바라지만, 완당평전을 읽고 가려면 순서는 좀 밀리네요.

아마 쓸데없는 친절은 없을 겁니다. 아주 작은 느낌이라도 일어나면 즉각 덧글을 달기로 하고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날이 드니까 갑자기 싱숭생숭해서리, 열하일기 리뷰가 막 꼬이고 있네요. 다 집어치우고 산책가려구요 Bye -bye.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