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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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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8일 16시 17분 등록
노진님과 진숙자매님 그리고 나는 조계산 맞은편 서울중앙교회(제칠일안식교)지하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채식뷔페로 모였다. 노진님은 천안에서부터 올라오셔서 진숙자매님과

한식메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맛집 탐방에 나선 그 첫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나는 진숙자매님이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서 있을 때 그렇게 마음이 기쁠수가 없었다.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가만히 손내미는 절제된 삶의 미학이 그려진다.



언젠가 따뜻한 봄에 희정이랑 버커킹 노천 카폐에 앉아 그때쯤 열어 뜰떠 읽어본 소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 저작은 바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속의 주인공 여자가 모델이었다.

북구의 그 특이한 이름은 당장 떠올리기 힘들어 나는 그녀를 소개할 때마

기억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그녀는 [노인과 바다]의 저자로부터 노벨상은 그녀가 받았어야 한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엄청난 스토리텔러였던 것 같다.



앗! 생각났다. 이자크 디네센. 덴마크가 본토이고 남아프리카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그녀.

그녀가 쓴 [바베트의 만찬]을 읽었을 때 나는 진숙자매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90년대 초에 영화화 되었지만, 트랜의 차이 때문인지 예술영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를 먼저 봤다면, 스토리를 기억하지 못할 뻔 했다. 너무도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녀, 나의 바베트가 내게 보여준 헌신은 실로 남다른 애정이었다.

내게 엄마의 역할 거의 그것을 해주려고 했으며, 세대를 넘은 친구로서 동역자로서

나를 존중하고 세우려고 애쓰며 언약자매님과 기쁨언니 그리고 석경이 모두 어우러져

그 시간들을 함께 지냈다.

고스란히 오늘날의 내가 있게한

기도의 응답이었다.



그녀가 내가 부탁한 것이라서 천안까지 다녀오고 (그녀의 유일한 휴일인 날이다)

또 즐거이 다른이의 부탁을 할 수 있는 한 분별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사월의 마지막 금요일 점심 태양보다 빛나 보였다.



노진님의 격의 없는 태도와 배우려는 자세는 더더욱 내게 감동이었다.

저런 진지함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마라토너의 그 체험을 이미 사업을 통해 체감했음을 느꼈다.



그들의 그 진지함은 내가 찾는 시의 표정이 아닐까하고 또한 생각한다.



새벽이면 내 방문밖에서 여린 빛을 드러내며 서성이는 자..

내가 아침해를 등뒤로하고 서쪽산을 향해 고개를 쑥 뽑고서 어제 본 그 산을

다시 보려고 할때 화창하게 구름을 벗어나 한 촉의 빛화살을 쏘는 자..

구름속에서도 낮이 시작됨을 알리는 형광연두초록 경고등을 나뭇잎에 일제히 켜는 자...

어찌 그 시간에 그 새는 그 작은 나무에 앉아 나보라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연두노랑분홍꽃에 제 얼굴, 스타카토 리듬을 타고 들이밀때면..

나에게 이 모든 순간을 만나게 하는 그 빛과 너무도 만나고 싶다.

그와 혹은 그녀와 만나는 얼싸안고 춤을 추고 싶다.

아니 얼싸안으면 춤을 출 수가 없으니 멀리서 눈맞춤하고 천천히 다가가서

아침 태양을 받으며 춤추자고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싶다.

고요에는 참 여러 느낌이 스며있고 생활의 실천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지와 쉼에서 첫 번 째로 깨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빛..

나는 때로는 그 빛과 숨바꼭질을 하며 홀로이다 고독하다하지만,

실제로 한 인간이 외롭다 고독하다는 표현에는 언어로 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음을

절감한다. 그가 혹은 그녀가 없어서 외롭다. 그것이 내게 오지 않아서 그것이 나를 떠나서

과연 이러한 이렇게 짚어가는 이유가 내 자유의 변인가.

아침, 그 셀수없는 저마다의 초록, 저마다의 노랑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봄 꽃몸살을 일지감치 앓고 난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은

어찌 저리 제가 돋아날 자리를 알고 질서 정연하면서도 흐트러진 것 같은

말할 수 없는 부조화속에 조화의 곡예를 부리고 있는지 이들이 창조해 나가는 공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지가 뻗어가 이미 정해놓은 길같은 데도 그들은 나름의 규칙과 자유에 따라

퍼져 나간다.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생명의 사명을 다해 평화를 구축해 나가며

거룩한 낭비, 곧 그것을 몸소 실천하며 위대한 몰락이 무엇인지 제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갑자기 생각이 쏟아져 들어와 감당하지 못할 이 순간에

시가 살짝 뒤를 본다.

손을 흔들며, 나 잡아봐라 ~ 한다.

얼굴에 한 눈가리개가 언제 벗겨질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이 술래잡기에서 술래에서 벗어나고 싶다.

시가 나를 찾게 하고 싶다.

시야, 니가 나를 찾아내면, 그 때는 나는 술래놀이말고

춤을 추고 싶어.



시야, 새벽이면 보얗게 내 출근가방안에 나도 몰래 들어가

녹고 있는 화이트초컬릿!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맛보고 싶다!
IP *.72.6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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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6.04.28 16:25:44 *.110.63.25
이선이 ...소년같아.
어린왕자가 그렇게 웃지 않았을까?하고
선이씨의 미소를 보고 생각 했었는데...

구선생님께서 왜 시인이라 했는지 알것 같다

행복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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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6.04.28 17:41:32 *.120.97.46
누나, 자로 형이 밥 샀어? 한 열 번을 사야겠네.

'시가 나를 찾게 하고 싶다.
시야, 니가 나를 찾아내면, 그 때는 나는 술래놀이말고
춤을 추고 싶어.'

누나,
언젠가 어느 날 어느 시간 어느 곳 어느 순간,
'나'를 주제로 시 하나 써 줘.

언젠가
내가 만들 '그 곳'에
'그 시'를 붙일꺼야.

내 십대 풍광에서
'벽의 한쪽에는 시가 하나 걸려 있다. 꿈벗 중 한 명에게 받은 시이다',
이 시가 바로 '그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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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국
2006.04.29 09:43:38 *.150.69.115
신혼생활이 행복하시지요?
시를 보니 행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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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4.29 11:31:00 *.237.13.237
글 아주 잘 읽었습니다. 아주 감정 전달이 뛰어나시네요.
소박한 절제가 아름다움을 이루어 내고 있네요.
아마 제가 문학을 전공하면서 전업 시인이 되려는 목표를 접은 몇 가지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시 쓰는 다른 분들에 대한 열등감'이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또 드네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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