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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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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8일 00시 35분 등록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


1.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현실의 수효는 관점의 수효와 같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객관적인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식하는 사람에 따라 N개의 세상이 있는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용납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폭은 상당히 좁다. 입시지옥, 취업전쟁, 결혼적령기, 붕어빵같이 개성없고 물질적인 결혼문화를 거쳐 꿈같은 신혼시절 몇 년을 지내고 나면, 또다시 입시지옥의 뒷받침, 또다시 획일적인 결혼문화에 대한 이바지....를 한바퀴 돌아 우리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단색의 모노모드, 밥벌이의 지겨움에 지친 직장인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하다.

애시당초 삶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는가, 대한민국 공인 라이프싸이클에서 이탈한다면 금방 먹고살 수 없게 되는가, 내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말은 성인이 해서는 안될 정도로 철없는 소리인가, 모든 개인은 자신의 유전자에 따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가 없는가?


3.
나는 성실하고 평범한 이농세대 부모님의 둘째딸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처럼 살아갈 생각은 없었다. 직장인으로서 반복적인 일을 할 자신도 없었고, 평생을 그렇게 산다한들 집 한 채로 남는 중산층의 삶은 생각만 해도 답답했다.

스무살 적 종로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면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나처럼 살아라, 나처럼 살아라”하고 주문을 외우는 것같았다. 그래도 나는 마음이 가는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주류에서 벗어나 20년을 살았다. 아이들이 훌쩍 성장했고 두어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 나는 세월에서 배운 지혜와 절실함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반란을 꿈꾼다.

나의 이상은 첫째, ‘조금 다르게’이다. 경쟁, 학벌주의, 등가(等價)교환의 결혼문화, 종잣돈, 아파트, 부동산 투기... 같이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용어들로부터 한걸음만 자유롭기를 원했다. 그 용어들은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가공할만한 지배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단세포적이고 폭력적이다.

그 모노레일을 조금이라도 이탈한 감수성을 발견할 때, 내 가슴은 뛰었다.
충북 진천의 이원아트빌리지, 홍익대 교수 겸 건축가 원대연이 건축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구현해낸 곳이다. 대구의 바우만 하우스, 경북대 미대 교수 출신의 사장님이 스테이크 전문가로 변신한 레스토랑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일률적인 성공패턴에서 벗어나 N개의 관점을 갖고 N개의 성공을 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원적이며, 비경쟁적이며, 유연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다음에 나의 이상은 ‘공동의 가치를 함께 구현하기’이다. 빼어난 감수성과 지향점을 가졌으되, 사우(師友)를 만나지 못했다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놓친 것이다. 반대로 친화력은 뛰어난데 지향할 가치가 없다면 그또한 이 시대에 만연한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할 것이다.

‘공동의 가치를 함께 구현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지향은 분명한데 그저 벌려놓은 생업에 붙들려 있던 내게 결단을 촉구한 것은 고미숙의 코뮌실험이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연구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그들의 직관적인 열정과 실험정신은 인문학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의 양식에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수유+너머가 학문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듯,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코뮌에 대해 조사하고 싶다는 열정이 끓어올랐다. 그래서 나는 13년 동안 해오던 생업을 접고 취재에 나섰다.


4.
이 책은 2년에 걸쳐 국내외를 뒤져 찾아낸 ‘나의 이상의 근사치’이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성공신화에 반역하는 ‘창조적 소수자’를 찾아보았다. 단지 반사회적으로 사는 사람보다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철학을 갖고 외부에 대해 열려있는 경험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또한 보통사람이 자신의 삶에 응용하기 벅찬 기인(奇人)을 지양하고, 대안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2부에서는 ‘창조적 공동체’를 발굴하였다. 공동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함께 실현하는 코뮌실험을 집중연구하였다. 보다 책임있는 정보를 위해, 최소한 한 달이상 필자가 함께 생활하면서 취재했음을 밝힌다. 공동체의 결속정도는 상당히 유연하다. 보통 동호회 수준의 결속으로부터 생활 전반을 함께 하는 수준까지 모두 포괄하였다. 독자의 상황에 따라 응용 실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연, 명상, 종교, 사회, 음악 기타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코뮌실험을 취재하면서 선별기준으로 두 가지를 두었다.
하나는 실험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지 여부이다. 최소의 자생력과 진지함을 논의하기 위해서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행복한가의 여부이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도그마에 빠져, 구성원이 이데올로기를 위해 희생하는 곳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고미숙이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에서 말하듯,

“공동체를 거창한 이념으로 생각할 것 없다. 그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일 뿐이다. 고통받는 타인과 사회에 대한 구제는 그 다음 문제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타인을, 사회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이번 작업이 좀 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청량한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나도 참, 행복하겠다.
IP *.85.14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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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5.07 22:58:38 *.18.196.53
다르게 산다는 것은 좋은 거지요.

과연 직장인이 그럴 수 있을까. 저도 늘 생각합니다.
N개의 관점을 갖고 N개의 성공을 바란다에 동감합니다.

인간에 대한 다양성과 자유로움은 모두가 바라는 소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N개의 행복이 온다면
한명석님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성공을 찾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쫓겠지요
저는 이 두 단어가 표리일체라 생각합니다.

성공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이고
행복은 얻고자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니까요.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지면 좋겠습니다. 기다려지는 책입니다.

즐거운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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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06.05.09 11:49:12 *.73.132.212
선생님 책의 서문에 왜 제 마음이 설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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