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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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주제로 자유칼럼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 지겹다. 이 쉽지 않다는 말.)
원래는 커피집에 대한 책들을 마냥 읽고,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 리서치 하는 작업을 먼저 할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커피집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 그 곳에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하는 여유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지난 모임에서 구소장님이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 써보는 것으로 즐겁게, 재미있게 시작해보라고 하셨다. 그래, 재미있게.
사족이지만, 나는 목표 지향적 인간인 것 같다. 등산을 해도 산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옆에 있던 사람이 쿡쿡 찌르며 경치 좀 보라고 할 때까지 말이다. 묵묵히 땅만 보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스타일.
커피집에 대해 칼럼을 쓰는 것도,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즐겁지 않게 했다. 그렇다고, 무슨 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까페 소개 글을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현재 개인적으로 좀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한몫 했다.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한 성격에 허둥지둥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불어 시간적 여유도.
이런 상황에서, 이 칼럼을 쓰는 행위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주 쉽게 쓰기로 했다. 문체도 내 맘대로. 제대로 다듬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그렇지만, 이기적으로 쓰도록 하겠다.
사실 지지난 주부터 커피집 관련 글을 써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처박아두었더랬다. 이제부터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마구 올리도록 하겠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처음 쓸 공간 1호는, 강남 교보타워 1층에 위치한 자바커피이다.
이곳은 연구원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20장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말 오고 있는 곳이기에, 오래된 친구에 대한 예의를 차려야 할 것 같아, 1호다.
이 곳의 공간은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왼쪽의 길게 소파가 놓여져 있는 일자형 공간, 카운터 오른쪽의 소파와 테이블 자리가 혼재된 정사각형 공간과 독립된 세미나 룸, 그리고 대로변이 보이는 창가자리이다.
나는 거의 틀림없이 창가자리에 앉는다. 나처럼 책과 노트북을 펼쳐놓고 장시간 끙끙거려야 하는 사람에게 편리한 넓은 책상과 글 쓰다 지루하면 한눈을 팔 수 있는 넓은 창이 갖추어져 있다. 책상이 넓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비교적 독립적인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 덕택인지,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책을 펴놓고 스터디를 하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천장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소음이 분산되는 것도 장점이다.
메뉴는 커피와 음료 외에 스파게티 류의 식사를 파는데, 오후의 중간쯤 되면 이 음식 냄새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에는 좀 낫지만, 독립적인 환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보빌딩 자체에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이 냄새들을 피할 수 없다.
클래식과 재즈, 흘러간 팝송(그다지 명곡도 아닌)이 혼재하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선곡도 이 곳의 특징이다.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그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취향으로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장 내에 포스터를 붙여놓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앨범을 틀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현재 'TIME FOR TEA'라는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고 월드컵 특집 핸드폰 고리를 판매한다거나 여름용 썬 캡(!)까지 판매하는 등 크고 작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몇 가지 앨범의 광고포스터를 매장 내에 붙여 놓는다거나 교보문고 회원카드 소지고객에게 할인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제휴마케팅을 시도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곳은 자바커피라는 브랜드 자체로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강남의 교보문고 위에 위치한 넓은 창의 커피숍 정도의 이미지이다. 실제로 자바커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썰렁하기 그지없다. (주)롯데리아는 아직 그들만의 문화를 가진 커피집 계발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아직 찾아보기 힘든 자바커피이지만 강남과 교보문고라는 위치의 매력성과 ‘넓은 책상(공간 확보) 높은 천장(소음 분산) 탁 트인 창(밝은 시야)’이라는 개인적 로망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곳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주 지겹도록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참고 : 국내에는 이 곳 자바커피 외에도 자바라는 이름의 커피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자바시티가 그것인데, 자바커피는 (주)롯데리아가 계발한 국내 브랜드이고 자바 시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외국 브랜드이다.
IP *.141.32.190
원래는 커피집에 대한 책들을 마냥 읽고,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 리서치 하는 작업을 먼저 할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커피집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 그 곳에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하는 여유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지난 모임에서 구소장님이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 써보는 것으로 즐겁게, 재미있게 시작해보라고 하셨다. 그래, 재미있게.
사족이지만, 나는 목표 지향적 인간인 것 같다. 등산을 해도 산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옆에 있던 사람이 쿡쿡 찌르며 경치 좀 보라고 할 때까지 말이다. 묵묵히 땅만 보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스타일.
커피집에 대해 칼럼을 쓰는 것도,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즐겁지 않게 했다. 그렇다고, 무슨 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까페 소개 글을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현재 개인적으로 좀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한몫 했다.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한 성격에 허둥지둥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불어 시간적 여유도.
이런 상황에서, 이 칼럼을 쓰는 행위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주 쉽게 쓰기로 했다. 문체도 내 맘대로. 제대로 다듬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그렇지만, 이기적으로 쓰도록 하겠다.
사실 지지난 주부터 커피집 관련 글을 써보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처박아두었더랬다. 이제부터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마구 올리도록 하겠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처음 쓸 공간 1호는, 강남 교보타워 1층에 위치한 자바커피이다.
이곳은 연구원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20장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말 오고 있는 곳이기에, 오래된 친구에 대한 예의를 차려야 할 것 같아, 1호다.
이 곳의 공간은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왼쪽의 길게 소파가 놓여져 있는 일자형 공간, 카운터 오른쪽의 소파와 테이블 자리가 혼재된 정사각형 공간과 독립된 세미나 룸, 그리고 대로변이 보이는 창가자리이다.
나는 거의 틀림없이 창가자리에 앉는다. 나처럼 책과 노트북을 펼쳐놓고 장시간 끙끙거려야 하는 사람에게 편리한 넓은 책상과 글 쓰다 지루하면 한눈을 팔 수 있는 넓은 창이 갖추어져 있다. 책상이 넓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비교적 독립적인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 덕택인지,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책을 펴놓고 스터디를 하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천장이 높기 때문에 비교적 소음이 분산되는 것도 장점이다.
메뉴는 커피와 음료 외에 스파게티 류의 식사를 파는데, 오후의 중간쯤 되면 이 음식 냄새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에는 좀 낫지만, 독립적인 환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보빌딩 자체에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이 냄새들을 피할 수 없다.
클래식과 재즈, 흘러간 팝송(그다지 명곡도 아닌)이 혼재하는,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선곡도 이 곳의 특징이다.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그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취향으로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장 내에 포스터를 붙여놓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앨범을 틀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현재 'TIME FOR TEA'라는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고 월드컵 특집 핸드폰 고리를 판매한다거나 여름용 썬 캡(!)까지 판매하는 등 크고 작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몇 가지 앨범의 광고포스터를 매장 내에 붙여 놓는다거나 교보문고 회원카드 소지고객에게 할인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제휴마케팅을 시도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곳은 자바커피라는 브랜드 자체로 고객을 유혹할 수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강남의 교보문고 위에 위치한 넓은 창의 커피숍 정도의 이미지이다. 실제로 자바커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썰렁하기 그지없다. (주)롯데리아는 아직 그들만의 문화를 가진 커피집 계발에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아직 찾아보기 힘든 자바커피이지만 강남과 교보문고라는 위치의 매력성과 ‘넓은 책상(공간 확보) 높은 천장(소음 분산) 탁 트인 창(밝은 시야)’이라는 개인적 로망을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곳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주 지겹도록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참고 : 국내에는 이 곳 자바커피 외에도 자바라는 이름의 커피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자바시티가 그것인데, 자바커피는 (주)롯데리아가 계발한 국내 브랜드이고 자바 시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외국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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