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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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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2일 08시 37분 등록

초보운전자 시절에 차선을 바꾸려면 너무 겁이 나고 힘이 들었다. 백미러를 통해 보면 어지간한 거리가 있는데도, 타이밍을 잡지 못해 차선을 바꾸지 못하고 목적지가 아닌 방향을 한없이 가야 했던 기억. 조금 운전에 익숙해지면서 차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리듬을 타야 한다는 것을 감각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음치다. 정말 음을 모른다. 그래도 노래방에서 의무복무를 하다 보니 애창곡 서너 곡은 외우게 되었다. 편안한 멤버와 컨디션, 적당한 알콜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아주 성공적인 발성을 할 수 있다.
올라갈 데서 올라가 주고, 내려갈 데서 내려가면서 가끔 있는 힘을 다 해 소리지르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음치인 것을 모르고 박수를 쳐 준다. 노래방 기기도 힘을 더 해 준다. 100점! 소리지르는 맛과 기분좋은 취기에 흥이 도도해지면, 스스로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리듬과 하나가 된다.


그러고 보니 파도에만 리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고유의 리듬을 갖고 있다. 새들이 철따라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고, 곰은 겨울잠을 자며, 다람쥐는 겨울을 날 도토리를 열심히 주워 모으고, 물고기는 자기 고유의 규칙적인 리듬으로 펄떡인다.


인간역시 여러 가지 리듬에 따른다. 우리의 호흡, 뇌파, 체온, 심박, 혈압 등 모든 것은 고유의 건강한 리듬 패턴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뇌파나 심전도가 보여주는 물결치는 파동을 떠올려 보라. 반대로 영화에서 환자가 죽었을 때 삐~~ 하는 소리와 함께 파동이 잦아들며 직선으로 바뀌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파동에 반대되는 것은 평평한 단선 즉 일차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삶을 단선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인생을 마라톤처럼 생각해서 평생에 걸쳐 경쟁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휴식을 죄악시하고 장시간 일에 매달려야 일을 잘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단거리의 연속이다. 우리의 에너지가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사용 후에는 반드시 회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골치아픈 일을 결정해야 하는가? 쓰고 있는 글이 잘 풀리지 않는가? 잠시 생각을 접고 옆으로 밀어두어라. 의도적으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순간에 실마리가 풀릴 확률이 높다. 우측 뇌와 좌측 뇌의 상반적인 활동이 서로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별반 좋을 것도 없고 싫을 것도 없는 회사와 일상생활을 영위하느라 파김치처럼 지쳤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핵심가치를 잘게 쪼개어 아주 작은 의식ritual을 생활 속에 배치해 보자.
컴퓨터 바탕화면에 나의 비전을 올리는 것도 좋고,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메모를 쓰는 것일수도 있다. 단조롭고 권태롭게 흘러가던 일상을 절단하여 리듬을 넣자.


나는 무심히 마시던 커피를 꼭 마시고 싶을 때만 마시기로 했다. 일주일에 석 잔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침 점심을 꼭 먹는 대신 오후 6시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아무 것도 먹지 않기로 했다. 간식은 과일 하나와 과자 하나로 제한. 이 정도 의식ritual만으로도 내 생활이 아주 탄력있어진 느낌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놀랍게도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은 스트레스가 과중한 상황만큼 나쁘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회복이 역동적인 균형을 이룰 때 우리의 정신은 완전한 몰입이 이루어지고, 완전한 몰입 이후에 주기적인 재충전을 하면서 우리 몸은 리듬을 타게 된다.


그러니 건강한 활동과 휴식의 패턴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하라. 다른 사람이나 스스로의 감정에 능동적으로 몰입하라. 기꺼이 스트레스를 껴안고 뒹굴어라. 파동하는 우주에 사는 파동하는 존재로서 우리가 물려받은 리듬에 몸을 맡겨라. 삶의 파동을 찾아라.



**<몸과 영혼의 에너지발전소>에서 많이 인용했음

IP *.81.1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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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12 17:26:25 *.73.133.115
제게 많이 필요한 말들입니다.

글 올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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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9.13 20:24:11 *.118.67.80
역시 내공이 그대로 흘러나오는군요.
그날 일찍 가셔서 아쉬웠습니다.
내 파동의 차원은 몇 차원일까요?
된장은 아마 그럴거예요. 노(no)차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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