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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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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8일 20시 32분 등록
진정,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김종원-



어느날-

평화롭게 흘라가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문득,
앙상하게 뼈만 남은 노인이
허리를 잔득 구부린 채
바람보다 쓸쓸하게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노인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슬프다-

낮은 세상의 문에 적응하기 위해
더욱 더 낮춰야만 했던 노인의 허리
나이가 들수록 하늘은 눈물겹게 밝아
마를새가 없었던 노인의 눈


하지만-

진정 나를 슬프게 하는 건
노인의 눈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절대 그것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나도 저 노인처럼
저렇게 아픈 눈으로 이유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뼈만 남은 손가락 사이로
기어이 눈물을 흘려 보내가 될거라는 생각이
차갑게 내 등골을 싸하게 지나치는 것이
나를 진정 슬프게 한다





2004년 김종원 作-
IP *.61.24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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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2006.09.18 20:32:11 *.61.247.110
2004년에 쓰고, 제 2번째 시집에 담았던 글입니다
살다보면 그런 순간이 있지요
꺼지지 않은 공복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차 오르는 순간이 있지요

간혹, 라면을 끓이다가 다른 일에 열중하여
물을 끓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가
한 때는 냄비를 가득 차지하고 있던 물이
몇 방울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시 물을 넣으면 되지요
다시 열정을 쏟아. 오늘도 내일도 살면 되지요
그런 열정이 가득한 하루가 되시기를 소망하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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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9.19 06:46:17 *.116.34.201
세검정에서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 그대의 귀걸인가 목걸인가 가 눈에 띄었지요. 어쩌면 코걸이였는지도 몰라요. 난 본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그 때 여인처럼 날렵한 청년이구나 생각했지요.

간혹 보내주는 시를 보다, 피는 진한 것이며, 시인인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피로 전해지고, 손자는 그 운명을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인이 부족한 세상에 시인으로 사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시가 사라지면 세상도 끝나는 것이지요. 고통스럽지만 틀림없이 통쾌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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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2006.09.20 13:02:07 *.55.164.79
소장님^^ 여인처럼 날렵하다는 말씀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절대 코걸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아직 씨앗도 되지 못해 기름진 땅 위에서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저에게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소장님과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한 행복이 깃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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