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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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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일 05시 59분 등록


1

스승님을 따라 천리 길을 갔다.

스승께서 주위를 맴돌고 있는

나를 부르시더니

“너, 연애해라! 재미있다! ” 하셨다.


내가 뭐라고 종알거리며 궁시렁대자

스승님께서 대답하셨다.

“ 나, 잘란다. ”


돌아오는 길에도 스승님의 배려가 묻어있었다.




2


헤어질 판에 초아 선생께 책을 디밀었더니...

이내 휘 적어 내리셨다.

“ 白山 ” 金聖烈

그리고 말미에 그리 적으셨다.

“中正有慶” (치우지지 않으면 경사롭다)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섬광이 스쳐갔다.
‘하얀 산 ?! ’ ‘설산(雪山) ?! ’ ‘얼음산 ?!’ 냉기?
‘치우지지 않으면 경사롭다’ 그럼, 치우쳤다 하시는 건데... ‘

퍼뜩 스승님 한 마디가 다가 오고 곧이어
초아선생님과 새벽녘에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3

청화 선생께서 아침 식사할 때 나를 데리고 가셔서
자신이 아침 수행하는 곳에 앉게 허락하셨다.
그리고 수련터도 이야기해 주셨다.

원래 무인들은 자신의 수행이나 수련터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또 물어서도 안 된다.
깨달음이라는게 계획에 의해서 정해놓은 시간에
온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신심을 가지고 정진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오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르침도 그렇다. 마음이 닿을 때 솟아오르고,
준비가 된 순간에 지적이 있어야 몸과 마음으로 동시에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 부분의 사람들은 성실하지 않고 기회를 노리는 점쟁이가 된다.

시건방지게 반석에 앉아 내가 시끄러운 세속이야기를 하자 선생께서

‘세상에서 너무 깊이 나아가면 어울리기 힘들다.’ 그러셨다.

털고, 털고 또 털어도 .... 아직도 내 몸에는
광기어린 집착이 남아 있나 보다....



4

나는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거의 광적일만큼...
한 때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미련하게스리...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 한 가지 일에 매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조절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자꾸 중용이나 Equilibrium을 들먹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스승께 의지하는 것이다.

스승님께는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을 지적받았고
초아선생님께는 그래서 냉랭하게 찬바람이 분다는 지적을 받았고
청화선생께서는 세속에서 균형 잡히지 못한다고 지적했을 것이다.

언젠가 잘 꾸지도 않는 꿈 속에서 물 속에서 타고 있는 불을 보거나
불이 타고 있는데 얼음 문이 자꾸 커지는 꿈도 그렇다.
시작하면 돌이키지도 매이지도 않는 집착하는
사고방식 때문에 얼음보다도 더 차거운 비정한 결정도 서슴치 않는다.

지난 날 광기를 부려서 사부님께 불려 갔을 때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시는 말씀에 얼떨결에
‘제 자신이 두렵습니다.‘. 그러자 ’그러면 다행이구나!‘ 하셨는데...
그래도 나는 두렵다. 호숫가에 처박혀 울안을 뱅뱅 맴도는 것도 그래서다.
나는 스스로 조절이 안되니 올바로 이끌어줄 사람이나 외길이
필요한 것이다. 운 좋게 스승님을 만났으니 절반의 문제는 해결한 셈이다.

그래도 나를 잘 다루어 줄 사람이나 때를 기다린다는 거...
쉬운일은 아닌거 같다.
그 기다림이 ...

스스로에게 수양이 된다고 위안을 한다.
‘누구는 40년도 기다렸디야... 낛시밥도 없는 대를 드리우고...’
‘아니믄 말제,,, 뭐,,,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어 날뛰느니
차라리 울안에 갇혀 있는게 낫지..적어도 해는 안끼치니까...’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지만 사람은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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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11.02 11:27:53 *.190.172.207
백산 성렬님 참 잘 어울리는 호를 받으셨군요.
성렬님께서 풍기시는 삶의 모습이 호에 그대로 보여요.
저는 丁産-有孚豚漁라고 했주었습니다.


집착을 놓으면 자유로운데, 참 쉽지않아요. 그리되면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갈 수있는데...?

문경 청화원에서 고수들의 지도를 받을때마다 희열이 있었습니다.
소장님, 초아선생님, 청화님 그리고 백산 성렬님이 주고 받는 문답은 선문답같습니다. 이 대화에서 느끼는것은 참 좋은 인연이고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저에게도 기회가되면 한수지도해주시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중용의 도가 백산성렬님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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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1.02 13:21:52 *.75.16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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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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