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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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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0일 18시 19분 등록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름을 많이 판 주유소는 어디이고, 그 판매량은 어느 정도 일까?”

입사시험에 나올듯한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그 주인공은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삼풍주유소’이다. 언제 가더라도 백화점 세일기간을 연상시킬 만큼 늘 차로 북적대는 곳, 어떤 꿀단지가 있기에 많은 차량들이 먼 길을 돌아서라도 이 주유소를 이용하는 것일까?

최첨단 시설?
실제 350평 정도의 규모의 삼풍주유소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고, 10년이 넘은 시설을 가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
삼풍주유소의 가격이 가장 낮은 수준은 아니다. 더군다나 인근의 주유소는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풍부한 혜택?
물론 다양한 혜택이 있다. 1993년부터 일찌감치 경품 쿠폰제도를 실시했지만, 이것은 다른 주유소들의 빠른 벤치마킹으로 이젠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그럼 이제 무엇이 남았는가? 그렇다 바로 ‘서비스’이다.

입구에서부터 우렁찬 ‘어서오십시오!’ 합창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달려 나와 맞아준다.(한때는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맞이하기도 하였다.) 차를 주차함과 동시에 주문도 하기 전에 ‘영매 사은품’이라고 하여 1,000cc 주스나 캔커피 몇 개가 주어지기도 한다. 주문을 받을 때에는 고객과 눈높이에서 받게 된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게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다음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우리에게 ‘삼풍’이란 이름은 주유소 보다, ‘삼풍백화점 참사’로 더 많이 기억되어 있다. 1995년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많은 구조인력과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유소 주변에 가득했다. 김화영 삼풍주유소 사장은 영업을 중단하고 창고에 있던 식수와 생필품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다. 사고가 마무리 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사고 현장을 도왔다. 영업을 재개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그 당시의 상황을 이코노미스트 819호(’05.12.28)에서 조용탁 기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한 달간의 구조작업을 마치고 다시 주유소를 열기 전 김 사장은 다소 불안했다. 그 동안 인근 주유소를 이용한 단골들이 아예 거래처를 옮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한 달간 영업하지 못해 자금이 빡빡해진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의외의 일을 경험했다. 주유를 마치고 경품 쿠폰을 제공하자 고객들이 이를 받아가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동안 쿠폰을 받아간 사람들이 경품을 찾아가는 대신 이를 다시 돌려주기 시작했다. ‘수고했다’는 칭찬과 함께 반납된 쿠폰은 1만 장에 달한다. 사람들이 사고 당시 주유소 직원들의 노력을 보고 크게 감동했던 것이다. 삼풍주유소는 자기도 모른 채 사람들의 마음을 잡은 것이었다. 오준식 이사는 “나눠준 쿠폰의 40% 정도가 그냥 반납됐다”며 “세상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 사장 역시 커다란 상자에 가득 찬 반납 쿠폰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이렇게 눈앞의 친절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과 예비 고객들을 대하는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주변 주유소에서 아무리 많은 혜택을 주더라도 고객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고객 회원은 현재 13만 명이고 월평균 이용고객은 3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 고객의 마음에 다가서는 일, 하드웨어적인 혁신이 아닌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휴먼웨어에 대한 혁신은 조 캘러웨이(Joe Calloway)가 ‘'카테고리 원' 기업의 성공 전략’(Becoming A Category of One)에서 사업 차별화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여 한 분야의 유일한 업체로 자리잡는 방법으로 꼽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고객을 놓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들이 다른 데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쟁사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 나갈 수 있으려면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서비스를 통해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이는 가격경쟁력이나 기술,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진정한 차별화는 직원들과 고객이 이들과 교류하면서 생기는 느낌에서 나오는 것이다.

좋든 싫든 관계없이, 그리고 내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장에서는 회사를 평범한 상품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경쟁사와는 다르게 볼 것이라고 자기 기만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모든 회사에서는 인적자원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유능한 직원들은 내 회사뿐만 아니라 경쟁사에도 얼마든지 있다. 또 내 회사 직원들이 경쟁사 직원들보다 고객 서비스를 더 잘한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는가? 한 고객의 경험이 다른 고객의 경험과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내 회사를 차별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를 '카테고리 원' 지위로 끌어올리고 우수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시키는 것밖에 없다. 고객들은 개별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업체를 만났을 경우 기꺼이 단골이 되길 원한다.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는 각 회사에서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 실천을 돕기 위한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Les Schwab Tires의 직원들은 업소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오자마자 달려가서 손님을 맞이한다. 이런 간단한 행위 하나만으로도 이 회사가 고객서비스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회사는 가격이나 제품의 품질 면에서 경쟁사들과 거의 다를 바 없지만 그런 정성을 통해서 단골고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 Southwest Airlines는 낮은 항공료에 높은 효율, 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더하여 항공여행 자체를 흥미롭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런 특성은 이 회사를 경쟁사들과 확실하게 차별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 Ritz Carlton 호텔에서 직원들은 모든 투숙객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손님들과 마주칠 때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모든 서비스가 만족스러운지 수시로 묻는다. 이런 공손한 태도는 으리으리한 호텔 로비나 호화판 객실 가구보다도 훨씬 더 투숙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 됐다.

• Disney World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면 청소요원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손님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단순한 행동은 이 회사가 고객을 얼마나 귀하게 대접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 H.G. Hill Food Stores에서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더 많은 수의 출납원을 고용하여 고객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빨리 계산하고 나갈 수 있게 배려한다. 이는 고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 세 가지 기본적인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경쟁우위는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1. 다른 경쟁사에 비해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안다.
2. 경쟁사들에 비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3. 고객과 감정적인 연계를 맺는다.


삼풍주유소는 단순히 포인트제만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고객과 관계를 맺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삼풍주유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건의함’ 코너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은품에 대한 제안뿐만 아니라 친절사원에 대한 칭찬도 이어진다. 이곳에 사연을 남겨준 한현수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항상 야간에 주유소를 이용하는데, 항상 밝게 맞아주는 한현수 주유원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밧데리 방전으로 애태울 때도 친절하게 대해주던 한현수씨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에 대한 주유소의 답변도 보자

“감사 드립니다.
고객님께서 추천해 주신 주유사원은 저희가 따로 포상하였습니다.
불편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 명절 잘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주유원과 관계를 통해 경험하는 새로운 경험과 기억은 다른 주유소에서 찾을 수 없던 새로운 경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관계가 가능한 것은 임직원 관리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직원은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한번은 아르바이트생이 주유기가 차에 꽂아진 상태에서 차를 출발시켜 몇백만원에가까운 비싼 주유기가 떨어져 나갔는데도 사장님께선 괜찮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삼풍주유소는 10년 넘게 전국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량은 한 달 기준 600드럼. 서울지역 한 달 평균 판매량은 1500드럼이다. 만일 한 달 평균 3000드럼을 넘어서면 특A급으로 분류된다. ‘우등생 주유소’ 수는 전국에 50개 미만이다. 그런데 그 흔한 세차시설도 없는 삼풍주유소의 한 달 평균 판매량은 1만3000드럼이다. 전국 평균의 20배가 넘는 매출이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이를 신화라고 부른다. 김 사장은 삼풍주유소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고객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라며 “고객을 이해 못 하는 순간부터 우리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고객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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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6.11.10 21:02:34 *.147.17.21
세나야, 좋다. 다음 책의 제목은 '실험 경영'이 어떠냐! 부제는 '경영의 블루오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하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라면, 차별화된 경영으로 레드오션을 블루오션화하는 것은 '경영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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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2006.11.11 21:08:45 *.61.247.81
자주 들렀던 주유소입니다. 참 좋은 글을 써 주셨네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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