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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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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3일 23시 34분 등록
1

소중한 꿈

'과학적인 것들의 치밀함과 인간적인 것들의 소중함'

어려서 중학교를 다닐 때의 이야기다.

몰려다니던 내 친구중의 하나는 유도의 달인이셨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내 퓐÷?한 얘가 동네 신작로에서 택시 바퀴에 발등을 갈려서 족골이
부스러져 모두 내려 않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실려간 친구는 발을 절단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진단을 받았다.
우연히 소식을 들은 친구의 할아버지는 얘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고,
그날 오후 그 할아버지는 찾아온 아이의 퉁퉁 부어있는 발을 두 손의 몇 개의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여서 뼈를 맞춰 주셨다.
나중에 멀쩡하게 돌아다니던 얘의 발을 엑스레이로 찍어서 보니,
빗나간 뼛 조각 하나없고 게다가 조각난 뼈마저 모두 제자리에 붙어있더란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발이 잘린 채 평생을 살아야 하는 불구를 면할 수 있었다.

좋은 시설,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의사 그리고 정밀한 분석으로 내려지는 진단이 꼭 옳고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고 검증되어지지도 않았지만 긴 세월을 두고 반복적인 훈련과 깊이 있는 수양에 의해 보편성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인간적인 것들이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것들의 맹신은 위험한 것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존경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눈을 뜨고 꿈을 꾸는 사람들의 모임에 다녀왔다.

나는 주목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루고자 하는 것에 접근하는 방법으로서의 체계와 구조의 치밀함이나 무지하고 편협 된 욕망에 사로잡혀 집착하는 빗나간 열정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버겁게 하루를 사는 것은
바늘 끝 만한 틈도 없이 하루를 계획하고 만나는 사람과 일들 사이를 정신없이 비집고 다니며 바둥대는 것이 그저 배고픔을 충족시키는 밥상을 마련하거나 천진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갇혀버린 자신의 삶을 울컥대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유롭게 하루를 살 수 있어서
밥상위의 음식이 넘쳐 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꼭지가 돌도록 취하고 난 뒤, 널부러진 술병들 속에 술이 남아돌 만큼 풍요로워도
한 없이 사람이 그립고 채워지지 않는 빈가슴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꿈 아닌 꿈을 꾼다.
더 합리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치닫는 문명아래서, 살아서 꿈틀대는 생생한
비전을 그린다.

세상속, 삶의 공간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채여서 망가져가는 자신을 붙들고 위안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깊은 밤에 컴퓨터 속의 가상공간을 헤매이며 얼굴 없는 사람들과 지적인 유희로 배부르거나 취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이 까마득하고 눈부신 햇살처럼 다가오는 내일이 모호해도 오늘은 두 눈을 뜨고 슬프고도 기쁜 꿈을 꾼다.

한참이나 어눌하고 철딱서니 없다고 핀잔을 주어도 나는 꿈을 꾼다.
모두가 삶의 현실이 주는 매정함과 편협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묻어버리는 것을 ‘옳다’는 믿음 하나로 끝까지 지키려는. 그래서 현실을 모르고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해도 나는 꿈을 꾼다. 그것이 실현되기에는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비정하다고 해도 그래서 철딱서니 없는 꿈같은 소리라고 무시하고 핀잔을 주어도 나는 믿고 또 믿고 또 믿으며 날 마다 날 마다 눈을 뜨고 생생하게 꿈을 꾼다. 성실하고 인내하며 하고 또 하고 또 하면 언젠가 이루어지고 나도 복 받을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허황되게 꿈꾸며 산다.

내 꿈은 감성적이든 이성적이든 지적인 유희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고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행동하는 본능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꿈이다.
내 꿈은 상처난 기억과 분노한 가슴의 성나고 조급한 몸부림을,
정리하고 돌이키며 차분한 생각과 버무려서 나만의 세계에서 사람들의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슬프고도 기쁜 꿈이다.

내 꿈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속에서 날마다 날마다 몸과 마음으로 기도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꿈은 현실이며 나의 현실은 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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