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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8일 08시 45분 등록
12월 중순입니다.
한기가 살갗을 헤집고 파고듭니다.
그간 "행복 숲"에서는 어찌 지내시는지요?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칼럼을 통해 미지의 벗에게서 그저 간간히 한 두 마디 전해들은 정도여서 그곳의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꿈을 그리는 한 사내가(?) 무슨 연유에선지 바쁜 일상의 도시를 떠나 굳이 추운 엄동설한에 나무를 심겠다고, 숲을 가꾸겠노라 떠났다는 외엔 더 챙겨 들은 이야길랑은 없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마음에까지 하얗게 소복이 내려 주었습니다.
어제 모모아우의 반.한.날 행사(2006년 12월 16일 토요일 )에 초대되어 10기 꿈 벗을 비롯한 6명의 꿈 벗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모모 아우님께서는 행사를 진행하느라 저희와 담소를 나눌 시간조차 변변히 갖지를 못하였습니다. 아쉬움의 증표를 남기기 위해 사진 한 장 박았을 뿐이죠.
그리고 정화님께서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와 주셨고, 10기 "따로 또 같이"의 보고이자 양념인 막내 옹박, 그의 아름다운 친구 귀한자식 그리고 정말 좋은 자리는 귀신같이 알고 절대로 빠지지 않는 10기 고정멤버 보다 더한 남자 중의 남자 재동님께서 애써 참석을 해 주시었습니다. 이 정도만 모여도 우린 절대 꿀리는 법이 없습니다. 판을 설치고 돌아 다녔지요.(바자회도 있었음 ^^)

반.한.날 행사를 즐거이 마치고(아마 귀한 자식님이 제일 수지맞았을 걸요?) 도저히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다 (사실 옹박이 배가 고픈 관계로... )하여 바로 앞, 청진동 해장국집을 들러 소주랑 수육에 국밥을 시켜 먹으며 이야기 잔치를 벌이다 집에 가려고 나오려는 데, 눈이 어찌 그리 펑펑 쏟아지던 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즉석에서 눈을 뭉쳐 주로 옹박과 재동님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해대었습니다. 옷이야 버리거나 말거나, 춥거나 말거나 머리에 모두 하얀 털모자를 뒤집어 쓴 듯한 차림으로 도시 한복판 좁지 않은 골목에서 눈싸움을 벌이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알딸딸해서 그랬는지 몰랐는데, 지금 온몸이 쑤시고 뼛속까지 찬바람이 휑하니 몰아치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앓다가, 문득 그 아름다운놈(분)인지 뭔지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루 눈싸움 좀 벌였다고 감기에 몸살이 들어 뼛속까지 쑤셔대는 데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는 행여 별 탈 없이 건강하실런지요? 또한 우리 집 근처에 산다는 꿈 벗 아무도안님은 왜 또 하필이면 이때에 도보여행을 떠났다는 겐지, 어디쯤 가고 있는 지 공연히 걱정이 됩니다.(하여간 못 말려~) 발도 시리고 손도 얼었을 터인데 험한 길을 어찌 극복해 나가고 있을까, 건강 부적 하나 써 보내 드리는 마음입니다.

이불속에서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뒹굴 하는 동안에 수목장례에 대해 떠올랐습니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그것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 참여하려든 참이었습니다. 근래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서 짤막하게 언급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12월 어느덧 한 해의 막바지에 들어섰습니다. 오늘 문득 ‘나 죽으면 어떡할까’ 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세상에 어쩌면 이리 아픈지요, 몸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잘 쓰고 가야겠다는 다짐 해 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 죽거든’...

‘후련하게 살고 홀연히 어찌 돌아갈 것인데?’ 하는 의문이 일고 묘비명뿐만이 아니라, 내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놓아야겠다는 상념에 미칩니다.

다행이 내게는 꿈 벗이 있고 그가 가꾼 숲에서 거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이제 이 정도의 생각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자신의 길을 정하여 가는 것 중에 하나, 나는 꿈 벗이 가꾸는 행복 숲에 나무를 심고, 나중에 그 자리에 거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어딘가에 가면 집근처에 묘지공원이 있고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는 것을 들었거나 영화 등에서 본 적이 있지 싶습니다. 어느 때에는 땅에 묻힌다는 것이 두려운 때도 있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등에 찬 얼음을 대고 누운 듯 에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그리고 온 뼈마디가 쑤셔대고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듯한 압통을 느끼면서, 벌레들이 나를 파먹고, 뱀이나 지렁이 등이 내 살 속을 뚫고 들어가거나, 두더지 등이 내 몸 속 장기를 빨아 대는, 아니면 늑대나 바퀴벌레 등이 내 눈알을 파고 코를 찢어발기는 듯한 상상을 해 보니 참 가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미 ‘후련하게 살고 홀연히 사라지겠노라’ 마음을 정하고 나서인지 죽음이 그리 무섭지가 않고, 또한 벌레가 내 살을 파고, 내 핏줄을 갉아먹는 일 등이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나는 이미 나를 다 살아냈을 것이고, 내 영혼은 빛으로 사라졌을 것이며, 남은 육체 떨렁 그것이 무슨 대수이랴 싶습니다. 더군다나 땅덩이도 좁은 나라에 아직도 후세에게 복을 내리사 땅을 차지하고 누워서, 몇 번의 제삿밥을 얻어먹고 발복을 빌어주는 일이 내가 할 수만 있는 일이라면 죽어 그마저도 못할 일이 뭬 있겠나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만, 사실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를 예감 하면서도 또 미련을 두고 결정을 미루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 나무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욱이 든든하고 좋은 것은 꿈 벗이 가꾸는 숲에 늘 놀러 다니다가, 내가심은 나무 밑에 나를 묻어 거름이 되고 벗의 숲을 가꾼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해서 나는 내친김에 당장 아름다운놈(분)에게 추파를 던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그 숲에 나무를 심어도 좋겠는지, 연의 때에는 아름다운놈께서 알아서 가꾸시고 시간이 나면 한 번씩 들러서, 내 나무들을 둘러보고 '언제고 내가 죽거든 내 나무 밑에 거름으로 뿌려주오'. 벗이 있어 한결 외롭지 않고, 계속해서 꿈 벗들이 찾아 들 것이기에 나는 늘 벗들과 함께 할 것이 아닙니까?

나의 이 프로포즈를 받아 주시렵니까? 편지를 보내기에 이릅니다. 행복 숲의 어느 귀퉁이 후미진 돌바닥도 괜찮습니다. 굳이 좋은 땅 환기 좋고 볕 잘 드는 옥토가 아니어도 무방합니다. 어느 깎아지른 그러나 거름이 필요한 그곳에 묻히렵니다. 살아서 지은 많은 죄, 음달지고 불편하더라도 참아 내렵니다.

살아보니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무생물이건, 제 한 목숨 살아 기꺼이 조화를 이루었던 것, 행여 욕먹고 죽을 죄 지었더라도 그게 있어 돋보인 다른 것들이 있기에 서로를 위하였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아직 아름다운놈(분)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10월에 5,6기가 꿈 벗 행사를 준비할 때 메일이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김용규님께로부터 딱 한 번 전화를 받았더랬습니다. 독서실에서 되지도 않는 임용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틀어 박혀있는 데, 전화벨이 울렸었고 메일 주소를 물어 오셨습니다. 순간 목소리가 사부님하고 비슷해서 사부님하고 헛갈린다 했더니 목소리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는다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에 좋아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도 닮아간다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문득 떠올랐더랬지요. 꿈 벗들은 무엇이 서로 닮아가는 것일까요?...

12월, 한 가지 일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한 걸음씩 꿈 벗에게로 다가가는 저의 과제들 중의 하나 이겠지요. 오늘 이 작은 선택 하나가 저의 인생의 한 방향의 획을 긋고, 조금씩 나의 계획들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행복 숲에서나 길 위에서 꿈을 향해 나선 이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행복한 꿈꾸시고 편안한 잠 이루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렵니다.



2006년 12월 17일 일요일 밤에. 서울에서 써니 드림.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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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2.18 05:14:20 *.75.166.98
써니님!
홀로 있는 시간이 좀 무겁군요...
함께 하는 시간들보다 홀로 있는 시간을 좀 밝게 하심 어떨지...
사실 제가 글을 쓸 때는 좀 과격하지만 혼자 놀 때는 좀 얌전하고
기쁜 꿈으로 즐겁기도 합니다.

망가진 세상에 치여 살지도 않고
그 세상을 한탄하며 살지도 않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잘못된 줄 알면서 어쩔수 없이 밀려가며 살아도
잘못된 것은 잘 못된 것이라고 말할 똥뱃장도 있고
내가 그 세상사람을 나무랄 수는 있어도
그 세상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말하는데는 좀 부끄러울거라는 ...
약간 똘아이같은 생각도 있고요...^^

써니님!
어려움을 견디고 버티어 내셨으니
이제 힘조절만 하시면 발을 떼실 수 있으실 것이고
그 걸음걸음이 값질 것입니다.

편한밤,,, 되세요..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부터 새날의 빛(써니)이 시작됨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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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6.12.18 08:41:44 *.103.178.220
가끔은 멀리있는 벗이 그리워지고, 궁금할 때가 있죠?
전화나 멜을 보내십시요. 반가워할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겨울은 훈훈한 정을 나누기 좋은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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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6.12.19 12:53:46 *.35.78.168
써니님! 제목보고 화들짝, 가슴이 덜컹 놀랐답니다. ^^;;;
내용을 보고는 얼마나 다행이던지... ^^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요, 내년엔 놀래키지 마세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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