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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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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9일 02시 55분 등록

나는 엄숙한 게 싫다. 무거운 것도 싫다.
그러지 않아도 무거운 인생인데 괜시레 더 무겁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에프라임 키존은 가히 존경할 만한 인물다.
그가 쓴 책, '개를 위한 스테이크'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삶의 무게를 가뿐히 줄여줄 통쾌한 통찰력을 지닌
그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삶이 가볍고, 신나도 되는걸까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마저 잊고 웃게된다.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이란 책을 서점에서 보았을때
내가받은 느낌은 그런 것이었다.
드디어 한국에도 인생의 무게를 단번에 반으로 줄여줄 그런 인물이나타났구나.
"유레카!"

당장에 막시무슨가 막심인가를 내가 만날 인물 리스트에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 후, 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멋있는 사람들이 좋다.
여기서 멋있는 사람이란, 자신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에 표현하는 인물들을 말한다.
유명하나, 무명하나 상관없다.
그들 모두 삶 속에서 강인한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인생고수'라 칭한다. 그들에겐 뭔가 다른 삶의 내음이 맡아진다.
내가 만나고자 했던 막시무스라는 인물도 그러하였다.


그는 막시무스뿐 아니라, 프레시안 플러스의 대표이사 직함도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약간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내가 처음 만나려 했던 '막시무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는 무척 말라보이던 사진보다 유한 인상이었지만, 약간은 시니컬해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시작 하면서 알수 없는 따스함이 쏟아졌다.
초면이었음에도 별로 불편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는 또한명의 동족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격한 것 싫어하고, 무척이나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하든 2년 이상 일하지 않았다.
일 선택의 기준은 '재미'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보며
자.유.로.운.영.혼.을 떠올렸다.


대표이사임에도 스스로
"나는 돈안되는 건 다하고 있다."
"(바로 옆에 기자들을 두고)나는 기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이기 보다 어떤 한 사람이 인생을 살다 거의 발광한 결정물로 보면된다."

체면과 나이를 잊은 그와 말하는 게 신이났다.
그렇게 잡담 하듯 한시간 반이 흘렀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를 보면
작가 포레스터가 주인공 자말에게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넌너의마음으로 초안을써야해. 그리고머리로수정해야지.
글쓰기의가장 중요한요점은글을쓰는거야, 생각하는 것이아니고."


나 역시 한 작가인 그로부터 이와 비슷한 양질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열심히 써야한다. 잡문이든 뭐든.
그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해야 한다.
하루에 한줄을 쓰더라도 매일매일 써서 리듬을 가져야 한다.
글을 쓰려면, 직접 써보는 수밖에 없다. "

나는 내가 세상에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늘 고민해왔는데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에 대해 한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글"로서 표현하는것.
목숨걸고 써보리라, 그리고 즐기리라.

이건 그와의 인터뷰에서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남이 무슨 얘기를 하건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풀어놓는게 중요하다."
내가 글쓰는 건 내 얘기를 하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 하면,
남의 글을 읽는 시간보다 자기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맞다, 거기에 정답이 없다.
누가 더 열심히 하는가 하는 '내공'의 수준이 있을 뿐.
글은 투쟁한 시간만큼 나온다는 말이 가슴 깊이 남았다.


술을 먹고 들어가든, 맨정신으로 들어가든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기위해 늘 글을 쓴다던 그의 자세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려 산 게 24년이다.
그렇지, 타인의 말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더냐.
그의 말들은 내게 인생의 짐을 한결 덜어주었다.

나는 멋있게 살기 위해선 성실, 자기계발, 등
사회가 기본적으로 멋지다고 강조하는 덕목들을 모두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놓은 허상일 뿐이었다.
가면쓴 내가 있을 뿐, 진실된 인간 김귀자를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괴로워하고 안절부절하는 걸까.

"나는 기본적으로 성실 이런건 믿지 않는다.
일관성 있는 것도 굉장히 싫어한다. 그건 예측가능하다는거지.
경제가 만들어놓은 온갖 악조건일 뿐이다.
근대가 낳은 온갖 굴레들-인본주의,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되어야 하고 진보해야하고 이런게 사람을 굉장히 피곤하게 한다.
사람은 그럴 능력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100년도 못사는데 인류진보에 내가 왜 신경써야 하는가."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여전히 내 안에서는 더 많은 물음들이 요동쳤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길이 어쩐지 가볍다.
나를 내리누리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는 것,
또한 '멋진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생겨먹은 대로 살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내 주변사람 의 한 사람만 웃게해줘도
천국에 충분히 갈만한 자격이 된다던 그를 떠올리며

남들을 상관하지 않고 내 길을 자유로이 갈 수 있는 용기를
내 가슴 한켠에 심어두었다.


**
막심(Maxim)은 격언, 잠언이란 뜻으로 쓰인다.
막시무스는
막심 뒤에 -무스 라는 사람명사를 붙인 것으로
격언 꽤나 읽어본 사람이란 뜻이다.
즉, 막시무스라면 '격언,잠언 모으는 사람' 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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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3.19 10:18:18 *.180.48.239
궁금하다. 책을 무척 재미나게 읽었나 보네.
어떻게 하면 유쾌하게 사는 건지 한번 봐야 겠네.
혹시 그런 약 있음 좀 알려줘. 난 딱 2% 그게 부족하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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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07.03.19 10:38:44 *.111.247.32
옹.. 표지그림, 글씨체, 그리고 지구별..
띠용.. 완존 꽂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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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3.19 11:57:38 *.99.120.184
오랫만이네요. 작년 가을 꿈벗모임때 만났죠. 이 곳을 통해 가끔 귀자씨의 글을 보고 참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어보이네요. 그래서 이번 3기 연구원 견습기간 동안 내 나름대로 글쓰기와 관련한 아이디어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 때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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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19 17:54:27 *.252.38.218
송창용님, 어떤 제안이신지 무척 궁금하네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좋네요.
다음 연구원 모임에 뵈어요.,,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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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0 13:45:03 *.140.145.63
송교수님.. 저한테만 그런 제안한줄 알고 으쓱했는데 완전 삐짐..ㅋㅋ
귀자는 언제봐도 기특한 구석이 많음.. 그래도 오늘은 한가지 뼈있는
조언을 하고 싶구먼.. 오타가 전반적으로 많음.. 최종적으로 글을 올리
기전에 오타를 수정하는 습관이 필요할 듯. 특히 결정적 오타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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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7.03.20 20:56:15 *.102.142.177
변명이지만,
집노트북 자판이 좋지 않아서 오타가 잘 나요~
근데 이번글 오타가 심한가요?? 좀더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새삼 느낀건데요,
제 글에 제 향을제대로 담으려면
한~~~~~~~~~~~~~~~~~~~~~~~~~~~~~참
멀었다 거.
글에 힘을 빼는게 잘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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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신
2007.03.20 21:10:43 *.27.82.37
재밌게 잘 읽었어요~~~
여기 들어오면서.. 누굴까? ... 가장 궁금해하고 있답니다.
만날 기회가 꼭 생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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