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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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연구원 지망생 뒷풀이 모임서 약간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채로 귀가하던 중에 그냥 신혼초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글로 남겨 두고 싶어 늦은 시간 얼큰한 상태에서 한 글 올려 본다.
처음 가정을 새로 이뤄 함께 생활하다보면 모든 일 하나하나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대부분 분가를 하니 우선 사는 공간 자체가 변하고 함께 사는 사람도 달라진다. 분가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식구 하나가 생겨나게 된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생활권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그것을 공유하며 사는 것, 그것이 결혼생활의 시작이다.
당장 직면하는 큰 문제가 뭘까?
부부 당사자간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초기에 여러가지 갈등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그 여러가지에 대히 일일이 열거할 생각은 없고 결혼 초기에 식사와 관련된 스토리만 조금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실 난 결혼 전부터, 즉 총각 시절 '내 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는 문제로 신세한탄 하던 시절부터 결혼 후를 염두에 두고 음식 조리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어머님께서 워낙 음식을 잘 하셨고 그 바람에 내게는 사소한 음식 빼고는 만들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지만 저 음식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머리속으로 그려 보고 나중에 결혼해 독립하게 되면 나도 그렇게 만들어 봐야지 하고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신혼초부터 나는 주방일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수 있었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손수 주방일을 거들어 주는 자상한 남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고 내 입장에서는 내가 먹고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결혼 초, 서로 퇴근 시간이 비슷했지만 대체로 아내가 조금 일찍 퇴근했고 때문에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절친한 친구가 선물해 준 전기 압력솥에 밥을 하는데 메뉴얼에 쓰여진 대로만 조작하면 별탈 없이 밥이 만들어질 것을 아내는 예전에 일반 압력솥에서 밥을 짓는 방식대로 물 붓고 손바닥 펴서 담근 후 물을 맞추는 방법을 고수했다.
그러니 어쩔 때는 괜찮은 밥이 지어지다가도 또 어쩔 때는 밥이 덩어리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얹힌 밥이 훨씬 잘 지어졌으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내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난 설명서에 적혀 있는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따라하기 싫어하니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아내는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고기라면 환장을 하니...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일 때면 초기에 아내는 미역 하나 달랑 넣고 끓였다. 속으로는 한숨이 나오는데 티는 못내고..
감자를 채 썰어 볶을 때에도 나는 베이컨과 함께 볶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사람이 요라할 때 베이컨은 꿈도 안꾼다.
초기에는 가끔은 내가 먹고 싶은대로 먹자 하여 내 방식대로 상을 차리니 아내는 먹는둥 마는둥.. 나는 음식이 마음에 안들어다로 일단 입에 대기는 하는데 말이다. 아내 입장에서도 마음 먹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겠고.. 그 바람에 한동안 아내 취향대로 식단을 짜야했다.
한편으로 내가 잘 먹지 않는 과일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그 바람에 나도 억지로 어느 정도는 먹어야 했고..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한결같은 반응. 아내 덕에 좋은 식습관 생기겠다고... 나도 딱히 반박은 못하겠는데.. 거참...
늦은 밤 괜히 주책이라도 떨고 싶었나보다. 낼 아침에 약간 얼굴이 화끈 거릴 듯..
IP *.142.163.4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글로 남겨 두고 싶어 늦은 시간 얼큰한 상태에서 한 글 올려 본다.
처음 가정을 새로 이뤄 함께 생활하다보면 모든 일 하나하나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대부분 분가를 하니 우선 사는 공간 자체가 변하고 함께 사는 사람도 달라진다. 분가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식구 하나가 생겨나게 된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생활권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그것을 공유하며 사는 것, 그것이 결혼생활의 시작이다.
당장 직면하는 큰 문제가 뭘까?
부부 당사자간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초기에 여러가지 갈등의 소지가 있다. 여기서 그 여러가지에 대히 일일이 열거할 생각은 없고 결혼 초기에 식사와 관련된 스토리만 조금 이야기해 보려 한다.
사실 난 결혼 전부터, 즉 총각 시절 '내 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는 문제로 신세한탄 하던 시절부터 결혼 후를 염두에 두고 음식 조리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어머님께서 워낙 음식을 잘 하셨고 그 바람에 내게는 사소한 음식 빼고는 만들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지만 저 음식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머리속으로 그려 보고 나중에 결혼해 독립하게 되면 나도 그렇게 만들어 봐야지 하고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신혼초부터 나는 주방일의 일정 부분을 담당할 수 있었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손수 주방일을 거들어 주는 자상한 남편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고 내 입장에서는 내가 먹고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결혼 초, 서로 퇴근 시간이 비슷했지만 대체로 아내가 조금 일찍 퇴근했고 때문에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절친한 친구가 선물해 준 전기 압력솥에 밥을 하는데 메뉴얼에 쓰여진 대로만 조작하면 별탈 없이 밥이 만들어질 것을 아내는 예전에 일반 압력솥에서 밥을 짓는 방식대로 물 붓고 손바닥 펴서 담근 후 물을 맞추는 방법을 고수했다.
그러니 어쩔 때는 괜찮은 밥이 지어지다가도 또 어쩔 때는 밥이 덩어리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솔직히 그때는 내가 얹힌 밥이 훨씬 잘 지어졌으니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내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난 설명서에 적혀 있는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따라하기 싫어하니 말이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아내는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고기라면 환장을 하니...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일 때면 초기에 아내는 미역 하나 달랑 넣고 끓였다. 속으로는 한숨이 나오는데 티는 못내고..
감자를 채 썰어 볶을 때에도 나는 베이컨과 함께 볶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사람이 요라할 때 베이컨은 꿈도 안꾼다.
초기에는 가끔은 내가 먹고 싶은대로 먹자 하여 내 방식대로 상을 차리니 아내는 먹는둥 마는둥.. 나는 음식이 마음에 안들어다로 일단 입에 대기는 하는데 말이다. 아내 입장에서도 마음 먹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니 어쩔 수 없었겠고.. 그 바람에 한동안 아내 취향대로 식단을 짜야했다.
한편으로 내가 잘 먹지 않는 과일은 왜 그리도 좋아하는지.. 그 바람에 나도 억지로 어느 정도는 먹어야 했고..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한결같은 반응. 아내 덕에 좋은 식습관 생기겠다고... 나도 딱히 반박은 못하겠는데..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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