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山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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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너무 울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남기고 가는 미련이 많지 않으니까 행복했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말을 잘했던 사람보다는 잘 듣던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듣는 말보다 하는 말을 즐겼던 사람으로 떠오른다면 그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탓이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솔직한 글을 쓰던 사람으로, 어려운 글이 아니라 쉬운 글을 쓰던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내 글이 너무 어려웠다면 아마 나조차도 모르는 소리를 떠들고 있었을테니 그냥 웃으며 잊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에 모인 사람 중에 몇 명쯤은 내가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들고 춤추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 많은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니, 그런 모습의 내가 떠오른다면 당신이 내게 편안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떠나는 이 자리를 지키며 내가 살았던 삶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인생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지는 않았음을, 인생의 한가운데서 눈부시게 살고자 마음먹은 그날부터 몰라보게 달라졌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인생이란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 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거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내 얘기를 들려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아들, 주원아.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똑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 많이 생각했지만,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하니 그저 남들 하듯이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야겠구나. 스스로 잘 자라주어 내가 잔소리 많은 아버지가 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어서 고맙구나. 네가 크는 동안 끊임없이 말했지만 너로 살아가거라. 네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단다. 내가 조금 먼저 떠나니 네 엄마를 부탁한다.
여보,
당신에게 할 말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입을 떼려 하니 미안하단 말만 떠오르네요.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니 내가 그다지 좋은 남편이 못되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평생 나를 나로 살게 해주어 고마워요. 매번 당신이 내게 묻던 질문에 한번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당신이 허락해준다면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반쪽으로 살고 싶네요.
당신이 내내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단 한 번도 허튼 짓거리를 하지 않은 것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나 없이 남은 시간, 하고 싶었던 일 조금 더 하고 따라오세요.
참! 주원아. 오늘 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잊지말고 조의금 다 받아서, 그리고 내가 너에게 준 돈 중에 딱 그만큼을 보태서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거라. 채우는 것 보다 나누는 것이 더 어렵다는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어느 시인은 화장하여 뿌리고 잊어버리라 했다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가끔 비가 오거나 소주잔을 기울일 때 나를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다들 남은 시간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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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했던 사람보다는 잘 듣던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듣는 말보다 하는 말을 즐겼던 사람으로 떠오른다면 그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탓이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솔직한 글을 쓰던 사람으로, 어려운 글이 아니라 쉬운 글을 쓰던 사람으로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내 글이 너무 어려웠다면 아마 나조차도 모르는 소리를 떠들고 있었을테니 그냥 웃으며 잊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에 모인 사람 중에 몇 명쯤은 내가 술에 취해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들고 춤추던 모습으로,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 많은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니, 그런 모습의 내가 떠오른다면 당신이 내게 편안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떠나는 이 자리를 지키며 내가 살았던 삶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인생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지는 않았음을, 인생의 한가운데서 눈부시게 살고자 마음먹은 그날부터 몰라보게 달라졌음을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인생이란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 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거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있었다고 내 얘기를 들려주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아들, 주원아.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똑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 많이 생각했지만,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하니 그저 남들 하듯이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야겠구나. 스스로 잘 자라주어 내가 잔소리 많은 아버지가 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어서 고맙구나. 네가 크는 동안 끊임없이 말했지만 너로 살아가거라. 네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단다. 내가 조금 먼저 떠나니 네 엄마를 부탁한다.
여보,
당신에게 할 말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입을 떼려 하니 미안하단 말만 떠오르네요.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니 내가 그다지 좋은 남편이 못되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평생 나를 나로 살게 해주어 고마워요. 매번 당신이 내게 묻던 질문에 한번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당신이 허락해준다면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반쪽으로 살고 싶네요.
당신이 내내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단 한 번도 허튼 짓거리를 하지 않은 것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나 없이 남은 시간, 하고 싶었던 일 조금 더 하고 따라오세요.
참! 주원아. 오늘 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잊지말고 조의금 다 받아서, 그리고 내가 너에게 준 돈 중에 딱 그만큼을 보태서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거라. 채우는 것 보다 나누는 것이 더 어렵다는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어느 시인은 화장하여 뿌리고 잊어버리라 했다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가끔 비가 오거나 소주잔을 기울일 때 나를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다들 남은 시간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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