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時田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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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영화를 통해 ‘접속(access)’이란 화두를 삶, 사랑, 인간다움이란 3가지 키워드로 풀어보고자 한다.
#1. 공각 기동대 (Ghost in the Shell) – 삶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에서 ‘네트’란 개념을 빌려왔다고 밝혀 더욱 유명해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에서, 여주인공 쿠사나기는 사이버 네트의 특수 테러를 담당하는 공안 9과(일명, 공각 기동대)의 요원이다. 그녀는 뇌의 극히 일부분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기계로 된 몸을 가진 사이보그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1995년에 첫개봉한 영화이지만 나는 군대에 있던 1999년, 휴가를 나와 막내 이모집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많이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는 조금 지루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 영화를 보다 깜박 졸았다. 그러다 주인공이 물 속에서 떠오르는 위의 장면에서 눈을 번쩍 뜨였다. 쿠사나기는 자신을 찾기 위해 잠수를 하지만 수면에 비친 자신과 결국 하나가 되지 못한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육체를 벗어나 네트에 접속한다. 그들에게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경계는 단지 허상일 뿐이다. 육체를 넘어선 정신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쿠사나기의 마지막 독백처럼 ‘네트는 광대하다’. 광대한 네트 속에서 자아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자신의 영혼이라고 믿는 것은 단지 네트워크의 한 연결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가 인류라는 광대한 네트에 잠시 ‘접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2. 접속 (the Contact) – 사랑
1997년, 여름이었다. 아마 제1회 부천 영화제의 개막작이었으리라. 8월의 더위를 뚫고 찾아간 부천의 한 극장에서 ‘접속’을 봤다. 그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을 통해 두 남녀가 만나고, 각자의 아픔을 달래고, 현실에서는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당시로는 제법 트렌디한 사이버 멜로물이었다.
강한 기억이 남아 있는 특별한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나지막하고 가느다란 감정의 흐름을 꼬이지 않게, 큰 과장 없이 담담히 풀어냈던 깔끔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 내리는 수현(전도현)의 차 안에서 흘러나오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아직 멀티플렉스가 자리잡기 전이라 비오는 날,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만나던 마지막 장면이 인상에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 수현은 ‘만나야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한다. 가끔 착각에 빠져 누군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영혼에 잠시 ‘접속’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3. 에이 아이 (A.I.) – 인간다움
99년에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구상하던 미완의 프로젝트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완성한 것으로 유명한 대작 SF 드라마이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사이보그이다. 그는 인간 같은 외모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다.
데이빗은 불치병에 걸린 외아들 마틴을 냉동 수면시키고 완치약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버트로닉스 사 직원의 한 가정에 기증된다. 엄마 모니카는 데이빗에게 사랑을 베풀지만, 마틴이 완쾌되어 돌아오자 그를 곰인형과 함께 숲 속 깊숙이 버려 버린다. 그 후 데이빗은 악몽 같은 여정을 겪게 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노키오처럼 진짜 인간이 되어 엄마의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의 마지막에 데이빗은 엄마를 만나고,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이성일까, 감성일까? 정신일까, 육체일까? 제레미 리프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빠져들 때만 진정한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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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각 기동대 (Ghost in the Shell) – 삶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에서 ‘네트’란 개념을 빌려왔다고 밝혀 더욱 유명해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에서, 여주인공 쿠사나기는 사이버 네트의 특수 테러를 담당하는 공안 9과(일명, 공각 기동대)의 요원이다. 그녀는 뇌의 극히 일부분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기계로 된 몸을 가진 사이보그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1995년에 첫개봉한 영화이지만 나는 군대에 있던 1999년, 휴가를 나와 막내 이모집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다. 많이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는 조금 지루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 영화를 보다 깜박 졸았다. 그러다 주인공이 물 속에서 떠오르는 위의 장면에서 눈을 번쩍 뜨였다. 쿠사나기는 자신을 찾기 위해 잠수를 하지만 수면에 비친 자신과 결국 하나가 되지 못한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육체를 벗어나 네트에 접속한다. 그들에게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경계는 단지 허상일 뿐이다. 육체를 넘어선 정신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쿠사나기의 마지막 독백처럼 ‘네트는 광대하다’. 광대한 네트 속에서 자아라는 것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자신의 영혼이라고 믿는 것은 단지 네트워크의 한 연결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가 인류라는 광대한 네트에 잠시 ‘접속’해 있는 것은 아닐까?
#2. 접속 (the Contact) – 사랑
1997년, 여름이었다. 아마 제1회 부천 영화제의 개막작이었으리라. 8월의 더위를 뚫고 찾아간 부천의 한 극장에서 ‘접속’을 봤다. 그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을 통해 두 남녀가 만나고, 각자의 아픔을 달래고, 현실에서는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는 당시로는 제법 트렌디한 사이버 멜로물이었다.
강한 기억이 남아 있는 특별한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나지막하고 가느다란 감정의 흐름을 꼬이지 않게, 큰 과장 없이 담담히 풀어냈던 깔끔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 내리는 수현(전도현)의 차 안에서 흘러나오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와 아직 멀티플렉스가 자리잡기 전이라 비오는 날,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만나던 마지막 장면이 인상에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 수현은 ‘만나야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한다. 가끔 착각에 빠져 누군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영혼에 잠시 ‘접속’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3. 에이 아이 (A.I.) – 인간다움
99년에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구상하던 미완의 프로젝트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완성한 것으로 유명한 대작 SF 드라마이다.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사이보그이다. 그는 인간 같은 외모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다.
데이빗은 불치병에 걸린 외아들 마틴을 냉동 수면시키고 완치약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버트로닉스 사 직원의 한 가정에 기증된다. 엄마 모니카는 데이빗에게 사랑을 베풀지만, 마틴이 완쾌되어 돌아오자 그를 곰인형과 함께 숲 속 깊숙이 버려 버린다. 그 후 데이빗은 악몽 같은 여정을 겪게 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피노키오처럼 진짜 인간이 되어 엄마의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의 마지막에 데이빗은 엄마를 만나고,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의 이성일까, 감성일까? 정신일까, 육체일까? 제레미 리프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빠져들 때만 진정한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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