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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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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1일 13시 48분 등록


인생의 후반부를 글쟁이로 살고 싶어서 하던 일을 정리한 지 일 년이 되어갑니다. 원래 책에서 암시받는 것이 많아, 늘 책을 가까이 한 것같아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허탈합니다. 2기 연구원을 수료하면서, 첫 번 재 책을 위한 원고를 완성하여 서너 출판사에 접촉해보았는데,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달 간, 이 원고를 쳐다보기도 싫기도 하고, 조금 고쳐보기도 했는데, 결론은 이 주제에 관한 한 나에게서 더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목에 가시처럼 걸려서, 다른 책들을 홀가분하게 읽지못하게 하는 이 원고가 꼴보기 싫어졌습니다. ^^ 그래서 어제 더 나아진 것도 없는 원고를 몇 출판사에 보내 버렸습니다. ^^

- 별로 고치지 못했고, 요즘 소장님 유독 바쁘신 것같아 그냥 보냈습니다. -


투고하느라 마우스를 클릭하는데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무 곳에서도 대답이 없다해도, 오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내 원고에 자부심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것도 내 기질의 하나일텐데, 기준을 너무 높이 잡음으로써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마음은 못생긴 자식을 그나마 내버리는 심정이었습니다.


‘잘 가거라, 네가 세상구경을 하지 못한다해도 이제 더 이상 너에게 매여있기는 싫어. 나는 다음 관심사로 훨훨 날아갈거야. 덕분에 나에 대해서 하나 더 알게 된 것은 고마워. 나는 너무 시간을 끌면 안돼. 일정 기간동안 집중해서 쑤욱 생산해내고, 그 기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어버리니까, 앞으로는 시간을 잘 안배해서 너무 질질 끌지않고 써 볼게’


제 원고의 목차는 이랬습니다. 첫 번 째 책에 그 이후의 책의 단서가 모두 들어있다고 챨스 핸디가 말했지요. 책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저역시 관심사가 그 범주 안에 들어 있습니다. ‘내 인생의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된 책들에 대한 리뷰모음집과, ‘자기 치유로서의 글쓰기’에 관심이 갑니다. 특히 후자에는 경력을 갖추어서 프로그램화 할 생각이 있습니다.




제목 :지금 나이들기 시작했다면


프롤로그 - 새로운 자기정의

1부 나이든다는 것은

우리는 인생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다
목욕탕의 여자들
시로 읽는 욕망
너의 천복을 따르라



2부 내 식대로 나이드는 방법

첫 번 째 방법 - 글쓰기
자기치유로서의 글쓰기
나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나의 이야기’
열 살/스무 살/서른 살/마흔 살/그리고 지금

두 번 째 방법 - 커뮤니티
좋은 커뮤니티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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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남은 시간 온전하게 기획하기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자식보다 친구가 좋은 이유
가족보다 쓸만한 공동체가 더 낫다
공동육아에서 배우기
진화하는 시니어타운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
혼자놀 줄 모르면 추레해져요
의미있는 창조물을 생산하라
공부밖에 할 것이 없어요

살아있는 한 나는 현역이다
네 안의 가장 강력한 것을 숭배하라
내 직업은 내가 만든다
끝까지 삶의 잔치에 참여하라


에필로그 - 내가 시대이다



‘백수’에게는 휴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하는 데 대한 긴장이 없다보니, 정작 휴일도 휴일답게 즐기지 못한다는 말 같습니다. 10개월 반의 백수 기간동안, 앞으로 정규출근하는 일은 다시 못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체질에 맞습니다만 ^^, 효율적으로 시간을 살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원고를 떠나보내면서, 조금은 숙연한 기분이 들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길게 갈 길이니까, 하루를 어떻게 안배하느냐 얼마나 전문적인 컨텐츠를 축적하고 있느냐가 최대의 숙제야. 앞으로는 백수처럼 살지 말고 스스로 프리랜서처럼 행동하자. 작가에게는 매시간 접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모조리 글감이 아니던가. 평소처럼 읽기와 쓰기, 도서관과 서점, 명상과 음악, 산책과 사우나, 나들이와 외식에 시간을 쓰되, 좀 더 오감을 열어놓고 관찰하고, 느끼고, 메모하고, 정리하자. 정해진 시간표대로 행동하고, 스스로 정한 산출양을 지키도록 구체적인 목표로써 스스로를 구속하자. 올해의 남은 시간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원고를 마무리하여, 연말에 너무 썰렁하지 않도록 하자.

오늘부터 나는 백수가 아니고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
IP *.209.11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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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7.07.21 14:12:45 *.100.159.37
어쨌든 저는 님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전직은 무엇이었을까.. 갑자기 궁급해 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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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7.21 14:59:26 *.72.153.12
출판사에서 좋은 소식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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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2007.07.21 22:00:46 *.142.79.86
한명석님
실명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지만 이름 석자를 걸고 글을 쓰고 출판까지 추진하고 계시다니 님의 용기와 자신감에 박수를 보냅니다. 서점에서 작가 한명석의 책을 들춰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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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21 22:24:27 *.209.101.160
내가 쓰고 싶은 책이 아니라,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을 써야 한다는데, 아직은 마음뿐, 걷다보면 길도 보이겠지요. ^^

독자님, 저는 13년간 초등대상의 학원을 운영했습니다.
제가 부럽다고 한 이면을 정확히는 몰라도, 그저 '나 아닌 것'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걸어가면 되지않을까요?

정화씨, 놀자님, 덕담 고맙습니다. 행복한 일요일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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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7.07.22 00:10:22 *.223.191.38
한 작가님! 저는 다른 어느 분보다도 선생님의 글에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비교적 가까운 연령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제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글을 보는 안목은 약간 있습니다) 그런 이유 보다는 선생님의 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유려한 필력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독자들이 수 없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 기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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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7.22 03:00:37 *.144.157.173
한명석님.. 저는 타고난 게으름때문에라도 명석님의 꾸준한 글쓰기가 부러웠답니다.. 솔직히 제가 미치도록 환장하는 스타일의 글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꽤 많은 분들의 가슴으로 다가갈 수 있는 컨텐츠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내다버리신 자식같은 녀석이 세상에 빛도 보지 못하고 잠수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요즘같이 그놈이 그놈같은 글의 홍수속에서 흙속의 진주같은 명석님의 글을 단박에 알아보는 제대로 된 출판사가 존재할 테니까요. 이건 제 직감을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러하오니 첫번째 자식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오랫동안 숙성되어 온 명석님 안의 또 다른 글들을 시원스럽게 토해내시어 둘째, 셋째 자식들 생산에 즐겁게 올인하시기를 기대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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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22 13:43:21 *.209.101.160
옥균님. 순한 아기처럼 자다 깨다, 자다 놀다 하던 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 일 년에 한 번 뵙지만, 늘 따뜻한 격려 고맙습니다.

기찬님, 님이 글을 적게 쓸지는 몰라도, 사람책은 줄기차게! 만나고 있잖아요. 나는 사람책 부분이 치명적으로 약하지요. ^^
제발 기찬님의 직감이 맞아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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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7.07.23 08:28:51 *.100.159.37
한명석님,

그저 '나 아닌 것'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걸어가는... 그 용기가 부럽다는 것입니다.

부디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즐거움과 깨달음을 나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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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7.23 09:04:08 *.45.98.41
명석님, 어서 출판될 수 있기 바랍니다. 저는 너무 기대되네요. 명석님의 왕팬으로서^^ 책 사서 가면 꼭 사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도록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출판일정 등이 잡히면 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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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7.23 16:21:36 *.145.231.159
꽤 힘들게 사시네요. ㅎㅎㅎ
도 아니면 모, 이런식의 삶이 우리에겐 흥미거리가 되지 못하겠지요.
아직 출판사들 눈이 짧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풀죽지 마세요.
1년째 같은 글을 가지고 씨름하는 나도 있잖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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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7.24 02:04:43 *.255.32.131
명석님 안녕하세요^^*
저의 정서와 잘 맞는 글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빛나는 보석이 될 수록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더훌륭한 작품이 될 수록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고 한답니다. 어쩌면 좋고 훌륭한 책이 되기위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지금 나이들기 시작했다면" 이책 나오는날 연락주세요. 10권 주문합니다. 저도 삶을 경영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나 나이듦에 관한 내용이나, 혼자서 잘 보내는 방법, 후반부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낼 것인가.. 등등, 아주 재미나는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저는 명석님께서 작가인줄 알고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은 마음 먹는 것부터 시작한다고합니다."오늘부터 나는 백수가 아니고 프리랜서 작가입니다."명함하나 만들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프리랜서작가 한명석 참 잘어울려요.
자유는 생각보다 어려움을 요구할 때가 많답니다.
제목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삶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삶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한명석님의 책이 빠르게 출판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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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24 11:12:11 *.209.98.137
따뜻한 격려의 말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정보를 많이 수집해서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제 안의 응어리를 풀어냄으로써,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타입이라, 스스로 출판 가능성을 최소로 잡는 것같아요.

출판이 되든 안되든, 기분은 조금 큰 것같아요.
서점에서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을 보면, 아! 이거구나~~ 싶기도 하구요. 문제는 제가 전혀 '실용적'인 사람이 아니고 '관념성'에 머물러있다는 거지요.

어설프게 시장성을 고려하느니, 당분간 쓰고싶은대로 써나가면서 내 마음의 추이를 보려구요.

관심 보여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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