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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홍승완
  • 조회 수 2328
  • 댓글 수 14
  • 추천 수 0
2007년 9월 11일 23시 03분 등록

얼마 전...
엄마가 몇 개의 치아를 한 번에 빼는 시술을 받았다.
치과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홍승완 씨 되시죠? 어머니가 시술을 받으셨는데,
많이 어지러워하시네요. 이리로 좀 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때 나는 샤워 중이었다.
물소리가 커졌다.

서둘러 갔다.
엄마는 앉아 있었다.
많이 힘들어 하셨다.

"엄마, 업어줄까?"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면 업자. 그게 좋겠다."

엄마가 미소도 울음도 아닌 표정을 지으셨다.
아마도 웃으셨을 것이다.

병원에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엄마를 부축해야 하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그냥 엄마의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 어깨를 다 잡지 못했다.

엄마 어깨가 너무 좁았다.

몰랐다.

너무 좁아서,
끝까지 잡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손만 걸쳤다.


살다보면,
너무 좁아서 다 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럴 때가 있다.

살다보면,
너무 가벼워서 안고 갈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럴 때도 있다.

때로는,
넓어서 품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때로는,
무거워서 놓아야만 하는 것도 있다.


엄마를 업지 않기를 잘했다.
만얀에 업었으면 몇 걸음 걷지 못했을 거다.
너무 가벼워서...
그 가벼움이 내 발을 잡았을테니까.
IP *.147.1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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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9.12 00:16:23 *.232.147.40
그래.. 그래.
남편과 자식새끼 바라지 하느라 어깨 펼 사이가 없었던 것이다. 퍼지고 놀아볼 사이도 없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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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12 04:43:49 *.70.72.121
아마도 치아 한 개가 자식새깨들보다 100배는 나을 것이다.

생각하면서도 어떤 이유로든 외면하며 사는 일이 더 많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당신에게 맞추기보다 내 주장을 펼 때가 더 많다.

게다가 효도라는 화려한 장식 속에 가둘 때도 많다.

그 가슴 속에 그리움이 무엇인지, 필요가 무엇인지를 정작 밝혀내지 않은 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끼워넣으며 이해하려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억만 년을 살아도 부모는 부모, 자식은 자식인가 보다.


승완아, 업어드릴 수 있을 때 업어드리자.

당신들 젊은 날에조차 우리는 더 무거웠을 것이다

당신 마음안에 살면서 정작 썩은 이빨 하나만도 못한 미흡함/ 어리석음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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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9.12 05:25:05 *.72.153.12
새로 이 심어드려(돈 많이 들어. 그러니 자식이 해 드려야지). 그리고 퇴근할 때마다 맛난 거 많이 사들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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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9.12 07:22:48 *.104.250.227
정화님 말씀대로 임플란트 해 드리세요.
비싸지만, 그게 지나고 나니 그리 비싸보이지도 않습디다...
자신을 통채로 리모델링 하시는 분이니 그 정도 결심은 어렵지 않을 듯...

아~ 너무 압박 받지 마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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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9.12 10:43:01 *.209.93.154
글에서 가을냄새가 나네~~
승완씨, 가을타지 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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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9.12 11:36:17 *.248.64.232
와우 성숙된 승완님을 느낄 수있습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 이보다 더 좋은 효행은 없을 거예요.
간결하게 쓰여진 글에서 승완님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님은 내마음을 아실꺼야 하면서 넘기는 것보다 지금 이 마음을 어머님께 전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장가가도 되겠습니다. ^^*
어머님께서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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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7.09.12 12:07:02 *.120.97.115
승완아, 얼굴은 자주 못 보았지만 잘 지내고 있지?
어머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더 잘해 드리는 수 밖에 없지. 더 잘해 드려도 부족하다고 느껴지겠지만.
밖에 나와살다 보니 옆에서 모시지 못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너의 글을 보니 어머님께 전화라도 한통화 드려야겠구나.

그리고 정말 장가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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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9.12 13:49:01 *.231.50.64
음.. 오랜만에 승완이의 내면을 만날 수 있는..
조금은 가을같은 쓸쓸한 글이지만..
반가운 글이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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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9.12 15:05:22 *.176.99.197
승완아, 이럴 때 보면 너는 꼭 나야. 조만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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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2007.09.12 16:26:36 *.97.242.254
저번에 보니 하체가 다소 부실해 보인던데..
쓰러질까봐 못업은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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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9.13 03:20:34 *.48.38.252
글이 꼭 시같다. 웬지 명치끝이 찌르르한 느낌이네....
복분자주 왔는데 다 먹지 말고 승완씨랑 마실 꺼 남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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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7.09.13 22:20:05 *.126.57.198
승완~!
글이 참 좋다. 글 속에 녹아 있는 그 고운 마음이 더 좋다.
나를 마이 반성하게 했다. 이번 추석에는 나도 어머니께 철든 모습 좀 보여드려야겠다.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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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2007.09.13 22:30:15 *.187.231.190
오늘 참 여러모로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네요.
승완 오빠의 글도 그렇고..
기찬단장님의 반성섞인 강력추천에 보게 된
강풀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그렇고..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마음 따라갈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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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 송경남
2007.09.15 10:59:48 *.36.235.182
승완아...
엄마 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찡하네...
발걸음이 무거워도 많이 업어드리고, 안아드리고,
옆에서 주절주절 이야기도 많이 해드려...
이미 영원히 헤어지면..
사소한 그것들의 소중함이 가슴을 탁 막히게 한단다..
지금 나처럼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머니 이는 가능하면 빨리 해드려..
믿을만한 병원 소개할테니까 필요하면 연락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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