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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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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7일 12시 10분 등록
활기찬 사람들도 대학 병원만 들어오면 어깨가 움츠러든다.
외래대기실에서 아무래도 노인분들이 비중이 더 많으시다.
늙은 것도 서러우실텐데 뵙기도 안쓰러운 몸짓 하나하나는 보는 이의 가슴을 콱 누르는 것 같았다.

묻을 것도 많고 이야기 하고픈 것도 많은데 새어버린 발음과 붐비는 인파 속에서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린다.

업무에 지친 간호사의 음성이 계속 물으시는 노인분들을 두고 점점 높아져 간다.

"수납을 마치시고 외래채혈실로 가셔서 피를 뽑으시고, 핵의학실에 가셔서 동위원소 검사를 하시고 약국창구에 가셔서 처방전을 받으시고...."

외국어 같은 안내 앞에 어르신의 모습은 더욱 안쓰러워 보인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니까, 아예 묻기를 포기하신다.


어르신들은 정이 그리운데......
어르신의 눈을 맞추고 손을 꼭 쥐며 건네는 한마디가 그리운데.....
눈 한번 안맞추고 태어나서 처음 들으실지도 모를 말만 잔뜩 건넨다.
얼음장같은 젊은이에게 올지도 모를 더 많은 무안이 싫으신지 힘겨운 발걸음을 떼신다...

복도 모서리에 배불뚝이 자동수납기가 들어섰다.
찬바람나는 수납창구보다는 부담없는 기계가 오히려 편하다.
그래도 노인분들은 사람의 정을 그리며 창구로 다가선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 가진 감정이다.
은행에도 병원에도 기계가 자꾸 많아지는 걸보니 우리간에 감정이 자꾸 메말라 가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젊은이들은 사람이 불편해서 기계를 찾고 노인분들은 사람들에 실망하며 무력감을 느낀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 이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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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17 13:03:55 *.75.15.205
마지막 문구에서 '서로 사랑하여라 '말씀하시던 김수환추기경님 생각납니다.

오늘 아침 신문 한켠에는 '날아가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문구도 있었지요. 새는 어디를 향해 왜 가는지를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그 종착역에서는 하나의 원으로 만나리라는 것을 ... 지구는 둥그니까요. 그런데 사람은 알까요?

우리가 천 개의 눈을 가졌어도 한 방향만을 고집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이 있겠죠. 내 앞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면서 알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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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스
2007.10.19 19:02:42 *.19.174.36
다르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늘 궤도를 이탈한답니다. 가끔씩 거울을 보면서 다시 다짐합니다. 어떤 때는 좋은 분들의 글을 보며 내 모습을 가다듬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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