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백산
  • 조회 수 1739
  • 댓글 수 11
  • 추천 수 0
2007년 10월 24일 02시 10분 등록
현장르뽀 7

1

‘일류(一流)란 일등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탁월함을 지녔으면서도 일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것이다. ’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20년도 더 된 일이다.
대학원시절에 아르바이트로 88 올림픽 꿈나무들을 가르치다
‘우수지도자’로 표창을 받고 파리에 가서 펜싱 지도자 과정을
연수할 때의 일이다.

프랑스 펜싱연맹의 사무총장이었던 오판덱은 100년이 넘은
펜싱 클럽 'Racing'으로 나와 단장 그리고 두 명의 선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클럽 레스토랑에서 어려운 생선요리를 먹으면서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그가 내게 물었다.
그 당시의 내 나이는 26이었다.
“파리에 와 보니 어때? ”
“ 생각보다 별로인데요...”
단장이 나를 보며 화를 내었다. 그냥 좋게 이야기해야지
그런 이야기 할 필요가 뭐냐고
그래서 나는 그런 예의는 우리의 문화에서는 겸손이지만 저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합니다.이 사람들은
우리하고는 문화가 다르니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이 그가 저한테서 알고 싶은
것이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통역 나온 펜싱을 배우던 유학생에게
그대로 직역하라고 말했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전에는 낭만과 예술과 박애정신의 파리를
상상했었죠 사진과 그림들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며... 하지만
여기와서 내게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원의 벤치에서 할일 없이 앉아있는 노인들... 그리고 개하고 놀고
쇠구슬 치기나 하며 하루 온 종일을 소비해야 하는 외로움 ...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이젠 저의 상상 속의 파리는 사라졌습니다. ”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랬다.
‘그렇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일 뿐이다.’
그러면서 그가
‘그럼 하나 더 묻자...
그러면 자네는 프랑스 젊은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 뿌꾸와~ (why~)!?’
그가 예상 밖이라는 듯 의아한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 큰 소리로 되물었다.
‘나는 오기 전에 프랑스와 파리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았는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역사는 자유와 투쟁의 역사다.
그들은 많은 희생과 댓가를 치루며 자유를 쟁취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마치 그 자유의 끝에 도달해서 더 이상이 없는 듯한
그런 생각이 든다. 왜냐면 선조들이 너무 많은 업적을 이룩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것을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 이젠 자유라고
느껴지지 않는 혜택들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은 아니다.
지하철 역의 한 모퉁이에 누군가 죽어도 며칠이 지나도록 모르고 알게
되어도 그저 여러개피 성냥개비중의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권리가 너무 발달해서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게 마치 또 다른 형태의 무관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상한 머리나 복장을 하고
무의미한 자신을 달래기 위해서 본드를 마시고 기괴한 행동을 한다.
물론 나는 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들이
방황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남과 다르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세계대회에서 3등 만해도 한국의 펜싱 역사에 길이
남는다. 최초로 메달을 딴 사람으로 그러나 프랑스 젊은 선수는 아마도
일등... 그것도 서너번 해야 사람들이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하지 않은가?
그가 기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세비앙,,,(it's good,) 트레비앙.. (very good)

나는 겨우 6 개월의 연수를 받고 돌아와서 세계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팀
코치가 됐다. (사실 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조건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20년이 지난 뒤, 이젠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바로 그런 상황 속에 놓여있다.


2

문화와 교육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젊은이들은 힘들다.
가치있는 존재가 될려면 그만큼 더 힘이 들기 때문이다.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약간만 노력하면 되지만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죽도록 노력해도
기회나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은 것을 학습하고 기회를 얻기 위해
돈과 시간을 바쳐야 한다

또 다른 한 편에는 힘 안들이고 손쉽게 기회를 얻으려고 한다.
컴퓨터야 단계별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최신버전을 배우면 되지만
삶이나 일의 단계들은 건너 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과학적 방법론과 효율적인 학습체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것들은
직접 경험을 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엉뚱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허울뿐인
자격증과 이곳 저곳 기웃거린 방황을 경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불만스럽다.

또 그들은 많은 돈을 들여 고급스러워진 그들의 머리와는 달리
그들이 현실속에서 받을 수 있는 댓가는 상상이 가지 않을만큼 낮다.
그래서 또 한 번 실망한다.

3

이효석은 그의 단편소설에서
‘행복이란 소망의 충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본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나의 생각도 그렇다.
삶이란 항상 부족해서 아쉬워하면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다 얻지는 못해도 노력하다보면 손안에
쥐게 되는 작은 것들에 감격하고 흥분하며 고마운 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4

2년을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2 시간이 넘는 출퇴근을 하고
디자이너가 되어서도 변함없는 한 성실한 직원이 있다.
확신하건대 그의 미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책임지고 가족을 책임지고 고객을 책임지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며 살 것이다.
그가 우리의 일터에서 일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그를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실함이
나와 우리의 일터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일류(一流)가 될것이다.
IP *.131.127.35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7.10.24 06:44:04 *.72.153.12
배워야 할게 많네요.
그중 하나만 하라면... 자기답게 사는 것.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7.10.24 07:09:45 *.253.249.123
"백산의 사업장에 그런 좋은 여자가"
충심함, 근면함 웃사람이 인정해주는 신용만 가지고 일류는 어렵습니다. 그속에 그가 가진 자기만의 향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 향취에 많은 사람이 그를 흠모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요.

두사람의 성인 이 있엇습니다. 한분은 도를 깨닿고도 혼자만 지니고 세상을 떠났고 한분은 만민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평새을 바쳐습니다.
전자는 불가에서 독성이라하여 대웅전 뒷평에 초라하게 홀로 있지만 만민을 구제하려 노력하신 석가모니는 대웅전에서 금빛옷을 입고 아침저녁 공양을 받지요.

노력하여 성공하거든 봉사하고 희생하여 대중의 빛이 되어야 함은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같은 모양입니다.

백산께서도 일류가 되시면 향기 있는 남자가 되어서 많은 사람을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좋은 글 읽고 뿌듯한 아침을 맞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7.10.24 07:16:25 *.128.229.81
아주 다른 글이구나. 산에서 내려와 도시에 있구나. 쉽구나. 좋다.
프로필 이미지
벡산
2007.10.24 09:26:13 *.46.151.24
초아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많이 배우고 소인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꿈벗 모임때 인사드리겠습니다.

스승님! ^^
항상, 거기 계시죠... 그래서 안심이 됩니다.
도시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기찬
2007.10.24 10:23:03 *.140.145.22
형님.. 제 블로그에 퍼가도 되겠죠.. 여담이지만 젊었을때도 형님은 참 형님다우셨습니다 그려..^^
프로필 이미지
할리보이
2007.10.24 10:39:44 *.143.152.79
핫... 제가 좋아하는 백산님 글...
역시나 이번에도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글...
멋진 분이군요... 백산님...
프로필 이미지
박노성
2007.10.24 20:00:42 *.56.43.243
글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다가서기기 쉬워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속세에 물들지 않은 또렷한 주장이 속이 시원합니다.
한 번 만나고 싶어지네!!!
프로필 이미지
기원
2007.10.24 22:05:48 *.248.64.239
삶이라는 체험에서 나온 진수를 보고 많이 머리숙여지고 배움이 많습니다.
백산님의 과거에 멋진 청춘이 있었군요.
글에서 느낌은 단백하고, 깔끔하고 청아합니다.
가슴깊이 간직해야할 말이 많습니다.
백산님 펜이 될 수밖에 없어요.
또 밥사야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7.10.25 20:44:31 *.145.231.231
좋아요.
글에 취하겠어요.
프로필 이미지
양재우
2007.10.26 09:59:33 *.122.143.72
예전 신촌까지 쫓아가 한번 뵈었는데 너무 늦어 얼굴만 비추고 나오게 되어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글이 파노라마 같이 머릿속으로 단번에 쏙 빨려 들어 옵니다. 청춘시절부터 본인의 가치관, 주관을 가지고 꾸밈없이 말할수 있는 자신감이 신선합니다.

저도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역시 행복이란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는 것 또는 발견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7.10.27 01:09:17 *.131.127.35
기찬 ... 멋지데.. 레인보우파티..
할리보이님 지난 번, 공연에 갈 수 없어서 섭섭했습니다.
노성형님 담주에 뵈요 꼭...
자로 고맙네^^
재우님 사과는 무슨... 꿈벗들은 자유를 사랑하지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