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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4일 22시 05분 등록
저는 덜렁대는 편인데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잃어버리는 핸드폰이나 지갑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택시나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미리미리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들이 핸드백 안에 있나 점검해보고 내리는 습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물건들을 잘 챙기다가도 간혹 어디 두고 왔다든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든지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금산에서 있었던 꿈벗 모임을 참여했다가 오후 7시쯤 다른 꿈벗님들과 함께 13기 회장님 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광화문 앞에서 헤어지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짐을 풀고 언제나처럼 핸드폰을 찾았는데, 가져갔던 가방을 전부 뒤져보아도 이 녀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택시에 두고 내렸나 초조한 마음에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핸드폰 안에 있는 사람들의 전화번호와 평소에 지나가다가 보는 아름다운 글귀를 적은 메모함, 스케줄표, 그동안의 추억을 찍어놓은 사진들, 담아놓은 음악들 등등. 제가 저의 핸드폰 안에 담았던 모든 저만의 숨결들이 송두리째 사라진 거 같아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저는 지니고 다니는 물건들 중에 유달리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게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제 핸드폰도 그 중 하나로 작년 만우절 날 샀을 때부터 ‘제이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물론 제이미의 할부금이 저번 달이 되어서야 모두 지불되었다는 것과, 제이미에게 달아놓은 티머니 카드를 삼일 전에 충전했다는 것 등 그 아이가 제게 큰 의미를 갖는 금전적인 이유들도 있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아일랜드와 몽골까지 함께 따라갔었던 제 소울메이트가 제 곁에서 사라진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집전화로 전화를 걸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았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봅니다. 답이 없습니다. 친구들이 그동안 칙칙하다고 불평해댔던 제 컬러링을 처음으로 들어보았습니다. ‘찾기만 하면,’ 찾기만 하면 컬러링 따위 못 바꿔 줄까. 마음을 다져본들 없어진 녀석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찾다 찾다 핸드폰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꿈벗님 차에 있든가, 택시에 떨어뜨렸던가 둘 중 하나야’ 그러나 사실 저는 마음속으로 택시에 놓고 내렸다는 경우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광화문에 도착하기 직전에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던 것이 기억이 나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오늘 우리를 데려다 주신 꿈벗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분에게서 찾아보고 연락을 주시겠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도 제 핸드폰에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행여나 우리 다음으로 탔던 어떤 친절한 손님이 내 전화를 받고 제이미를 잃어버렸던 것이 사고였다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나를 안심시켜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안 된다면 택시기사님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제이미의 존재를 확인하고 택배회사를 통해 제이미를 돌려준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한층 불행해졌습니다. 설령 다시 핸드폰을 산다한들, 지금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을 모두 복구 할 수나 있겠습니까? 기분이 한층 암담해지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계속 이어지던 컬러링이 뚝 끊겼습니다. 누군가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누구였냐구요? 어떻게 되었냐구요?

다행히 꿈벗님 차에 있었던 겁니다~! 어찌나 마음에 평화가 깃들던지..행복이라는 게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잃었던 물건을 다시 찾기만 해도 이렇게 행복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 이구나 라는 생각을 순간 했습니다. 내일 아침 택배로 받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기억났습니다. 한 사람이 나귀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그 나귀를 찾아 주는 사람에게는 그 나귀와 더불어 그 나귀에 실려 있던 짐까지 다 주겠다고 공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물었습니다. "다 줄 것이면 뭐하려고 찾으려고 하세요 ? “ 그러자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잃었다가 찾는 기쁨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지금 찾아보니 변경연에서 날아온 메일 중에 한통에 있던 이야기로군요. 어쩌면 제게 일어날 일을 변경연에서 예언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IP *.16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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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11.04 22:20:19 *.72.153.12
제이미. 이름때문에 세상에 둘도 없는 단 하나의 존재가 되었네.
찾았다니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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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 신세웅
2007.11.05 18:10:17 *.252.77.83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친구 선후배를 찾아 한번쯤 전화해보는 여유는 어떨까요?

사람을 통해 느끼게 되는 행복감도 만만치 않거든요.
나눈 경험들 대화들, 그 당시의 풍광들이 떠오르면서 잠시나마라도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이미 찾아서 잘되었구요.. 소중하게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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