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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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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0일 10시 12분 등록
“손순에게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매번 할머니의 음식을 뺏어 먹는 것이었다. 손순이 이를 곤란하게 여기고 아내더러 말했다.
아이는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소. 잡수실 것을 뻣어 버리니, 어머니가 너무 배고파하시는구료. 아 아이를 묻어 어머니가 배부르도록 해야겠소“
그러고서 아이를 업고 취산의 북쪽 교외로 나갔다“
(삼국유사 효 선 편 “손순이 아이를 묻다” 조)

“하루는 자기 집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 졌다. 핏자국을 따라 찾아보자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리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 하다가 깊이 탄식하며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려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삼국유사 신주 편 “혜통이 용을 항복시키다 조의 첫부분)

오래전의 일이다.
서편제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군대에 간 같은 학과 학회의 선배에게 위문편지를 쓰면서 영화 서편제 이야기를 함께 써 보내었다.
나는 서편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이 아비가 딸 송화의 득음을 위해서 딸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이라고 편지에 썼다.
편지에는 무엇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지는 쓰지 않았는데 선배는 답장에 그것을 물어왔다.
무엇이 그리 “한국적이더냐”고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장은 쓰지 못한 것 같다.
오래전의 일이라 그 까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늘 고민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가끔 가슴 아프게 먹고 사는 일에 힘이 들어 더 이상 삶을 지속하지 못하겠음을 결정하고
일가족이 함께 자살하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흔히 모질게 자식까지 데리고 데리고 가느냐고 우리는 쉽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아홉 살 난 딸아이를 하나 키우면서 갖는 생각이, 내 자식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내 자식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부모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자식은 자식이고 나는 나라고 한다는데
그건 어찌보면 서구적인 교육관이 유입되면서 퍼진 이야기가 아닐까

성덕대왕 신종에 바쳐진 어린 아이, 손순이 묻으려한 아이..
그 아이는 자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이 아닐까
그 비장함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핏줄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효녀는 물론 아니고 오랫동안 부모의 속을 썩이기까지 한 자식이다.
“효”는 무얼까
자식은 내게 무엇이고
부모는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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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0 10:24:26 *.70.72.121
글쎄요...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상하좌우가 연결되는 것이라고 봐요.

매우 웃기는 비유이겠지만 사랑이 먼저일까? 아이들이 먼저일까?를 두고 저는 사랑을 선택한 적이 있었어요.(그것이 못내 죄의식으로 남습니다만) 인륜 전에 천륜이 생겨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였지요.

손순이 선택한 삶은 자기를 선택한 삶이라고 봐요. 봉양을 이유로 죽지 않은 것이지요.

남의 일이라 그런지 정이 그렇다면 아이와 어머니를 남겨두고 자신이 떠났어야 한다고 봐요. 세상은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자신 하나쯤 없어도 잘 돌아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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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2008.03.10 12:38:27 *.38.102.209
부모가 되어보니 나경님. 자식의 존재 자체로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부모되시면 알게 될거에요. 그냥 많이 웃어 드리세요.
그럼 기쁘더라구요. 여기서도 웃으며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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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
2008.03.14 09:12:55 *.109.118.252
두번째 과제를 너무나 허둥지둥해버려 한 주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연구원을 지원하려면 애인이나 남편, 아내의 동의가 필수라는데
저는 딸아이의 동의가 필수적이었음을 지난 3주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주말에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딸과 함께 먹고 놀고 만화보고 등산가고 자전거타고....그렇게 보낸다는 것도 알았네요.
주말이되기전에 과제물을 다 마쳐 놓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번 주말도 그리되진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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