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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0일 17시 25분 등록
도전(挑戰) : 최후의 생존전략(365-63)

인류는 도전의 역사였다. 역사상 인류는 도전을 통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인류 최초의 4대문명(이집트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화문명)도 인간의 위대한 도전의 결과였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이집트는 나일 강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나일 강은 다른 강과 달랐다. 우기에는 어김없이 범람했고 문명을 위협했다. 천재(天災)는 인간을 단련시킨다. 이로 인해 태양력과 기하학, 건축술, 천문학을 찬란히 꽃피웠다. 나일 강은 오늘도 주변국의 문명을 면면히 지키고 있다.

4대 문명이라고 해서 모두 존속하지는 못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대문명에 버금가는 잉카문명, 마야문명 등도 그 도도함을 뒤로하고 우리의 안중을 비웠다. 그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위대한 역사가 토인비(A. Toybee)는 그의 걸작 『역사의 연구』에서 이를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서 설명하였다. 다시 말해서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된다고 한 것이다. 나는 인간의 응전이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연에 도전한 결과로 보고 싶다.

황화문명의 변방에서 오천년의 역사를 지탱한 우리 민족의 도전사는 인간의 생존이 어떠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고조선에서의 한민족(韓民族)은 황화를 주름답던 한족(漢族)과 자웅을 겨루는데 손색이 없었다. 비록 이 싸움에서 정통성을 부여받은 한(漢)나라에게 패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국권을 수복한 한민족은 잦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주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 민족은 외부의 도전에 응전으로 점철된 역사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도전의 역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강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한계로 인하여 끊임없는 외세의 물결이 한반도를 범람시켰다. 하지만 도전에 응전하면서 자생력을 길러왔다. 한사군을 몰아내면서 시작된 민족의 회복사는 수.당의 외침을 막아주는 내공을 길러주었고, 최초의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해주는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북방민족의 하나인 거란의 침입은 유.불문화의 혁혁한 발전을 가져왔고, 세계를 호령하며 수많은 민족을 말발굽아래 두었던 몽골제국아래서도 나라를 잃지 않았다. 비록 속국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맛보았지만 민족의 혈맥만은 유지했던 것이다.

이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토대가 되어 조선 초기 세종대왕이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를 만나는 기쁨을 선사했다. 15세기 빛났던 조선문화는 16세기 일본의 야심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지는 듯 했으나 이순신이라는 불세출의 명장을 통해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17세기 청나라의 외침은 영정조로 이어지는 조선의 실용주의(實用主義)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재현되었다. 19세기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불어 닥친 민족의 위기나 일본의 군국주의 앞에 무릎 꿇어야 했던 상처도 짧은 기간 안에 극복함으로써 한민족의 유구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비록 통일조국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역사의 끊임없는 도전이 오늘의 민족적 주체성을 바로 세워주고 있으며 20세기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민주주의의 정착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게 해주었다. 도전이 우리의 생존능력을 가일층 심화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지구촌 축제의 하나인 올림픽의 성공적 수행은 세계인에게 한민족의 가능성을 알리기에 족했고 21세기 초두에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각인시켰던 붉은 악마의 함성은 이제 외세의 도전에의 응전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세계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표방하는 청신호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력갱생이 어려웠던 분위기를 일신하고 세계의 유수 기업들을 일구었고, 전무한 부존자원과 자본의 열세를 극복하고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발굴과 육성을 토대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정보화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산업에서 문자의 우수성과 인적 네트워크로 민족의 자긍심을 북돋워주고 있다. 응전으로 잉태된 도전이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민족에게 도전은 계속된다. 아직 이루지 못한 통일조국이 우리의 첫 번째 도전이 될 것이다. 노마드로 대변되는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를 끝없이 뻗어나가게 하겠지만 우리를 무섭게 추월하고 있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거대신흥국가들의 숨가픈 도전이 또 한번의 응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응전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역사와 다른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듯이 최선의 응전은 도전이라는 사실이 각인되었으며 최후의 생존전략이 도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응전이 아니라 적극적인 도전으로 바꾸어야 21세기에 살아남을 몇 안 되는 민족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도전은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내재된 도전의식의 집합이다. 모두 합칠 때만이 도전의 힘은 발휘된다. 이제 나부터 도전은 시작된다. 그리고 모두가 도전에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민족은 도전의 역사에서 기록으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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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10 18:19:34 *.70.72.121
BRICS 펀드가 생각났어요. ㅋ
개발도상국들의 용트림이 거세기 때문에 펀드까지 나왔겠죠.
도선배의 힘찬 용트림에도 쌍수 들어 열렬히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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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3.14 19:08:32 *.46.177.78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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