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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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백지와 전투 중이다.
우선 백지가 무서워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목청껏 소리쳤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더 큰 목소리로 다시 한번 외쳐댔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그리고 이 자식.
지 몸에 손 하나 까딱 못 대게 하고,
고상한 척 앉아 나를 조롱하는 이 녀석에게도 한마디 해 줬다.
자, 목소리 깔고…. 나지막하게…
‘니 까짓거, 하나도 안 무섭거든.
다 달겨들어. 열 놈 이든, 백 놈 이든 오늘 내 손에 죽었어.’
온 종일 흰 백지를 앞에 두고 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
누가 보면 벌써 나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고도 남았을 것이다.
참, 이상하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기는 이렇게 기한까지 정해져 글을 써야 하는 절박함에 처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한대도 지금 내 상태는 너무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기억의 상자를 열어 시간을 앞으로 앞으로 되돌려 본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되었을 것이다.
글을 올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하나 하나 읽어 보았다.
이 사람의 글은 참 아름답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참 대단하다…
우와~ 참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군.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했던 것 같다.
그 후에 두 번째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이다.
나도 저 사람처럼 아름다운 표현을 써보고 싶다.
나도 이 사람처럼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나도 요 사람처럼 내 기분이나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해 보고 싶다.
그래. 바로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백지공포증’이 시작된 게 말이다.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고, 글을 써도 맘에 들지가 않아 3줄 이상 이어나가지를 못한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약도 없는 병이라서 그런가 시간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딱히 해결책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그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 둔 내가 쓴 글들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특정 상황이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쓰는 걸 좋아한다.
내가 쓴 문장은 길이가 짧고, 수식어가 별로 없다.
그 때 그 때의 느낌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리고 글 속에는 자주 시간의 변화나 상황, 주제의 변화가 있다.
다시 말해 어디론가 이동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가만히 앉아 감상을 이야기 한다든지, 논리적으로 특정 주제를 풀어 쓰는 정적인 글쓰기를 잘 못한다. 잘 못하니 당연히 그런 방식의 글쓰기를 즐길 수가 없고, 즐길 수가 없으니 글쓰기가 고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지난 번 글에 할리보이님이 남겨주신 답글이 생각났다.
"그리 짧지 않은데도 길게 느껴지지 않게 쓰는 글빨...
그대의 최대의 강점...(내가 보기에)"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내 글쓰기의 핵심은 ‘이동’과 ‘거침없는 솔직함’에 있었다.(고 혼자 정해 보았다)
그 누구(특히 나 자신)도 지루해 지기 전에 문장을 끝내 버리고, ‘샤샥’ 다른 장면, 다른 사건, 다른 주제로 이동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기분이나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해 버린다.
코리아니티에서 저자는 ‘추종과 모방은 우리가 선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버려야 할 첫번째 품목’이라 하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방식을 모방하려 하였고, 그로 인해 결국 내가 가진 고유함을 잃어버렸다. 결국 글쓰기를 고통스러운 일로 만들어 연구원이 되는 것마저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미련한 넘~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함을 차별적 강점으로 만드는 일! 아직은 서툴고 미약하지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ANNANITY! 파이팅이다.!!
IP *.171.104.14
우선 백지가 무서워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목청껏 소리쳤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더 큰 목소리로 다시 한번 외쳐댔다.
나는 내가 쓴 글이 좋다!!!
그리고 이 자식.
지 몸에 손 하나 까딱 못 대게 하고,
고상한 척 앉아 나를 조롱하는 이 녀석에게도 한마디 해 줬다.
자, 목소리 깔고…. 나지막하게…
‘니 까짓거, 하나도 안 무섭거든.
다 달겨들어. 열 놈 이든, 백 놈 이든 오늘 내 손에 죽었어.’
온 종일 흰 백지를 앞에 두고 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
누가 보면 벌써 나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고도 남았을 것이다.
참, 이상하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기는 이렇게 기한까지 정해져 글을 써야 하는 절박함에 처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한대도 지금 내 상태는 너무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기억의 상자를 열어 시간을 앞으로 앞으로 되돌려 본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되었을 것이다.
글을 올리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하나 하나 읽어 보았다.
이 사람의 글은 참 아름답군…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참 대단하다…
우와~ 참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군.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을 읽으며 감탄을 했던 것 같다.
그 후에 두 번째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이다.
나도 저 사람처럼 아름다운 표현을 써보고 싶다.
나도 이 사람처럼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나도 요 사람처럼 내 기분이나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해 보고 싶다.
그래. 바로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백지공포증’이 시작된 게 말이다.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고, 글을 써도 맘에 들지가 않아 3줄 이상 이어나가지를 못한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약도 없는 병이라서 그런가 시간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딱히 해결책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그 동안 컴퓨터에 저장해 둔 내가 쓴 글들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나는 특정 상황이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쓰는 걸 좋아한다.
내가 쓴 문장은 길이가 짧고, 수식어가 별로 없다.
그 때 그 때의 느낌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리고 글 속에는 자주 시간의 변화나 상황, 주제의 변화가 있다.
다시 말해 어디론가 이동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가만히 앉아 감상을 이야기 한다든지, 논리적으로 특정 주제를 풀어 쓰는 정적인 글쓰기를 잘 못한다. 잘 못하니 당연히 그런 방식의 글쓰기를 즐길 수가 없고, 즐길 수가 없으니 글쓰기가 고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지난 번 글에 할리보이님이 남겨주신 답글이 생각났다.
"그리 짧지 않은데도 길게 느껴지지 않게 쓰는 글빨...
그대의 최대의 강점...(내가 보기에)"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내 글쓰기의 핵심은 ‘이동’과 ‘거침없는 솔직함’에 있었다.(고 혼자 정해 보았다)
그 누구(특히 나 자신)도 지루해 지기 전에 문장을 끝내 버리고, ‘샤샥’ 다른 장면, 다른 사건, 다른 주제로 이동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의 기분이나 느낌을 거침없이 표현해 버린다.
코리아니티에서 저자는 ‘추종과 모방은 우리가 선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버려야 할 첫번째 품목’이라 하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방식을 모방하려 하였고, 그로 인해 결국 내가 가진 고유함을 잃어버렸다. 결국 글쓰기를 고통스러운 일로 만들어 연구원이 되는 것마저 포기하고 싶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미련한 넘~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함을 차별적 강점으로 만드는 일! 아직은 서툴고 미약하지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ANNANITY!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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