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
- 조회 수 383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1996년쯤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FM 방송을 듣는데 나레이터가 들려주던 시를 듣고는 다음날 곧바로 서점에가서 샀던 시집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염명순)의 시.
--------------------------------------------------------------
세한도
내 생애는 끝내
쓸쓸한 지붕 얹고 그 안에
찬바람을 듣는 두 귀만 밝아
들판에 가득한 달빛을 문풍지에 담는다
무너진 세월의 고랑사이
추억처럼 흰 눈이 내리는 날
인적 없는 마음에 불을 지피고
담담한 먹빛 풀어
유배의 방은 물들고
언뜻언뜻 끊어졌다 이어지는
시린 눈발 끝에 고개 숙인
나는 늙은 소나무
나도 한때는 저 마을의 불빛을 그리워했으리
해소기침 밭은 숨 몰아쉬며
누군들 고고 싶지 않았으랴
한 시절 꾸던 꿈과
제주 앞바다를 솟구치던 파도 잠재운 뒤
흰 화선지에 한 획씩 더해지는
젊지 않은 나이도 고마우이
나이 들어 눈 대신 밝아진 마음 하나로 심지 돋우고
밤새 난초를 치다보면
하나 둘 꽃망울로 맺히는 그리움도
이젠 아름다우니
이 마음 먼 물길을 건너
뭍을 오를 때엔 이미
환하게 꽃피어 있으리
IP *.20.4.60
--------------------------------------------------------------
세한도
내 생애는 끝내
쓸쓸한 지붕 얹고 그 안에
찬바람을 듣는 두 귀만 밝아
들판에 가득한 달빛을 문풍지에 담는다
무너진 세월의 고랑사이
추억처럼 흰 눈이 내리는 날
인적 없는 마음에 불을 지피고
담담한 먹빛 풀어
유배의 방은 물들고
언뜻언뜻 끊어졌다 이어지는
시린 눈발 끝에 고개 숙인
나는 늙은 소나무
나도 한때는 저 마을의 불빛을 그리워했으리
해소기침 밭은 숨 몰아쉬며
누군들 고고 싶지 않았으랴
한 시절 꾸던 꿈과
제주 앞바다를 솟구치던 파도 잠재운 뒤
흰 화선지에 한 획씩 더해지는
젊지 않은 나이도 고마우이
나이 들어 눈 대신 밝아진 마음 하나로 심지 돋우고
밤새 난초를 치다보면
하나 둘 꽃망울로 맺히는 그리움도
이젠 아름다우니
이 마음 먼 물길을 건너
뭍을 오를 때엔 이미
환하게 꽃피어 있으리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79 |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2] | 김신웅 | 2008.05.22 | 6403 |
2278 | 램프와 빵 [2] [3] | 김유수 | 2008.05.22 | 3454 |
2277 | 신화얘기와 나의 종교 [1] | 이수 | 2008.05.21 | 2820 |
2276 | 혼자 논다 -- 구 상 [4] | 이문화 | 2008.05.21 | 3748 |
2275 | 마더 데레사의 시와 기도 [1] | 찾다 | 2008.05.21 | 4612 |
2274 | 봄길 /정호승 [3] [4] | 바다보배 | 2008.05.20 | 5594 |
2273 | 시대 / 서찬휘 [2] [2] | 형산 | 2008.05.19 | 4217 |
2272 | 서산대사의 시 [1] [3] | 이성주 | 2008.05.18 | 5861 |
2271 | 화염경배 (이면우시인) [1] [3] | 이성주 | 2008.05.18 | 3744 |
2270 | [98] 낙화 / 이형기 [3] | 써니 | 2008.05.18 | 4038 |
2269 | 늑대의 죽음/ 알프레드 드 비니 [1] | 한정화 | 2008.05.18 | 4052 |
2268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_7 [7] | 개구쟁이 | 2008.05.17 | 3379 |
2267 | 귀천 [2] [2] | 채 데레사 | 2008.05.17 | 2979 |
2266 | 인연설- 한용운 [2] [1] | 눈큼이 | 2008.05.16 | 4355 |
» | 세한도 - 염명순 [2] [3] | 김진 | 2008.05.16 | 3837 |
2264 | 이동순의 얼음 [1] [2] | 이형구 | 2008.05.16 | 3448 |
2263 | 인생-김광섭 [1] [3] | 한희주 | 2008.05.15 | 3758 |
2262 | 버스에서 [3] | 리진 | 2008.05.15 | 3347 |
2261 | 엑셀시오 | 유촌 | 2008.05.14 | 4131 |
2260 | 트라이 앵글의 고전 "이녹아든(Enoch Arden)" [5] | 지희 | 2008.05.14 | 123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