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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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 윤동주 -
한 15년 전이지 싶습니다.
대학 후배가 강원도 홍천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보내 온 편지 중에
" ... 지금 제 빰을 스치는 이 바람이 형의 빰도 스쳐 지나가겠지요..." 하면서
함께 적어 보내 온 시입니다.
그때부터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습관적으로 제 눈썹과 뺨에 손을 대고
확인하곤 합니다. 파란색 물감이 묻어 있는지...
그 후배가 다음 달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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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중학시절, 체육실기시험때문에 배구토스연습을 하다 가을 운동장에 벌렁 누워서 외워보던 바로 그 시..
옆여자 고등학교담장에서 축제의 음악이 빈 운동장을 채우고
내 눈동자를 눈부신 파랑하늘이 채우던 시간이 지나갑니다.
교과서 이외의 시를 가르쳐 주시며 다음시간까지 외워오라고
그리고 시를 쓴 그 노트옆장에 시화를 그려 오게 하신 국어선생님
그 분 때문에 신석정, 황동규, 유치진.. 이름을 알았고
그분이 교과서 이외의 이 시를 가르쳐 주셔서 우리는 시를 외우며 등하교길을 덕수궁돌담길 맞은편길을 걸어갑니다.
황동규의 편지를 칠판에 써 주시며
그 아름다운 눈동자로 '이 시는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는 시가 아니다'며 칠판의 글씨들이 은가루를 날리던 특활시간
아, 그 국어선생님이 3학년때 담임이라는 것을 알자
반장과 나는 일어나 환호를 지릅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쳐다보건 말건.
세상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눈동자의 소유자
그 분과 눈맞춤하려고 내 작은 눈에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2002년 봄, 그분께 남은 시간을 시를 쓰며 살겠다는 편지를 쓰고
지난 목동 주소로 부쳤지만.. 과연 도착했을까
내게는 되돌아 오지도 않았고.. 선생님께서 답장하시지 않을 분이
아닌데..
2002년 그 봄.. 고립과 단절의 극단이 찾아온 그 봄에..
그 몇개월간 유월이 오기전 인적없이 박새소리만 가득하던 낙산의 작은 방에서
잊고 지냈다. 그분에게 그런 편지를 쓴 적이 있음도
2004년도에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 시를 읽다가 기억을 되찾아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옆여자 고등학교담장에서 축제의 음악이 빈 운동장을 채우고
내 눈동자를 눈부신 파랑하늘이 채우던 시간이 지나갑니다.
교과서 이외의 시를 가르쳐 주시며 다음시간까지 외워오라고
그리고 시를 쓴 그 노트옆장에 시화를 그려 오게 하신 국어선생님
그 분 때문에 신석정, 황동규, 유치진.. 이름을 알았고
그분이 교과서 이외의 이 시를 가르쳐 주셔서 우리는 시를 외우며 등하교길을 덕수궁돌담길 맞은편길을 걸어갑니다.
황동규의 편지를 칠판에 써 주시며
그 아름다운 눈동자로 '이 시는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는 시가 아니다'며 칠판의 글씨들이 은가루를 날리던 특활시간
아, 그 국어선생님이 3학년때 담임이라는 것을 알자
반장과 나는 일어나 환호를 지릅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쳐다보건 말건.
세상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눈동자의 소유자
그 분과 눈맞춤하려고 내 작은 눈에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2002년 봄, 그분께 남은 시간을 시를 쓰며 살겠다는 편지를 쓰고
지난 목동 주소로 부쳤지만.. 과연 도착했을까
내게는 되돌아 오지도 않았고.. 선생님께서 답장하시지 않을 분이
아닌데..
2002년 그 봄.. 고립과 단절의 극단이 찾아온 그 봄에..
그 몇개월간 유월이 오기전 인적없이 박새소리만 가득하던 낙산의 작은 방에서
잊고 지냈다. 그분에게 그런 편지를 쓴 적이 있음도
2004년도에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 시를 읽다가 기억을 되찾아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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