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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8일 13시 00분 등록
이 홈페이지의 주인장이신 구본형 선생님은 나의 스승이십니다.
나는 그분의 이야기와 책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분이 사시는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이 닦아내는 삶의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추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더욱 더 확고한 신념과 동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길 위에 서게 되었고, 그 길을 휘적휘적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스승을 만났습니다.
그 스승은 바로 나무이십니다.
나는 나무를 통해, 들풀을 통해,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숲 속 생명들의 삶을 통해 나를 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은 점점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다른 스승이면서도 그들은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분이 그러시듯, 나무에게도 현란함이 없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은 모두 묵묵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는 먼저 걸어가는 모습으로,
때로는 눈과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도 한 자리에 서서 그다운 삶을 지속하며 자기 하늘을 여는 것으로,
또한 다른 생명체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그를 기대어 쉬게 하고 길 떠날 힘을 주는 것으로,
그들은 자기 존재의 우주적 소용을 드러냅니다.

나는 이 두 스승처럼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다우면서, 묵묵하면서, 그리고
그 삶을 통해 생명공동체에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주 많은 시인들이 나무와 들풀과 숲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멍석을 깔아놓은 시 축제에 나무라는 또 다른 스승을 초대해 봅니다.



나무 1
- 신 경 림 -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 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IP *.116.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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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5.28 16:23:18 *.36.210.11
수수한 듯 비장한 시입니다.

아파서 질질 짜던 것이 힘이 됩니다.

5월의 나무는 어느 때 보다도 맑고 푸르름 입니다.


한 순간 만이라도 나무처럼

나무를 쫓아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웃자란 내 허물과 영육간의 허영을 가지 치지 못해 벌컥 거림이 참 어설프고 아련하기만 한 것인가 봅니다.


살아서 부끄러운 날이 너무 자주 찾아오니 이 무슨 영문인 까닭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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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5.28 16:42:05 *.221.78.72
반갑습니다.
아직은 턱없이 모자란 저이지만 구선생님과 나무의 미덕을 닮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구본형 선생님과 나무를 스승으로 모시는 백오 님의 모습이 든든합니다.
신경림 선생의 '나무'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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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5.28 17:57:10 *.169.188.175
아름다운 숲님이시죠...

제가 늦게 자리에 앉는 바람에 조금 못들었던

새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문득 나를 향해 달려오는 느낌 만땅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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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政
2008.05.28 19:56:43 *.193.94.92
선생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지난번 뵈었을때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나무들은 자신의 곁을 내어 주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씀까지~~

맑은 날 나무를 만나러 산에 올라 보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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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08.05.29 00:38:19 *.17.245.181
아름다운 노~오~ㅁ 님을 보면서 가슴에 나무를, 세상을 품고 있다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나무'를 올리시다니요 대단합니다.
생태강의 듣던것이 생생합니다. 다시 기회가 있겠지요?

강의를 들은 기억은 생생한데, 내용은 '아이쿠' 이걸 어째
적벽에 다 두고 왔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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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2008.05.29 07:59:54 *.128.11.164
아름다운 계절 5월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좀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만나는 글..그리고 시 한편..
혹시나 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아픔이 밀려오네요..
순간 순간..지금 가는 길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붙잡고 있는 건...용기가 부족해서이겠지요?
오늘도 모두들 빛나는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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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5.29 15:53:39 *.180.231.148
아름다운 넘에겐 훌륭한 멘토가 많아서 부럽습니다.
천년을 이어가도 지치지 않을 멋진 숲을 가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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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8.05.30 09:41:57 *.116.42.67
써니님 _훌훌 털고 얼른 일어나셔요*^^*
한희주님 _한희주선생님이야 말로 나누며 사는 나무의 미덕이 고스란이 담겨 있으신 분이신걸요 ^^
햇빛처럼님 _닉네임으로는 누구신지 모르겠습니다.ㅠ.ㅠ 제가 새에 관한 이야기를 드렸나요?
世政님 _그렇게 공부하시는 모습도, 두 분이 사랑하시는 모습도 참 아름다우십니다. 더 행복하시길...^^
이철민님 _다시 기회가 있겠지요? 이왕이면 숲에서 뵈면 좋겠습니다.
시리우스님 _6월에도 자연의 이 눈부신 아름다움은 계속 되겠지요? 자연과 그의 자식들인 우리는 모두 자기의 때를 만나서야 꽃을 피우는 것이니 우리는 서두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리우스님 아름다운 6월 맞으시기 바랍니다. ^^
함장 _행님아~! 고맙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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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08.05.30 09:55:07 *.114.22.136
"사람이 자연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살 수 밖에 없다" - 저 이말에 동의합니다.

그래서인지 날씨 변화에 감정기복이 좀 있는 편이지요.

바람이 가슴을 감싸안는 날 /
비는 안오면서 흐릿한 날 /
모든 죄 용서해주듯 화창한 날 /
땅에 떨어져 닿는 소리가 정겹게 비 내리는 날 /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하늘이 맑은 날 /
그 하늘에 예~뿐 구름 한 장 떠 있는 날 /

주로 이런 날 생각도 깊고, 감정이 막 살아납니다.
막걸리를 들고 숲으로 강의 들으러 예고 없이 찾아갈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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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5.30 10:16:04 *.169.188.175
아름다운놈님..

저 16기 막내 장호식입니다. 마흔에 나무와 자연과 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한 새내기 말입니다.

팬션 앞에서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저는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었지요. 떠나간 새끼 새를 찾아서 둥지를 맴도는 어미새에 관한 것 말입니다..

아름다운놈님(약간 이상하다..크크)
다음에 또 뵙게 되면 나무에 대하여 새에 대하여 산에 대하여 풀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세요. 감사히 받아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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