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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08년 7월 16일 01시 30분 등록
우리 스스로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제대로만 인식하고 산다면 세상에 그다지 뚜껑 열릴 일은 없을 지도 모른다. 우주 안에서 지구가 어떻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살펴 보노라면, 인간에게도 빅뱅이 일어날 수도 암흑기와 빙하기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숨을 고르는 듯 보이는 지구처럼 우리도 때론 그것을 따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으되 단 한 순간도 정지된 상태로 있지 않는 인간이란 생명체. 그 매커니즘을 파악했다면 우리가 다음에 할 일은 욱하는 감정에 기세 좋게 내던졌던 그 때 그 감정들, 그러니깐 소위 말해 자신의 존엄을 해친다며 무차별적으로 버리고 만, 그것에 묻어 있었던, 무척이나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그 소중한 감성들, 그것들을 찾아서 다시 가지고 올 일이다.

어제 열대야 탓인지 밤에 몇 번인가 깨어 물을 마시곤 했다. 중간에 남량 특집 드림을 경험하는데 쭈삣쭈삣….자다 일어나 불을 켜고 잠을 청하는데 잠이 들만하면 예의 가위 눌림 비슷함이 또 엄습하곤 했다. 할 수없이 고양이 테리를 불렀다. 낮에는 들은 척도 안 하는 놈이 밤에는 슬며시 기척만 해도 쏜살같이 곁으로 와 준다. 놈이 내게 무엇을 바라는 지 알 수 없다만 어쨌거나 나이트 메어에 혹시나 하며 놈이라도 찾았을 때, 잽싸게 달려 와 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허허..이 녀석을 써먹을 때도 있다. 밤에는 에어컨도 안나오는 방이라 선풍기를 튼 채 녀석의 다리에 살짝 몸에 대고 다시 잠을 청한다. 더워 죽겠지만 그래도 한결 든든한 게 가위 안 눌리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 이럴 때 고양이가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네….든든한 식구다. 어쩌다 가끔은 의지의 대상이다. 살아있는 생명과는 그래서 소통이 제일이다.

몇 달인가를 본능의 요망에 따라 어설픈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내 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너로 사는 삶이 이토록 즐거운가? 머리를 다친 후론 그저 오늘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입 벌리고 웃는 나..(헤헤헤)

200년 전쯤에는 내 나이면 벌써 저 세상에 가는 게 정상이었다는데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있다. 여기서 보너스로 받았다는 (그것이 내게도 해당될는지 의문이지만) 한 30년쯤, 인간의 수명이 급격히 연장되었다 하지 않는가….근데 그럼 저 세상은 어떨까? 신입이 제때 들어와줘야 조직이 원활이 돌아갈 터인데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씨잘 데 없이 별 걱정을 다하고 있지만 이건 쪼매 진지하기도 하다. 이런 거 지식인에 올리면 답이 나올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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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삼 개월 자전거에 빠져서 페달만 밟아대다 날씨가 너무 더운 관계로 잠시 독서로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면 근질근질 하던 몸처럼 모처럼의 독서는 살살 쭈그러진 뇌를 간지럽히며 강력하게 이쪽 저쪽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덕택에 뱃살 주변으로 수줍게 흐르는 땀이라는 녀석들도 발견했고요, 이렇게 조금 거친 안부 전합니다. 지인의 생일 파티를 다녀와 일 주일간 멀리했던 보리물과의 해후를 계기로 그리운 분들에게 갑자기, 무조건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날씨가 너무 덥지요?
수술하신 분들은 실밥 안 터지셨기를.. 애인 없는 분들은 좋은 인연 만나시기를.. “삶이 뭐 이래?” 하신 분들께는 “삶은 또 왜 이리 멋진 거야?” 이렇게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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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16 11:04:32 *.244.220.254
담다디 연구원님!
오래만이네요~ 고양이는 잘 있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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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7.16 12:45:36 *.161.251.172
역시 언니 글은 사람들을 웃게해
"신입이 제때 들어와줘야 조직이 원활이 돌아갈 터인데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 푸 하하하
누가 이런 생각을 할까? 언니만이 가능한 일이지 싶다.

언니에게 즐거운 일상들이 은하수처럼 펼쳐지길 바라며...저 역시 잘있다는 안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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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8.07.16 17:34:59 *.193.194.22
첫 문장에서 '아버지의 질문'이 떠오르네요. 내게 하셨던. 오늘 하루 저를 정리하면서 퇴근합니다. 시원한 비가 내린 거리로 나갑니다.
삶은 날씨처럼 늘 새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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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7.16 19:34:44 *.251.185.184
안그래도 가끔 궁금했다우.
딸애가 싸이클에 입문하면서,
자전거가 우리 대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나도 조금씩 귀동냥을 하고 있는데,
자전거, 철학이 있는 좋은 운동 같아요.

열대야에 테리 도움받아 잠 잘 이루고,
찬 바람 나면 번개 한 번 때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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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8.07.16 23:33:20 *.215.56.176
마음 먹기에 따라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고양이는 그 날 이후 불만 끄면 당연한 듯 보호자 역활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아주 땀띠가 날 지경이지만 있는 그대로 녀석의 마음을 헤아려 복종의 즐거움을 누리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뚱딴지 같은 생각에 혼자 골몰합니다만 어쩌면 그런 것들을 즐기며 사는지도요..

그래요, 좀 시원해지면 한강 다리 아래의 자전거 번개도 좀 색다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가운 분들의 답글,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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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07.18 01:20:51 *.100.107.45
저도 다른 이유로 잠수타고 있는 자이긴 하나 향인님의 안부를 듣다 보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살짝 그리워지는군요. 언제나 향인님다움으로 즐겁게 보낼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보리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반가운 해후가 있다면 저도 웬지 한잔 할 수 있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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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7.18 05:48:35 *.72.153.57
향인 언니, 나도 언니의 안부가 궁금했어.
잘 지내고 계시네.
제주 사건 이후로 머리가 좋아져서 생이 즐거워졌다니 좋겠네요. 옹박에게도 머리가 더 좋아졌다고 긍정으로 얘기하던 언니가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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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7.18 07:13:26 *.180.230.60
오랫만에 들러 안부 글 보니 반갑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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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8.07.18 22:57:50 *.215.56.193
그러고 보니 저도 잠수 탔던 인간 중의 하나인가 보네요. 음은 되는 데 여전히 파가 안 되는 인간이 잠수라니…ㅎ..기찬씨, 잘 있지요? 이 더위에 아그들 건사하느라 얼마나 비지땀을 흘리고 계실까 안 봐도 눈에 선한 느낌이에요.

정화씨 사진은 잘 보고 있어요. 위의 사진 정말 시원하네요. 우리가 같이한 시간도 이제 그리운 추억이 되어가고 있군요.

여전하실 것 같은 함장님. 반가워요. 한 번 소통된 사람들과는 어느 정도 공백기간이 있어도 다시 뭉치면 금방 그 때 그 기분으로 돌아간다는 느낌 믿으며 언젠가 반갑게 인사드릴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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