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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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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14시 02분 등록

우리 토종 마늘에 육 쪽 마늘이란 것이 있다. 단단하고 야물어 쉬 뭉그러지지 않고 오래도록 그 맛이 변치 않아 예전부터 김장철이 되기 전에 미리 시렁에 매달아 보관하며 음식 때마다 긴요하게 쓰이는 식재료이다. 봄에 살 때에는 크고 좋은 마늘 같았는데 몇 달 지나고 나면 이내 썩어버리거나 흐물흐물 맥없이 맛이 없는 마늘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육 쪽 마늘은 처음에는 볼품없이 작은 것 같아도 애시의 부피가 그리 줄어들지 않고 푸석하게 상함 없이 오래 단단하게 여문다. 그리하여 고유의 맵고 칼칼하며 달달한 제 맛을 오래 유지하며 윤기가 반질반질 모양새도 예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꼭 이 육 쪽 마늘같이 여물고 야무진 양반이 있다. 전라도지방의 양가집 규수로 태어나 엄격하신 아버지와 현숙한 어머니의 품에서 성장하였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셨으며 교직에 종사하다가 음식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그 인연으로 종가 집으로 시집을 가 어머니께로부터 배워온 살림솜씨를 정갈하게 꾸려가며 꼬장꼬장 여문 안주인 노릇을 잘도 해온 이순에 접어든 분이다.

내가 이분을 처음 본 것은 어느 북세미나에 이분도 함께 동참하면서부터 이다. 처음 그곳에서 만났을 때 이분은 작은 체구의 단아한 이미지가 풍겨나는 야무지고 맑은 모습의 현모양처로 보였다. 다산 문화원의 연구원이라고 소개해 주셨으며 변.경.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연세에 비해 예사롭지 않게 깨어있는 분으로 특히 나름의 지조가 높게 풍겨나는 분이었다.

그 후 몇 차례 접할 기회가 있어 종종 말씀을 나누곤 하였는데 이분은 언제보아도 정도를 잃지 않는 깔끔한 생활태도를 고수하시곤 하였다. 그러나 당신 자신은 겸손한 자세로 항시 임하시면서도 자신이 그러하다고 해서 남들에게까지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당신께서는 언제나 일상의 사소한 생활에서조차 정갈하게 예를 갖추는 맵시 있고 우아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이곳 변.경.연의 사부님과 여러 꿈벗들을 일컬어 “커다란 나무의 둥지에 모여드는 새들 같다”고 표현하시며 조용히 이곳의 풍경들을 음미하고 즐기시는 사찰함과 안목이 남다른 분이다. 언젠가 사부님과의 산행에 당신은 참여치 못하면서도 벗들을 위해 근사한 비빔밥 재료들을 만들어 선사해 주신 적이 있으시며 연말 모임에는 애써 맛있는 음식까지도 바리바리 싸들고 오시고는 넌지시 안겨주고 총총히 사라지기도 한 바로 그분, 안개 속 백련 꽃 같은 여인 한희주 여사님이다.

자칭 당신을 소박하게 할매라고 칭하며 나이 듦을 부끄러워하시듯 한사코 조용히 지내고자 하지만 속내에는 청운의 깊은 꿈을 잉태한 청년 못지않은 웅지와 기백이 옹골지게 서린 열정적인 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종가 집 맏며느리로서의 기품처럼 은은한 연꽃향이 묻어나는 이분은 때가 되면 꿈벗과 연구원이 되겠다고 하는 뜻을 조용히 비밀스런 마음으로 밝힌바 있기도 한데 머지않아 당신의 마음이 사무치는 어느 날엔가 우리 앞에 홀연히 나타나시어 벗으로서 또는 인생의 선배로서 변.경.연과 더불어 한 몫을 당당히 펼쳐주실 분으로 소중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솔직한 나의 바람으로는 이수 형아와 같은 기수가 되었다면 참 좋았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내 바람이고 해당 기수나 만남도 다 인연이어서 아직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있을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가을쯤에는 한결 가뿐해진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나시어 가히 노익장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앙증맞고 푸르며 싱싱한 일상의 모습들을 올올히 담아내어 주시지 않을까 생각이 미치기도 하는데...

나는 변.경.연에 머물면서 나이를 불문하고 본성의 오롯한 맑고 순하며 우아한 마음들을 쏟아가는 열정들을 대할 때면 어찌나 기쁘고 즐거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가까이 많이 마구 벗으로 잡아끌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넘쳐나곤 한다. 9월 말 이면 내가 이곳을 안지 만 2년이 된다. 다른 곳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의 나름의 이력과 적지 않은 인생 경험으로 볼 때 나는 이곳 변.경.연 만한 곳이 없고 여기 개인이 운영하는 문화 대학의 소속에 긍지를 느끼며 이들 만한 어울림과 벗이 없다고 자부한다. 간혹 다 만족스러울 수야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곳 만하게 품을 자율적으로 지켜가고 모색하며 스스로 모여들고 하는 곳은 흔치 않다고 생각되곤 한다. 각자의 일상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자 하는 아름다운 얼굴들을 대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 흥이 절로 나고 지켜보며 응원하는 가운데 따로 또 같이 함께 동참해 가고픈 즐거움에 푹 싸이게 된다. 그렇게 배우고 깨달아가며 나누고 돕는 이 현장이 자랑스럽고 재미나다.

오늘은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는 월요일, 애벌레와 나비 같은 우리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고 친구이자 스승이 되는 이곳의 분위기 같이 사랑과 행복을 나누어 펼쳐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음의 지인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모든 벗들이 함께 좋아하며 성원하는 가운데 서로가 기쁘게 나누어 갈 이분의 글과 이야기를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이 총총한 설렘으로 밀려오는 까닭이다. (희주 언니, 화이팅!!! 혼날라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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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7.23 09:54:29 *.160.33.149

한선생께서는 요즘 무얼 하시길래 조용하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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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8.07.23 15:55:55 *.231.57.168
한동안 잠수를 할려고 했습니다.
잠수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선생님의 문하에 들려는 계획이었지요.
한데 써니 님이 먼저 나발을 불어버렸네요.
그냥 엎디어 지내다가 다시 인사 여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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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23 23:34:34 *.36.210.11
ㅋㅋㅋ 반항하면 좋은 글 몰래 퍼다가 올릴까부당. ㅎㅎㅎ

너무 오래 엎드리면 허리 아프세요. 고마 대강 하고 나타나셔도 좋아요. 다음주에 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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