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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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의 무덤을 순례하고
회색빛으로 흘러가는 <슈프레> 강을 따라 가는
우리의 어깨 위로
절망이 수호천사 같이 천천히 내려 앉고 있다
슬픔도 잠시
차가운 손바닥을 마주한 채로
<페르가몬>의 위대한
신전의 계단으로 들어서는
당신의 입 구멍으로
잡초처럼 허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생선을 먹다가 목이 찢어져서
아이는 죽었어
사기 그릇 처럼 빛나던 문명의 가시에
그만 목을 예리하게 찔린거지
<함무라비> 왕국의 후예를 자처하며
위대했던 과거를 기리는 어른들의 무모한 그림자 위로
황홀한 오후의 햇살이 잉태와 유산을 번갈아가며
질펀하게 외도를 즐기고 있다
돌고 돌아 그저 이름만 바뀌게 되어
새롭게 덧칠한 거대한 <이슈타르의 문> 앞에서
나는 절망하는 한 떼의 사람들과
순례자의 예를 갖추고
고개를 꺾어
침묵으로 인사한다
박물관의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구석 구석마다
아이들이 그렇게 혼자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구슬 치기를 하며
땅을 따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절벽에서 뛰어 내리며
강물에 작은 돌을 던졌다
버려진 아이들은
잃어버린 <바빌론>의 희망을 따먹으며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어른들의 헛된 꿈을 위하여
아이들에게 자살을 권하는 왕국은 멸하리라
생선 횟집 안에서
어깨를 가늘게 떨며
참았던 두려움을 식욕 삼아
신앙을 목구멍 안으로 삼켜버리지만
근육질로 둘러 쌓인
살인 청부업자 처럼
시간은 또 우리의 목덜미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꿈을 꾸던 건강한 아이는 죽었지만
싱싱한 나의 유적은 손바닥만한 도마 위에서
펄떡거리며 아직 그렇게 뛰어 놀고 있었다
* 페르가몬 박물관은 베를린에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으로써 특히 고대 그리스, 바빌론, 앗시리아의 유적들을 기둥과 건물 통째로 뜯어서 보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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