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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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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5일 12시 55분 등록
 


1 나 참 좁다, 너무 작다

조금이라도 더 넓혀보자. 어머니는 바느질을 할 때면 말씀하셨다. 바늘 한 땀도 반을 두고 다툰다고. 한 땀 가운데 반의 여유가 더 있고 없고 품의 차이가 제품을 근사하게 하기도 하고 어벙하거나 폐품에 그치게 하기도 한다. 새 가구를 장만하여 방안에 들여놓을 때도 마찬가지로 수영선수 박태환이 물속에서 1/000초를 다툴 때와 같이 아주 약간의 차이로 들여놓을 수 있기도 하고 영 들여놓을 수 없어 제대로 편안히 쓸 수 없게 되거나 도리어 거추장스러워 버리고 말기도 한다. 같은 수고와 공을 들이고 나서도 이렇게 결과는 큰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어찌 운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설령 그렇더라도 사전에 미리 잘 계획하고 맞추려고 노력하면 품에 꼭 맞는 어울림과 상생의 극에 달 할 수 있지 않겠나. 제 한껏 부풀어 더 이상 커지지도 터지지도 않는 보름달처럼.


조금만 더 깊어져보자. 나보다 상대와 타인의 입장에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축갈 일도 아닌데 야박하고 무심하게 살아가지 말자. 너무 나부댈 일도 아니지만 굳이 폼 잡을 필요도 없듯이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한가로이 살아가자. 스스로의 번뇌를 만들고 고착시켜가며 끄달리기보다 차라리 무념무상無念無想 하심下心을 가져보자. 달은 기울어도 그 빛을 나누고 누군가의 어두운 밤을 밝혀 돕기를 멈추지 않는다. 부족함에 숨기보다 지속적인 일상의 힘을 꾸준히 이어가 보자.



2 달님도 기미가 끼나?

어제 밤 달에는 구름 때문인지 수심이 들어찬 듯 보였다. 무슨 일로 달님도 하얀 얼굴에 시꺼멓게 기미가 끼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력 팔월 한가위라 둥근 달을 보며 무심히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달에게 소원을 빌고 싶었기에 달님의 표정을 살펴보았던 것이다. 달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미리부터 눈치를 살피는 수작이었다.


달에는 내 그리운 이들의 모습이 떠 있었다. 더 가까이 생생하고 또렷하게 하나하나 누구누구를 기억하며 느껴보고 싶었지만 마치 자동 화면의 스냅사진처럼 장면 장면이 먼발치에서 되풀이 될 뿐이었다. 더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답신 같았다. 쭈그려 앉아 옥상위에서 한가로이 달님을 바라보노라니 아직 기승을 부리는 모기들이 자꾸만 날아들어 물어뜯는 것이었다. 조용하고 편안한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한가로이 달님을 마주하여 소리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현실의 모기란 놈이 자꾸만 훼방을 놓는 것이다. 달을 향한 내 그리움의 정체와 모기란 놈이 꿈과 현실을 극명하게 구분해 주는 것 같다. 왼 가슴에는 달님께 비나리하는 갈망을 오른 손으로는 달려드는 모기를 때려잡기 바빠하다가 염원을 마치고 생각보다 조금 이르게 옥상을 내려와 방에 모기향을 피웠다.



3 손가락은 110개의 건반을 두드리고

큰댁의 차례를 마치고 가족이 다녀간 추석날 저녁, 다시 일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있다.

가슴이 뿜어대는 내면의 이야기와 손에는 해야 할 일들이 서로 앞을 다투어 쏘옥 고개를 내민다.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낮에 뜨는 달인 왼 가슴에게 주술을 보내본다. 나의 일상을 균형감 있게 가꾸고 싶다고. 오른 뇌가 오늘의 일정표를 점검케 한다. 그 사이를 수그린 고개와 두 손이 차고 들어와 열손가락으로 110개의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듯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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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15 17:56:23 *.220.176.122
무슨 근심이 그리 많아 달님에게 기미를 만드셨나 그래요?

모든 사물은 자신이 보고 싶은데로 보인다면서요...

어릴적 여름 하늘을 은하수가 가로 지르고 달하나 떠있을 때 달 그림자를 밟으며 지나던 그 고향길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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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15 22:01:15 *.36.210.60
ㅋㅋ 불목하니 햇빛처럼이라면 당연히 그리 말씀 하시겠지. 안 그래도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네. 꼭 너처럼 생각하고 보는구나 할 거라는. 그런데 엊저녁무렵 내 눈에 비친 달이 그러하니 달리 표현 한다면 거짓부렁이 될 것 같아서 그대로 그려보았다네. 주근깨도 곰보도 아닌 기미로 생각 되니까. 하하하.

달에는 개수나무로 옥토끼 금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옛이야기가 맨 먼저 더듬 더듬 기억에 나기도 하더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리움 가득 보고싶은 모습들이 떠 있기도 하여서 놀라움 한편 신기했다오. 한가위에 달을 바라보노라면 정안수를 떠놓고 무어라 하염없이 읊조리면서 오매불망 빌어대는 세상의 모든 어미 마음이 간절히 느껴지곤 하지요.

직선으로 금성 하나가 간간히 떠가는 푸르고 빨간 빛의 비행기들 틈에서 달과 함께 세상을 비추고 있더이다.
2008년의 한가위에는 요.


차례도 잘 마치고 무사히 상경하였다니 다행일세. 독서로 가을 피서를 즐기시겠다니 좋은 생각 이구랴. 달 그림자에 어린 고향길도 생각난다니 부럽기도 하구먼.
내 부모님과 함께 그대 어머님 건강도 함께 빌면서 얼른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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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15 22:14:54 *.220.176.122
모친이 아픈것이야 질곡의 세월을 수십년을 보내면서 그리 어렵게 사셨으니 몸이 안아픈 것이 이상하겠지요.

피서(避暑)가 더위를 피하는 것이듯 피서(避書)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피하는 것이랍니다.
몇일간 모든 것을 읽기를 포기하고 되새김질 하는 그런 것이랍니다.

책을 탐하면서 머리로 왔다가 머리로 지나가는 책들이 많았는데 올해 두번째 읽은 책들이 그런 것을 가르쳐 주더군요. 책을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로 손으로 책이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아직 가슴으로도 내려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일주일 정도로 작정을 하고 있습니다. 읽고 싶고 쓰고 싶지만 잠시 참아보고 왜 읽고 왜 쓰는지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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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8.09.16 01:09:24 *.142.182.240
그랬군요..
나도 사진 찍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바라봤으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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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16 08:30:07 *.36.210.60
1
사람들은 타인의 아품에 대해 처연한 듯 당연시 할 때가 많다. 늙었으니 당연히 아플 거고 상처 있으니 그럴 거라고. 그런데 그런가?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할 지라도 옆에서는 왜 아파야 하는 지 덜 아프게 할 수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고 알아야 한다. 대부분 외면하거나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기 십상이지만.

그랬구나. 아직 따가운 가을 햇살을 피해 독서로 열기를 달래겠다는 뜻이 아니라, 쓰고 싶고 읽고 싶으면서도 철학이 손으로 발로 내려오게 하기 위해 잠시 떠나서 가슴으로 만나려는 뜻이구나. 그러나 그게 정작 책을 피해가는 길일까? 나는 쓰고 싶고 읽고 싶을 때는 그것을 먼저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쓰기 싫고 읽히지 않을 때가 있으므로 그때 책을 잠시 덮어두고 음미하면 되니까. ^-^*

2
재동아우, 그대도 오랜만에 사진을 올렸구려. 두 번째 사진에서 나뭇가지의 음영이 제법 신비한 느낌을 주더이다. 달 앞에 서 있는 개수나무 같은... 꿈섭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겠지?

3
잊고 있었는데 이 환하고 부신 가을이 가기 전에 길가에 흩뿌려 놓은 듯 흔하디 흔하게 피어서 한들한들 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러 가야겠다. 참 오래 벼르던 일인데 하마트면 또 잊어버리고 놓칠 번했다. 살기에 참 좋은 요즈음이다. 하늘도 청명하고 구름도 예쁘고 산도 강도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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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16 21:05:51 *.169.188.48
써니누님.

그렇네요. 농사일을 하다가 도시로 와서 고무신발공장에서 수십년을 늘 서서 일하셨기에 아프지 않으신 것이 더 이상하겠지요. 그나저나 걱정이기는 합니다. 우리가족이 내려갈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집에 올라오셔서 치료를 받으시라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시니 그렇지요. 막내지만 형이 홀로 있어서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저희집에서 해야 하거든요.

아는 분들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자리차지하고 눕고 싶지도 않으신 것 같기도 하고..

=

오늘 아무 생각없이 양재동 화물터미날에서 광교산까지 아홉시간 산행을 했습니다. 마지막 형제봉을 남겨두고 힘이 모자라 차마 올라가지 못하고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몇번이나 했지만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예전에 한번 비스무리하게 했다고 건방(운동화에 등산용지팡이도 없이)을 떨다가 그리 되었지요.

=

책을 보면 욕심이 나서 지르지만 실제로 두번 손이 가는 책은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추리고 추리고 버리고 버렸지요. 흔히들 첨단분야라고 하기 때문에 십년동안 모은 책이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래서 몇번이나 배추밭에 잡초를 뽑아내듯 그렇게 솎아 버렸습니다.

이 가을에 좋은 글들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도록 만드는 그런 "의식"을 치루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올해 들어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한번 읽어서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적은 줄 몰랐습니다.

어떤 분은 한번 읽고말 책은 거들떠 보지도 말라고 하더군요.

=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모친이 아픈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얕고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거는 그런 모습을 보여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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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17 09:22:49 *.36.210.60
사부님께서는 항상 ?를 두 칸 떼서 하시고

자네는 = 를 잘 붙이네. 읽을 때 마다 이걸 왜 붙이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 하하하.

같은 삶 가운데도 이렇게 은근 달라서 곁눈질하며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나봐.


힘은 들었겠지만 등산 좋았겠네.

나도 사실 치워야 하고 솎아야 하고 버릴 것 많은데 늘 여기 저기 끼고 사네. 실속 없이 허영이 많아 그런가.


자네 아니면 누가 말 붙여 주겠나? 그래서 늘 반갑고 고맙고 티격태격하지. 불목하니와 공양주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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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18 03:21:09 *.220.176.199
"=" 를 사용하는 것은 제가 "수" 또는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같은 헛소리라는 것이지요. ^_^

써니누님의 "광"팬은 저 말고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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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
2010.10.12 15:08:00 *.14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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