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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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가 참 컸던 것 같습니다.
홀로 두번의 마흔의 시절을 보내고 이제 세번째의 마흔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겠지요. 첫 번째의 마흔은 생물학적 나이로 집안 식구끼리 통하는 나이입니다. 이룬 것은 없는데 마흔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나의 현재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었지요. 얼굴을 책임질 수 있는 마흔에 대한 갈망의 세월이 작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양희은 내 나이 마흔살에는 여러번 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마흔은 흔히들 우리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문서에 등록이 된 나이입니다. 바로 올해지요. 올해는 참으로 좋은 것들을 만났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를 회상해 보면 이런 좋은 것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 무엇인가 가슴을 치는 것은 있지만 그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정말 절실하게 더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이제 겨울이되고 새해가 되면 또 한번의 마흔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따지는 꽉찬(滿) 마흔의 나이겠지요. 내년에는 마음속에서 마흔이라는 나이를 진정으로 떠나 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올해 특히 두 번 째 마흔에 참 좋은 스승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중의 한 분이 얼마전에 “열매맺는 삶”에 대하여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꽃피우는 삶”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인생의 최종 목표가 웃으면서 죽는 것이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생명들의 죽음을 지켜보았습니다. 인간과 짐승들의 죽음을 많이 보아왔지요. 그리고 몇몇 인상깊었던 죽음을 기억합니다. 그런 저는 나의 죽음은 어떠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지요.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저에게 한 분의 스승께서 말씀하십니다. “열매맺는 삶”에 대해서 말입니다.
스승들의 좋은 말씀도 그리고 책의 좋은 구절도 이점에서 똑 같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 혹은 질문을 가지고 있던 것일 때 마음으로 쳐들어 온다는 것 말입니다. 제가 막연하게 바라던 그것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열매 맺는 삶”이더군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마도 마흔을 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잡아두는 것도 “꽃피우는 삶”에 대한 미련과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세상사람들이 아니라 제가 그것으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아직 이루어 놓은 것은 보잘 것 없는데 아직도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는데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싫었던 것이겠지요. “꽃피우는 삶”은 아마도 인생의 최절정기를 장년쯤에 두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꽃피우는 삶”을 사신 노년의 분들이 “내가 왕년에는~” 하는 식으로 표현하시고는 하지요. 그래서 “꽃피우는 삶”은 세월이 흘러 꽃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에서 내리막길의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작은 소망이고 어쩌면 아주 큰 소망이 있는데 전에 꿈벗 모임에서 말했던 것처럼 죽음의 자리에서 웃으면서 아는 지인들과 작별을 하는 것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아내보다 딱 한 달 정도만 더 살고 싶습니다. 아내가 나를 얼마나 의지하는지를 알기에 내가 먼저 가면 아내가 너무 마음이 아파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죽음의 자리에서 사랑하는 딸들과 그리고 지인들에게 행복하게 안녕이라고 축제를 하듯 그렇게 사라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소망이 있기에 스승님의 “열매 맺는 삶”에 대한 말씀에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반응을 했고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열매 맺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느끼는 것은 지나가는 마흔이라는 세월을 잡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이 인생 중반의 어느 시점고 그 이후는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날로 잡고 나니 “나이 듦”이 편해 지는군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의 인생의 목표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지만 어떤 해석을 하는가가 마음을 이렇게도 두렵게 했다가 편하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가져다 붙여 봅니다.
나이든다는 것을 정점에 올랐다가 쇠락해 가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기위한 과정이라는 것으로 같다 붙이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군요.
이제는 제대로 된 세번째의 꽉찬(滿) 마흔을 내년에 맞이하고 또 편히 보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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