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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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셋이 재잘재잘 잡담을 나누며 길을 가다가, 그 중 한 명이 5만원권 지폐를 주웠다.
돈을 주은 길동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건 이웃을 실천으로 사랑하라는 신의 계시야. 그제부터 아이티 지진성금을 낼까 고민중이었거든.”
옆에 있던 대식이가 말했다.
“무슨 소리. 거저 얻은 돈이니 파출소에 갖다 주자.”
잠자코 있던 영철이가 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너네 내 성질 알지. 우리집 가난해"
길동이는 플라톤적인 이데아를 믿는 종교적 인간이다. 대식이는 개인의 권리를 국가에 양도한 사회계약론자이다. 그럼 영철이는? 위대한 인간, 즉 영웅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짝퉁 니체주의자쯤~ ^^ 이 심심한 얘기를 지어낸 이유는 실재와 인식간의 그 참을 수 없는 언밸런스함을 말하고 싶어서다.
실재는 곧 fact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가지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진술을 내어 놓는다. 사물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보는 관점도 제각각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철학사를 꿰뚫은 러셀은 철학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철학이란 학문이 아니라 삶의 지표로서 읽혀진다. 얼핏 신화의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다른점이 분명히 있다. 신화가 인류의 DNA에 내재된 무언의 집단의식이라면, 철학은 보편자로서의 神話를 무의식의 우물에서 건져올려 입맛에 따라 자르고 붙이고 색칠한 개별자의 化身이다.
서양철학사를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은 철학이 결국은 언어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용어 하나하나를 내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고 일관된 함의를 갖도록 재정의하는 게 철학이라는 것이다. 철학은 학문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경험의 관계망과 언어의 사유를 통하여 새롭게 생명을 얻는다. 그것은 생활에서 나를 지배하는 정언명령의 역할을 한다. 의식의 정제과정을 통해 정리한 나의 정언명령을 소개한다.
나에게 철학이란 귀납법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참조하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 나보다 크고 존귀해 보인다고 하여 무작정 베끼지 않겠다. 선험적인 절대가치란 없다. 하루의 일과에서 오늘의 시사점을 찾은 것만으로 충분하며, 일상의 실험을 통해 나의 것으로 변용해 나갈 것이다.
나에게 철학이란 주관주의다. 내가 生의 주체로 살아있는 고로 나는 존재한다. 마음은 공백을 무엇으로든 채우기 마련인데, 내가 채우지 못하면 남이 채우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
나에게 철학이란 실증주의다. 불확실과 고난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문제와 직면하겠다. 의연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지혜를 구하겠다.
나에게 철학이란 공리주의다. 내면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전이하는 에너지 파이프다. 통합하고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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