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옥
- 조회 수 2312
- 댓글 수 9
- 추천 수 0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초읽기는 시작되었다. 이렇게 빨리 시작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어떻게든 미루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뭍은 이미 끝났고 곧 바다의 시간이 펼쳐지리라는 것을.
내가 얼마나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24시간을 단 몇 분의 낭비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돌려대고 있는 스스로를 자랑할 셈이었다. 그런데 막상 나의 하루를 낱낱이 해부해놓고 보니, 거기엔 지칠 대로 지친 여인이 아무런 감동도 없이 그저 관성에 따라 꿈, 일, 가족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꿈’이 놀라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역시 사람은 물질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저 지경이 되어도 그녀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에게 꿈은 약발 제대로 받는 진통제이자 환각제였던 것이다.
그녀도 벌써 오래전에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이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그녀에게 대안은 없었다. 일의 고됨을 잊기 위해 시작한 약이었지만 이젠 그 약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결론은 뻔하다. 그녀가 쓰러지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다. 그래도 그녀는 행복하단다. 바보. 그녀를 사랑한다면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그런데 그녀를 바보로 만든 것은 꿈일까? 일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두려워도 말고, 아까워도 말아라. 여기까지가 네 운명인 거야. 거부하지 마라. 거부하는 한숨마다 네 세포에서 한줌씩 생명이 빠져나갈 것이다.
그래..상당히 괜찮은 일이지..근데..다 좋은데..너에게도 진짜 좋은 일이니? 10년이나 해 놓고 뭐가 더 새로운 것이 있다고 여기서 글감을 모으겠다는 거야? 그게 네가 일을 계속해야 할 유일한 이유라면 넌 너에게도 일에게도 용서받기 힘들거야..밖으로 나가! 보고 듣고 소화해야 할 수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이제 받아들여!. 너 죽을 병에 걸린거라구. 이대로 놔두면 100% 죽지만 치료하면 20%는 살 수도 있대. 삼년이 지나도 차도가 없으면 그땐 다시 집으로 보내준다잖아. 식구들 걱정된다구 손 한번 안 써보고 그냥 죽음을 기다리겠다니 말이 되니? 너 정말 바보니?
그래도 여기서 버티면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잖아. 가족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나의 기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 기능이라는 것이 거의 경제적 기능이라는 것이 좀 슬프긴 하지만..
아빠도 이런 생각하셨겠지. 지금 와 생각해보면 우리 아빠, 병을 감지하셨을 무렵 딴 생각 말고 치료를 시작하셨으면 다른 인생을 사실 수 있었을 텐데. 아빠도 두려우셨겠지. 그래서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그 병이 악화되어 쫓겨나다시피 직장을 나오셔야 했고 이미 나쁠 대로 나빠진 몸과 준비되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마이너스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했던거야. 결과는 네가 아는 그대로였구..
지금 당장의 경제적 안정 말고 또 다른 의미가 있니? 글쎄..그저 기능인으로서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내게 되겠지. 한번 피어 보지도 못하고 떨어진 꽃봉우리 화석 같은 영혼을 유물로 남겨두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거지. 그치만 안전하잖아..안전하다구..근데..정말 안전한걸까?
역시 이건 부당해. 내가 뭘 그리 잘 못했다고 치료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가야 한다는 거야? 가족들이 그저 그들을 위한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나를 바란다면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나 지금까지 충분히 봉사하며 살았잖아. 내 영혼의 치유를 위해 잠시 경제적 기능을 중단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당당할 자격이 있다구. 행복한 자만이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지? 이제 내가 숨어서 부업으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났어. 드디어 전업으로 행복할 시기가 온 거라구!
그래!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구나. 바로 그거야. 너의 그 '꿈'을 치료약으로 생명액으로 제대로 쓰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숙성시켜 줘야하는 거라구..그렇게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먹어치운 날꿈은 그저 독일 뿐이야..알겠니? 우리, 네 꿈한테 한번만 기회를 줘보자구! 너도 한번은 사는 것처럼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
누가 그녀고 누가 나고 누가 넌지 모르는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논쟁은 말할 수 없이 격렬했으나 다행히도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일주일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박미옥을 깊이 사랑하는 그들은 방금 결정을 마쳤다고 한다. 바다의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이제 그녀의 바다는 시작되었다. 난생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냥 쏟아내다 보면, 좀 나아지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좀 편해질거 같아서
맘 두고 갑니다. ... 음악파일이 커서 첨부가 안되는군요.
음... 대신 제가 가끔가는 블로그.. http://jsksoft.tistory.com/264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49 | 칼럼 3주차 나에게 시간이란? 나와 남들에게의 약속과 책임(공표) [22] | 윤인희 | 2010.03.01 | 3032 |
2748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칼럼) [6] | 김용빈 | 2010.03.01 | 2283 |
2747 |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6] | 최우성 | 2010.03.01 | 2224 |
2746 |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1] | 박현주 | 2010.02.28 | 3110 |
2745 | 순간의 사건이 나의 시간이다.-3주 김창환. [2] | 야콘 | 2010.02.28 | 2572 |
2744 | 칼럼3.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8] | 이선형 | 2010.02.28 | 2589 |
2743 |
딸기밭 편지 10 / 봄 ![]() | 지금 | 2010.02.28 | 2769 |
2742 | 칼럼3 나에게 시간이란 [13] | 신진철 | 2010.02.28 | 2440 |
2741 |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2] | 배학 | 2010.02.28 | 2229 |
2740 | 컬럼 3-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11] | 이은주 | 2010.02.28 | 2471 |
2739 |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2] | 미나 | 2010.02.27 | 2205 |
» |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9] | 박미옥 | 2010.02.27 | 2312 |
2737 |
[오리날다] 도대체 책은 왜 읽는데? ![]() | 김미영 | 2010.02.27 | 2451 |
2736 | 3.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4] | 맑은 김인건 | 2010.02.27 | 2335 |
2735 | 2차레이스 불참에 대한 소회 - 6기 연구원지원자 주명훈 [3] | 주명훈 | 2010.02.26 | 2107 |
2734 | [6기후보칼럼4] (나에게) 무의식과 자의식 그리고 작은 매듭 | 심장호 | 2010.02.26 | 2150 |
2733 | 맨날 이랬으면. [2] | 맑은 김인건 | 2010.02.25 | 2409 |
2732 | [6기후보칼럼3] (나에게) 수주대토의 시간 [1] | 심장호 | 2010.02.25 | 2355 |
2731 | 6기 연구원 레이스 중인 분들께 [5] | 범해 좌경숙 | 2010.02.24 | 2155 |
2730 | 이런거 어때요? [3] | 신진철 | 2010.02.24 | 2037 |